kt 강백호 필두로 삼성 양창섭, 롯데 한동희 '꾸준한 출장 기회 보장'

▲ 대통령배 결승 직후 양 팀 주장으로 나란히 선 한동희(사진 좌)와 강백호(사진 우). 뒤쪽의 예진원(넥센)과 최현준, 이재원(이상 LG)까지 사진에 등장한 인원 모두 프로 입성에 성공했다는 묘한 공통 분모가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2018 신한은행 MY CAR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초반부터 상당히 의미 있는 기록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 팀 순위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지만,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법했던 기록이 국내에서도 등장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특히, 한 이닝 만루 홈런 2개를 기록한 kt wiz의 핵타선은 상대로 하여금 가볍게 볼 수 없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막내구단(kt)의 대두와 함께 또 다른 막내들이 KBO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놓고 있다는 데에 있다. 바로 지난해 입단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예들, 이른바 '베이징키즈 1세대'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이미 지난해 이정후(넥센)가 입단하자마자 신인왕을 차지했던 만큼, 올시즌에도 입단 직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예들에게 눈이 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2018 신인왕 후보?
순수 신예 강백호(kt), 양창섭(삼성), 한동희(롯데) 두각.
곽빈(두산), 박주홍(한화)도 은근한 활약

이러한 가운데, kt의 타선을 이끌고 있는 강백호와 삼성 마운드에서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양창섭, 그리고 롯데 타선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한동희가 개막 1주일이 지난 현 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은 아니지만, 중간 계투 요원으로 묵묵히 제 역할을 해 주고 있는 좌완 박주홍(한화)과 우완 곽빈(두산)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성영훈(두산), 오지환(LG), 김상수(삼성)가 고교 3학년 시절 활약했던 2008년 에드먼턴 키즈 이후 오랜만에 좋은 신예들이 대거 등장한 셈이다.

강백호는 고교 시절 내내 '야구천재'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을 만큼 탈(脫) 고교급 모습을 보여줘 왔다. 2015년, 고척 스카이돔 개장 당시 프로야구 선수들도 기록하지 못했던 홈런 기록을 서울고 1학년생 강백호가 청룡기 선수권 대회에서 기록하면서 단숨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간 홈런은 고척 스카이돔 개장 정식 경기, 정식 대회 첫 홈런으로 인정받고 있다. 2학년 때에도 투-타를 넘나들며 모교의 선전을 이끌었고, 3학년 때에는 그 기량이 한층 성장하여 2년 연속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특히, 고교야구 전국 대회만 열리면 프로 스카우트 팀이 모여 있는 기자실에서 강백호에 대한 평가를 듣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중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 팀장은 "(강)백호는 무조건 타자를 시켜야 한다. 투수로 빠른 볼을 던진다고는 하지만, 프로 1군에서 통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자로는 스윙 궤적과 속도가 일정하여 어떠한 볼이든 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어쨌든, 비범한 친구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현재 그는 개막 이후 전 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0.333, 4홈런, 1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 3학년 시절 황금사자기 MVP 수상 당시 양창섭. 이와 똑같은 장면이 그의 2학년 시절, 같은 대회에서 반복된 바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덕수고 2학년 시절부터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MVP 2연패를 차지한 양창섭도 첫 시작이 범상치 않았다. 강력한 KIA 타선을 상대로 6이닝 무실점, 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데뷔 첫 선발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기 때문이었다. 고졸선수답지 않은 침착한 경기 운영 능력과 유연한 투구, 경기 그 자체에 몰두할 줄 아는 단순함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도 했다. 특히, 양창섭을 전국 무대로 등장시킨 덕수고 정윤진 감독 역시 "(양)창섭이는 자기가 알아서 잘 했던 친구 아닌가. 스승으로서 참 뿌듯하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기도 했다. 아직 한 경기밖에 등판하지 않았고, 더운 여름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지만, 현재의 씩씩한 모습만 유지하고 있다면 시즌 직후 양창섭 역시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 역시 강백호와 마찬가지로 고교 2, 3학년 때 연속으로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된 바 있다.

개막 이후 롯데의 3루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동희는 일찌감치 '포스트 황재균(kt)'의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어 왔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앞선 두 선수에 비해 그다지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1차 지명 역시 소리 없이 자신의 실력을 쌓던 도중 조용히 발표됐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말 수가 적으면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했던 '경남의 캡틴'이었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에도 선수들이 주장으로 추천했을 만큼, 동료 및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기도 했다. 이미 고교 시절에 사직구장에서 홈런포를 가동할 만큼 장타력에서 합격점을 받은 바 있다. 비록 두산 원정에서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수비 실책을 범했지만, 전체적인 3루 수비도 꽤 안정적이다. 고교 시절 조용히 자신의 몫을 했던 모습 그대로 고향팀에서 시나브로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 보고 있다. 한동희 역시 개막 후 전 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0.286, 4타점(8안타)을 기록하고 있다.

양창섭(삼성)의 선발승에 가려졌지만, 두산의 곽빈 역시 같은 날 승리를 기록한 바 있다.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한 곽빈은 28일 롯데전에서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아내는 동안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데뷔 첫 승을 신고한 바 있다. 앞선 선수들에 비해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 역시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되어 투-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특히, 미국전에서 8과 1/3이닝 9탈삼진 2실점 1자책 역투를 펼친 장면은 곽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현재 그는 3경기에 출장, 1승 무패 4탈삼진,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중이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그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 청원고 에이스 조성훈(현 SK)을 상대로 홈런포를 뽑아냈을 당시의 곽빈. 사실 곽빈은 2학년 때까지만 해도 3루수를 꿈꿨던 유망주였다. 사진ⓒ김현희 기자

지난해 2차 신인지명 회의 2라운드에서 한화에 호명된 박주홍은 개막 이후 마당쇠 역할을 자차하고 있다. 팀의 8경기 중 무려 5경기에 등판하여 주로 원 포인트 릴리프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경기에서 한 타자만을 상대한 후 내려온 것을 제외하면, 매 경기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5경기 2이닝 소화한 것이 전부지만, 평균자책점 4.50을 유지하고 있다. 광주일고 시절에는 1학년 때부터 에이스 역할을 했으며, 고교 3학년 이후 구속이 증가하며 한때 KIA 타이거즈의 1차 지명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키는 작지만, 체격이나 배짱은 류현진(LA 다저스) 못지 않다는 것이 스카우트팀의 평가다.

그러나 사실 장기 레이스로 진행되는 정규시즌에서 지난해 이정후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순수 신예들이 얼마나 많이 나올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시즌 중 분명히 고비는 오기 마련이고, 특히 더운 여름철에 대한 극복 문제는 신예들에게 큰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올해 갓 프로에 입문한 신예들이 아닌, 다른 중고 신인들이 얼마든지 신인왕 레이스에 합류할 수 있다. 그러한 잠재적인 후보 중 하나가 153km의 속구를 자유자재로 던질 줄 아는 윤성빈(롯데)이다. 이미 두 차례 선발 등판 경기를 가진 윤성빈은 10이닝을 소화하면서 9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위력투를 선보인 바 있다. 시즌 성적은 1패, 평균자책점 4.50을 마크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 장면을 보고 자란 어린 선수들이 이제는 프로 1년차가 되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라운드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사실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eugenephil@mu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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