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많은 호평을 받은 스페인 감독 오리올 파울로의 영화 '더 바디'(2012)를 리메이크한 영화 '사라진 밤'이 8일 개봉했다. 연출을 맡은 이창희 감독은 '남편이 죽인 아내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원작의 전반적인 흐름은 가져오되 크고 작은 설정에 한국적인 색깔을 입혀 더 탄탄한 스토리를 담은 새로운 스릴러로 완성해냈다. 극장가 비수기 속에서 개봉한 '사라진 밤'은 개봉 일주일이 넘은 현재에도 박스오피스 실시간 예매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뉴스가 '사라진 밤'에서 아내를 죽인 남자 '박진한'을 의심하는 형사 '중식' 역을 맡은 배우 김상경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개봉 소감은?

ㄴ 너무 좋다. 특히 영화가 잘 나왔을 때 기자분들과 얘기 나누는 것이 제일 즐겁다. 운이 좋은 것 같다. 안 좋을 때 만나면 사나운 얘기, 지나온 영화 얘기 주로하고 끝날 때 5분 정도에
상처 안 받게 써달라고 하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이다. 일반 시사 분위기도 너무 좋고 영화 인터뷰도 계속 해왔는데 기자분들도 그렇고 몇 년 사이에 완성도 높은 스릴러가 나왔다. 스릴러 장르도 장르가 많이 죽어있는데 괜찮은 영화가 나와서 다 같이 한마음이 되는 것 같다. 이 영화가 잘 됐으면 했는데 리뷰도 너무 좋고 배급 예술로만 가면 되지 않겠나. (웃음) '궁합'도 나오는데 다 같이 잘 되면 좋겠다.

 

2018년이 되면서 '일급기밀', '궁합', '사라진 밤' 세 영화가 연달아서 개봉했다.

ㄴ 본의 아니게 앞에 영화들이 밀렸다. '사라진 밤'은 시나리오 받고 정확히 개봉한 거다. 다행인 점은 '일급기밀'하고 '궁합'하고 '사라진 밤'이 영화 색깔도 다 다르고 장르도 다르고 역할이 다 캐릭터가 달라서 다행인 것 같다. 세 개가 비슷하면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작품이 많아서 배우로서는 좋지 않은지?

ㄴ 꼭 좋은 일은 아니다. 오히려 제 시기에 제때 개봉하는 게 좋다. 이번이 처음이다. 다작을 하지 않는데 사실 '사라진 밤'만 패턴에 딱 맞는다. '일급기밀'도 감독님 돌아가시면서 밀리고 '궁합'도 2년 묵었고 그러다 보니 밀렸는데 다행인 게 캐릭터랑 장르가 안 겹쳐서 다행이다. 비슷한 거 나왔으면 좀 그럴 뻔 했다. 왕을 세 번 했다거나 그랬으면 애매했을 것이다.

 

형사 역할은 피한다고 들었는데.

ㄴ 피하지는 않는다. 캐릭터 직업으로 연기는 안 한다. 형사하고 다음에 강도, 의사하면 환자하고, 조폭 하면 형사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하고 싶은 거 하는 건 아니니까 그건 상관없는데 중요한 건 형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캐릭터다. 진중하고 진지하게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라면 보통 
범인을 잡고 말겠다고 하는 한 선이다. 이 작품에서는 캐릭터 성격이 풀어져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하고 얘기 많이 했는데 성격 자체가 복선을 암시하는 장치가 되니까 좋은 것 같다. 다음에도 만약에 형사인데 얘기도 다른 얘기고 다른 형사라면 부담은 없다. 형사를 네 번 하든 열 번 하든 인물만 다르다면 괜찮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과 똑같은 재탕이면 부담스럽다. 또 하게 될지 모르겠다.

세종대왕도 두 번 하고 '궁합'에서도 왕 역할을 했다.

ㄴ 왕도 그렇고 형사도 직업으로 보자면 나보다 많이 한 사람들이 많다. 대왕 세종 같은 경우도 세종대왕을 다룬 게 오랜만이고 같은 방송사에서 서포트 개념으로 한 번 더 하면 재밌겠다 해서 한 거다. 이번에 '궁합'같은 경우는 너무 젊은 애들이 나오니 중심을 잡아달라고 했다. 서포트 개념으로 들어가서 했는데 부정 같은 게 있고 극을 전반적으로 받쳐주는 거니까 의미가 있어서 하게 됐다.

