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컨셉, 탄탄한 대본, 매력적인 배우들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3일 오후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존 도우'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HJ컬처와 안양문화예술재단이 함께 만든 뮤지컬 '존 도우'는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존 도우(John Doe)'는 신원 불명의 남자를 의미하는 이름이다. 한국식으로는 '홍길동'이나 '김철수'와 유사하다.

1934년 대공황 후 신문사에서 해고를 당할 위기에 놓은 여주인공 '앤 미첼'이 사회에 항거하는 의미로 뉴욕시청 옥상에서 자살하겠다는 '존 도우'의 유서를 보낸다. 해고를 벗어난 '앤 미첼'은 진짜 '존 도우'를 만들어 내야하고 전직 야구선수인 '윌러비'를 대역으로 내세우며 가짜같은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윌러비 역에 정동화, 황민수(얼터네이트) 앤 미첼 역에 유주혜, 김금나, 캐시 역에 신의정, 김선희, 노튼 역에 이용진, 코로넬 역에 이삭, 헤더 역에 나정숙, 시장 역에 고현경, 앙상블에 조병준, 류지한, 손형준, 조은숙, 박현우, 신지섭, 고샛별, 고태연, 양성령, 조연정이 출연한다.

이날 프레스콜은 '업앤다운', '죽여주는 뉴스', '힐라치', '메이저리그', '그건 아니야', '노튼송', '캐치볼', '끝을 생각해봐', '연설' 등 9장면을 시연했다. 시연된 장면은 평범한 익명을 상징하는 '존 도우'가 '앤 미첼'과 함께하며 변해가는 윌러비'를 통해 구체화돼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가난하고 혼란스런 상황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어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 좌측부터 반능기 연출, 채현원 안무가, 황나영 작가, 배우 신의정, 유주혜, 정동화, 김금나, 김선희, 이진욱 음악감독, 한승원 프로듀서.

HJ컬처 대표인 한승원 프로듀서는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어느순간 애 아빠가 되고 살아보니까 '버틴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하게 됐다. 주변에 열심히 일하는 분들, 어르신들을 보면 옛날엔 당연히 생각한 게 무척 힘든 거구나 싶다. 그런 과정에서 '존 도우'는 정말 평범한 시민들이 하루를 이겨내고 있다는 게 대단한 승리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보잘것 없는 하루라고 생각하겠지만 저 역시 이걸 보며 큰 위로를 받았다. 그런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품의 제작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 '존 도우'의 특징은 이것 외에도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야구를 소재로한 극본 속의 디테일, 무대 위에 올라 스윙재즈를 연주하는 16인조 빅밴드의 라이브가 그것이다.

'피버 피치' 등 스포츠와 인생을 접목했던 여타의 영화들이 존재했던 것과 달리 뮤지컬에서는 스포츠를 주요한 소재로 다룬 작품을 만나기 힘든 편인데 '존 도우'는 베이브 루스의 어록을 인용하거나 '캐치볼'에 인생을 비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야구와 뮤지컬을 접목했다.

황나영 작가는 이에 대해 "야구라는 소재는 원작에도 있던 설정이지만,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뮤지컬에선 캐릭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소재를 극대화하려고 했다. 야구는 당시 스윙재즈가 그랬듯이 대공황에 빠진 미국 시민들에게 국민적 위로를 줬다. 제일 중요한 건 '팀 스포츠'라는 점을 살리려고 노력했고 작품 주제가 평범한 '존 도우'들이 하나가 돼서 인생을 캐치볼처럼 주고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야구나 당시 유명한 베이브 루스의 명언들을 가져와서 작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이진욱 음악감독은 "스윙재즈를 뮤지컬로 갖고 온 본격적인 첫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좀 찾아보니까 2-30년대 세계대전 겪으며 미국의 우울하고 혼란한 정서에서 스윙재즈가 정말 많은 국민들에게 힘을 준 돌파구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빅밴드 음악이 신나고 흥겹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선 반대에 있는 그 당시의 공황이라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미국인들의 감정을 담은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이번 작품이 가진 의의를 밝혔다. 

이 감독은 덧붙여 "밴드 구성하시는 분들이 정말 우리나라에서 재즈에 일가견 있는 분들이다. 그분들이 같이 스탠다드 넘버부터 시작해서 편곡에 대한 참여도나 넘버 소화 능력이 정말 '진짜 재즈'가 반영된 형태라서 작업하는 과정이 너무 행복했다"라며 작업에 만족을 표했다.

 

한편, 스윙재즈는 춤을 추기 위한 음악으로 스윙댄스와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뮤지컬 '경성특사'에 이어 다시 한 번 스윙댄스를 시도한 채현원 안무가는 "배우들과 좀 더 즐기려고 생각했다. 칼같은 군무의 스윙댄스보다는 '존 도우'에선 앞서 말한 것처럼 서민들의 즐기는 에너지가 더 어우러지지 않을까 싶었다. 이전에는 칼같은 파트너쉽을 시도했다면 이번엔 개개인의 커플댄스의 장점이나 신나는 느낌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거기에 맞게끔 배우들이 각자 발레나 비보잉 등 가진 특기를 살려서 믹스매치한 것 같다. 퓨전스윙댄스라고 할 수 있겠다"라며 이번 작업 과정을 밝혔다.

끝으로 원 캐스트로 주인공을 맡은 배우 정동화는 "연습할 때부터 메시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옛날 미국 이야기지만 결코 그렇게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구현하는 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도 필요한 그런 신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이 작품이 충분히 우리 관객들도 공감하실거라 믿으며 준비했다. 존도우가 다시 또 공연되고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위로받고 기쁨 받을 수 있게 많이 성원 바란다"며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프레스콜을 통해 드러난 '존 도우'는 높은 완성도가 인상적이었다. 음악과 시대 분위기를 명확하게 가져오면서 전체적인 작품의 톤앤매너를 살렸을 뿐만 아니라 인생과 자주 비교되는 야구라는 소재를 잘 녹여낸 대본. 탄탄하게 실력을 쌓아온 실력파 배우들의 출연까지 삼박자가 잘 맞아 HJ컬처에서 또 하나의 '지속가능한' 공연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기대가 모인다. 뮤지컬 '존 도우'는 오는 4월 2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some@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