 

'사라진 밤' 작품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ㄴ 시나리오가 너무 좋다. 워낙에 인트로 부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심수봉의 '젊은 태양이 흐른다'고 쓰여 있었다. 음악을 켜놓고 읽기 시작하는데 이 분위기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시나리오를 읽으니까 '젊은 태양'이라는 노래가 그로테스크 하다고 해야 하나. 리듬은 되게 신나는데 내용은 신나지 않았다. 이창희 감독을 만났을 때 첫 번째 물어본 게 "왜 심수봉의 '젊은 태양'을 했느냐?"였다. (음악 틀어주며) '껌껌한 국과수의 복도, 카메라가 빠진다 통과하고 있다'고 인트로를 그린다. 인트로가 너무 이상했다. 이 노래를 도대체 왜 했을까 했다. 가사에서 '이방인' 이라던가 '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가 귀에 꽂혔다고 한다. 아내를 '박진한'이 죽인 부분에서 수백 곡 중에 이게 꽂혔는데 나중에 노래 정보를 찾아보니 가사를 쓰신 분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가사를 썼다고 했다. 노래가 만들어진 것과 옛날의 뽕짝 같은 거에 쓰인 게 언발란스 적이었다. 노래가 신의 한 수라고 했다.

인트로가 너무 좋다. 맨 처음에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전달받았을 때 국과수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하룻밤에 벌어지는 얘기가 너무 재밌었다. 영화에서 한정된 공간이 나올 때 굉장히 어렵다. 시간도 한정적이고, 감독이 자신이 있어야 하고, 배우들 연기도 좋아야 하고, 감독의 연출, 커트를 나누는 콘티 등 삼박자가 좋아야 본전이다. 그래도 잘 나오기가 힘들다. '우중식'의 캐릭터가 형사라길래 어떤 형사인가 보는데 상상했던 스릴러의 형사가 아니고 '갤포스 먹고 나오는데 장례식이라고 거짓말하는 캐릭터'인게 너무 웃겼다. 얘를 따라가게 되는데 시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캐릭터가 찾아가는 게 엉뚱한 괴짜 같은데 지퍼가 열렸나 안 열렸나 하는 증거를 발견도 하고 뭔가를 한다. 이런 캐릭터들이 관객들이 쫓아오기가 좋다.

 

만약에 이런 영화에서 '박진한'도 진지한데 같이 진지한 성격이면 재미없고 답답했을 것 같다. 감독이 그런 입장에서 원작은 안 봤는데 감독이 원작은 진지하고 무겁고 어둡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재미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런 장치를 줬다고 생각한다. 뒤에 있는 반전에 허점을 주는 장치가 되니까 좋은 판단이었다. 김희애 선배에게 '윤설희' 역을 줬다는데 너무 놀랐다. 김희애 선배급에서 이렇게 얼마 안 나오는데 하시겠나 싶었고, 했으면 너무 좋겠는데 70~80%는 안 한다고 생각했다. 선배 안 하면 나도 안 할거라고 하면 영화가 엎어질 것 같은 위기를 부담을 줘서 하게 얘기를 전달해주라고 부탁했다. 김희애 선배님은 신의 한 수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읽는데 '박진한' 역을 구하기 힘들 것 같았다. 아내 죽이고 불륜까지 하는데 이미지 너무 안 좋고 연기적으로 중요했다. 시나리오 볼 때 생각해놓은 이미지가 있는데 김강우가 캐스팅됐다고 들었을 때 생각한 이미지가 너무 딱 떨어졌다. 깔끔한 수트를 입고 잘생긴 얼굴에 '윤설희'가 만약에 김희애 선배면 젊고 잘 생기고 매력 있는 애가 해야 나이 많은 여자가 잡고 그런 그림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두 명 너무 기가 막혔다. 김희애 선배가 하니까 선배가 하는 것만으로 영화가 잘 그려진다. 이 여자가 죽었을까 살았을까 계속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나중에 살아있을 거라는 느낌도 주고 그래서 좋은 캐스팅이다. 수락한 김희애 선배가 대단한 것 같다. 웰메이드가 나오는데 좋은 역할을 해줬다. 근래에 스릴러를 잘 짜이게 만들어진 건 오랜만인 것 같다.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던데.

ㄴ 그렇다.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무조건 접촉해야 한다고 했다. 시나리오 완성도가 지금까지 했던 영화들, 받았는데 안 했던 모든 시나리오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보통은 20페이지 안쪽에서 복선이 다 보이고 대충 그려진다. 그런데 이거는 '우중식'이라는 캐릭터를 따라가는데 시체는 살아있나 싶고, 형사 캐릭터가 재밌는데 괴짜 같고, 뒤에 갑자기 이거 뭔가 해서 앞에 찾아보고 너무 재밌었다. 나를 속인 시나리오가 몇 개 안 된다. 시나리오만으로 장치를 특이하게 줬다. 이런 장치 잘 안 쓰는데 아주 구조를 잘 짠 것 같다.

원작 일부러 안 본 것인가?

ㄴ 책이 원작이어도 안 본다. 그 사람 연기가 머리에 남는다. 머리에 남의 연기가 남는 게 너무 싫다. 모니터도 안 보고 안 한다. 확인하고 연기하는 거를 안 해야지 더 머릿속에 있는 인물을 만들 때 그 인물로 가는 확률이 높다. 자기가 잘했던 기억과 다른 배우에게서 좋았던 거는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원작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원작이 있다고 했는데 보지 말라고 했다. 굳이 캐릭터가 같지도 않고 이창희 감독도 그 영화는 뒤에 반전은 좋은데 오히려 허점이 많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다 숨겨놓고 나중에 딱 짜여지게 잘 짜는 스릴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현장에서 신인 감독님이랑 호흡을 맞춘 것은 어땠나?

ㄴ 시나리오를 볼 때 일단 처음 궁금한 것은 처음 하는 감독들은 시나리오 기반밖에 없다. 시나리오가 잘 되어있는데 그것이 장점이었고 플러스 집이 가까워서 술을 진짜 많이 마셨다. 동네 형 같다고 하는데 동네에서 심심하면 만나서 작품 얘기하고 다른 영화 얘기도 하고 기존에 있던 영화 얘기하고 많은 얘기하는데 신인 감독이라서 궁금해서 더 얘기 많이 나누고 조언도 하고 시나리오의 약점이 뭘까 얘기했다.

과거 플래쉬백이 많은데 여러 번 반복되면 반복 자체가 지루하고 피로감이 생긴다. 반복하는 방법을 세련되게 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고, 장면 전환이 중요하고, 브릿지가 중요하고, 과거를 갔는데 구구절절 설명하려고 하면 안 되고 컴팩트해야 한다. 조금씩 치고 나와야 한다. 카메라 돌 때 안경 쓰는데 강의실로 변하는 그런 터치와 브릿지가 좋았다.

 

술을 많이 먹다 보면 영화 얘기하는데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내 말만 듣는 게 아니라 자기 의견이 정확히 있다. 왜 좋고 왜 싫은지 설명을 하고 의견이 부딪히면 끝까지 토론을 한다. 자기가 이해가 안 되면 끝까지 합의 안 하는데 이해되면 맞다고 딱 클리어하게 유연하게 한다. 좋은 감독이 가져야 하는 고집하고 유연성을 같이 가지고 있다. 편집본이 1시간 41분으로 8분 정도 편집한 것은 영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소 30분은 자르는데 그거도 잘 자른 영화이다. 40~50분은 기본으로 자르는데 감독이 그만큼 준비와 계산이 정확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잘했다는 것이고 자신감도 있고 똘똘한 감독이다. 근래에 내 영화 중에도 편집 조금 한 건 처음이고 그만큼 했다는 걸 본 적이 없다.

이창희 감독의 워낙 좋은 모습을 봐서 지금 벌써 다음 영화가 궁금하다. 신인으로는 나오기 어려운 완성도가 나왔다. 음악도 좋고 딱딱 떨어지는 포인트가 아주 정확하다. 음악이 제일 중요하다고 얘기 많이 한다. 영화에서 음악이 80~90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도 그렇게 생각하더라. '일급기밀' 나왔을 때 음악이 안 좋았다고 했다. 센스가 있다. 말도 잘하고 귀엽다. 키가 190인데 토실토실해서 귀엽고 '곰돌이 푸' 같고 영화 찍을 때 '빅 히어로'라고 했다. 그런 느낌인데 둔하지 않다. 둔할 것 같은데 귀엽고 말도 잘한다. 사람이 아주 매력 있는 사람이다.

 

SBS 라디오 '시네타운'에서 자전거 타고 아버지와 영화관 갔던 이야기 했던 것을 들었다.

ㄴ '시네마 천국' 보면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생각 많이 난다. 디제이 하는데 좋아하는 영화 골라 코너 만들자 해서 그 영화는 아버지 생각도 나고 해서 골랐다. 극장가면 같이 봤던 영화인데 보다 보면 영화가 좋아진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좋다. 그때도 얘기한 것 같은데 극장에 가면 옆에를 많이 본다. 깜깜한데 사람들이 앉아있고 영사기 비추고 그러는 것이 마법의 공간 같다. 극장이 그래서 기분이 좋다. 어린애가 놀이동산 간 것처럼. 영화 하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생각을 한다.

아이들과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인가?

ㄴ 아들은 '슈퍼배드'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데 극장 몇 번 같이 갔더니 어느 날 나보고 "근데 아빠, 아빤 영화배우인데 아빠는 극장에 가면 항상 왜 자?"라고 했다. (웃음) 어떻게 하면 안 잘까 했다. 인간의 본능은 재밌으면 나누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웃는 타이밍에 아이를 보면 나를 보면서 치는데 그때 씩 웃는다, 타이밍을 알아서 웃음소리 나기 시작하면 같이 쳐다보고 또 졸다가 나올 때 재밌다고 했다. 

 

직접 출연한 영화를 아이가 본 적 있는지?

ㄴ 극장에 갈만한 영화는 없었고 '궁합' 봤는데 좋았다고 하더라. 와이프랑 아이가 같이 봤다. 재밌게 봤다고 좋다고 했다. 학교에서 한글날 자료화면 보여주는데 대왕 세종이 나와서 "어 아빠다"라고 했단다. '궁합' 촬영할 때 현장에 왔다. 수원화성에서 촬영이 있었는데 용인에서 가까워서 와이프랑 보러 왔었다. 가끔 집에서 '화려한 휴가' 나오면 보여주고 슬프다고 하고 그런다. 아직 애들이라 다 집중해서 보지는 않는다.

'일급기밀'은 상영관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ㄴ 많은 관도 아니고 적은 관만 온전히 지켜줘도 손익분기 넘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 조조에 하나 새벽 2시 반에 하나 주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오후 5시쯤까지 개봉관이 안 열리고 개봉관이 목요일 거까지만 열린다거나 금토일은 수목 들어오는 거 보고 준다고 했다. 시간을 보니 전부 이런 시간대였는데 본 사람들이 소문내도 댓글들 보면 '직장인들 어떻게 보라는 거냐'라던가 '우리 집 주위에 없다' 였다. 끝끝내 찾아서 본 사람들이 20만이나 된다는 게 대단한 것 같다. 볼 수 없는 환경에서 그렇게 한다는 게 적은 게 아니다. 

'사라진 밤'은 상업영화이고 '일급기밀'은 의미가 있는 영화이다. 소재에서부터 여자친구랑 영화 보러 가는데 "방산비리 보러 갈까? 이 나라를 새롭게 만들어볼까?"라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웃음) "궁합이 맞나 보자"라고 하거나 "'사라진 밤' 리뷰 장난 아니래"랑은 다르다. 만약 '일급기밀'을 보러가자 했을 때 "오빠가 보고 싶으면 봐"라며 보기로 했는데 근처에 영화관 놔두고도 버스로 한 시간 가야 된다면 굳이 안 간다. 거기까지 갔는데 군대 얘기하고 간부 비리 얘기하고 그러면 여자친구 미쳐버린다. (웃음)

 

TVN 예능 프로그램 '촉촉한 오빠들'에서 고정을 했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ㄴ 해보려고 했었다. 괜찮았었는데 무슨 원리로 없어졌는지 모르겠다. 감동도 있고 일반 사람들 얘기라 좋아할 만하다고 했는데. 프로테이지 1%는 나왔었다. 다른 예능들 봐도 1% 안 되는 것도 많은데 아쉽다. 그냥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은 아니었고 그런 거였으면 안 했을 거다. 일반 사람 얘기에 관심이 많다. 연기하는 톤도 일반 사람 스타일이다. 스타성으로 여자가 예쁜 배우고 남자가 잘생긴 배우고 그런 거보다 일반 사람 얘기, 대변하는 연기가 가장 맞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영화배우 한다면 나같이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스타들이 나와야 하는데 스타라고 보기는 어렵다. 내가 할 몫이 있는 것 같다. 예능도 같은 선상이다. 나는 일반 사람 얘기가 좋다. '인간극장' 같은 다큐, 동물 다큐, 시사, 교양 이쪽이 좋다. 예능은 무슨 얘기하나 보려고 보통 십 분씩만 본다. 국진 형의 '이것이 야생이다'도 요즘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섭외가 많이 들어온다고 들었는데.

ㄴ 많이 들어온다. 시사 교양 예능도 하자고 하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영화 프로그램 MC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 얘기했더니 작가들이 기획사 쏜다고 했다. 빨리 되진 않을 것 같다. 이걸 하면 영화 연기를 못한다. 라디오 진행해도 1시간 프로그램은 1시간 전에 가서 앉아있고 2시간짜리는 2시간 동안 앉아 있는다. 써준 대로 읽는 거는 싫어한다. 얼추 보고 내 얘기를 한다. 그런 타입이라 영화 프로그램을 해도 굉장히 재밌는 걸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다. 라디오 DJ 같은 경우도 나중에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한다. 언젠가는 내려와야 한다. 마음은 개리 올드만처럼 그 나이 때까지 해서 잘하고 상 받으면 좋겠다.

말을 너무 잘하는데 진행 역을 하면 잘할 것 같다.

ㄴ 영화 프로그램을 한다면 상투적인 영화 프로는 안 할 거다. 내가 하게 될 영화프로그램은 진짜 영화 얘기 많이 할 거다. 재밌는 영화들 소개도 잘 해주고 싶다. 하지만 시기가 중요하다. 할 때가 됐느냐인데 하고 싶다고 해도 한편으로 결정 안 하는게 뭐냐면 연기가 아직도 재밌다. 말재주도 재주 중의 하나인데 연기랑 두 개 중 하나만 정하라면 아직은 연기가 좋다. 어제도 중간에 선배가 전화해서 음악 영화라고 시나리오 얘기하는데 음대 퀸카가 나를 보고 소개팅해달라는 느낌, 나를 콕 집어서 만나달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음이 너무 설레고 너무 좋다. 어떤 애가 올까, 요번에 어떤 애가 운명적으로 나랑 만나줄까, 지금까지 좋은 애를 많이 만났는데 하는 느낌으로 가슴이 설레고 굉장히 기분이 좋다. 얼른 시나리오 보고 싶고 아직 연기하는 게 제일 좋다. 습관이 있으니까 삶은 패턴처럼 가고 싶지만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모른다. 아직 까지는 연기가 제일 재밌다. 영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고 DJ를 하고 싶다 해도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연기가 제일 흥분되고 재밌고 기대되고 설렌다. 천년만년 주인공 할 수는 없다. 서포트 하는 입장에 가게 된다면 그럴 때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영화 '사라진 밤'을 꼭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ㄴ 너무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꼭 봐야 한다. 그냥 없어지게 두면 안 된다. 여러분들이 너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일급기밀'은 의미가 있어서 소재가 주는 중압감이었다면 '사라진 밤'은 영화다운 영화이다. '살인의 추억'이 웰메이드 스릴러라면 '사라진 밤' 역시 오랜만에 나온 웰메이드 스릴러이다. 이거 보고 재미 없다 하긴 어려울 것 같다. 나 혼자 생각이 아니라 기자, 일반 시사 평가가 그렇게 나와서 공통의 어떤 게 아닐까 생각한다. 편하게 와서 재밌게 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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