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도지침' 제작사 LSM 컴퍼니 이성모 대표 단독 인터뷰

   
▲ 연극 '보도지침' 포스터

[문화뉴스] "'보도지침'을 보이콧합니다."

지난 주말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연극 '보도지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그런데 공연을 잘 봤다는 의견이 아닌, '공연 보이콧'이라는 표현이 대다수였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26일 공연 첫날, 비치된 신문형 브로슈어부터 시작됐다. 이 브로슈어엔 공연 소개 및 이성모 LSM 컴퍼니 대표 프로듀서의 기획 의도가 쓰여 있었다. 기획 의도는 다음과 같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침체되어 있었고, 공연계에는 전반적으로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가벼운 공연들만 넘쳐나는 걸 보고, 그 상황을 탈피해 모든 세대와 성별을 아우를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밑줄 친 부분에서 '여성비하' 발언 논란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 문장을 접한 팬들은 첫 공연이 끝나자마자 해당 부분을 갈무리해서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공연 칼럼니스트 '듀나' 역시 칼럼으로 해당 문구에 대해 꼬집었다. 

논란이 일어났던 밤, 이성모 대표는 사과문을 본인 SNS와 연극 '보도지침' 공식 SNS에 올렸다. 

   
▲ 이성모 프로듀서가 올린 1차 사과문 ⓒ 연극 '보도지침' 공식 트위터

그러나 사과문은 관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오히려 급하게 써낸 듯한 글의 내용으로 더 많은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다. 수백 장의 취소표도 발생됐다. 결국, 29일 2차 사과문이 공식 SNS를 통해 게재가 됐고, "23일 이전 예매 관객 중 취소를 했거나, 수수료 없이 취소를 원하는 관객은 문의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공지가 연이어 게재됐다.

   
▲ 이성모 프로듀서가 올린 2차 사과문 ⓒ 연극 '보도지침' 공식 트위터

실제로 '젊은 여성' 관객층이 연극과 뮤지컬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것은 대형 예매사이트의 예매율 분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젊은 여성' 관객이 '가벼운' 공연을 보러 다닌다는 것은 이성모 프로듀서가 관객의 취향을 멋대로 평가한 것이었다. 정말 '젊은 여성'은 '가볍지 않은' 공연은 관심도 없고 이해를 하지 못하는가? 

황당하게도 이번 일은 1980년대 언론 탄압을 소재로 '말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작품의 기획 의도가 사라지고, 역화살을 맞은 경우가 됐다.

사과문보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연극 '보도지침' 제작사인 이성모 LSM 대표를 어렵게 만났다. 관객들이 주로 비난한 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한 해명을 듣고 싶었다. 

   
▲ 이성모 LSM 컴퍼니 프로듀서가 본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보 브로슈어에 있는 문구에 대한 의미를 듣고 싶다.
ㄴ 우선 젊은 여성분들의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됐다. 잘못 표현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가 공연을 만날 보는 여자라면, 기분이 나쁠 것으로 생각하고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

연극 '보도지침' 주제는 국가, 정의, 권력, 주권, 국민 등의 키워드가 있다. 사랑, 우정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고 단어 자체의 묵직함이 있다. "최근에 한 공연보다 무겁습니다"라는 표현을 극대화하고 싶었다. "기존 공연은 가볍고, 우리 공연은 무겁다"는 말을 일반인이 느낄 땐 비하하는 의도로 생각할 수 있음을 동감하게 됐다. 우리 직원들마저도 그 표현에 대해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가벼운 공연'이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 장르의 차이 때문인가?
ㄴ 장르의 차이는 아니다. 공연기획 10년 차인데, 주제와 상관없이 장르의 범주는 달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관객층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대학로 창작 공연은 20~30대 여성관객이 떠받치고 있고, 이점에 대해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가 말한 의도는 그분들이 싫다는 게 아니라, 그분들뿐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계층이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아저씨나 할아버지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지, 젊은 분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여성만 보는 공연은 만들고 싶지 않아'라는 잘못된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 '가벼운 공연'이 일각에선 '고급스러운 사회 비판적 연극'과 비교한 '저급한' 공연의 뜻으로 보일 수 있다.
ㄴ 저급하다는 표현은 절대 아니다. 나는 흥행작을 만든 제작자가 아니다. 나는 마니아 공연, 인기 있는 공연, 이른바 'Top 3' 안에 드는 공연을 만든 적이 없다. 내가 어떻게 저급한 공연과 고급스러운 공연의 차이를 이야기하겠는가.
 

   
▲ 연극 '보도지침'에 출연하는 주요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벨라뮤즈

20~30대 여성 관객을 노리고 캐스팅을 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있다.
ㄴ 티켓파워라는 것을 생각해 캐스팅하지 않았다. 작가나 연출이 같이 캐스팅했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섭외하려고 했다. 우리 배우들의 평균 연령이 '40'에 가깝다. 정말 오랫동안 연기를 했던 배우가 필요했다. 그분들이 여성팬분들을 확보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게 여성팬들을 보유하고 있으니 캐스팅해야겠다 보다 인물에 맡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가장 논란이 있는 것이 '돈결'을 연기한 에녹, 최대훈 배우다. 실제엔 없는 캐릭터인데, 이 캐릭터는 잘생긴 부잣집 아들로, 돈이 걱정없는 귀공자처럼 보이는 캐릭터라 캐스팅했다.

첫 번째 사과문이 개막일인 26일 밤에 올려졌으나,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ㄴ 첫 번째 사과문은 너무나 잽싸게 쓴 것이었다. 인정한다. 내 부끄러움을 숨기고, 자존심을 지키려는 사과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진심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 정도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두 번째 사과문에선 내가 첫 번째 사과문에서 숨기고 싶은 게 뭐였지 생각했다. 잘못된 인식에 대한 사과문을 이어갔다. 팬 여러분이 화가 안 풀리는 것에도 당연하다고 본다.

과거 '페이스북'에 자신의 공연이 예매 순위 17위에 올라 "씁쓸하다"라는 표현을 올린 바 있다. 이번 공연과 연관 지어 본인의 글들이 공유되고 있다.

ㄴ 당시 1위부터 16위까지 공연들을 살펴보면 몇십 억부터 백 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 있었다. 당시 우리 제작비는 1억 5천만 원이었다. 그래서 씁쓸했다. 마치 내가 능력이 부족해 1.5억짜리를 만들어서 순위가 낮아진 것 같아 씁쓸했다. 능력 부족에 대한 한탄이었다. 물론 이번 브로슈어로 연관 지어질 수 있는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좋은 프로듀서가 좋은 캐스팅을 만들고, 좋은 관객을 흡수하는 상황에 내가 좀 더 투자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 팬은 차라리 당시 글에 "앞으로 1위를 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썼으면 나아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ㄴ 페이스북에 글 쓰는 과정이 내 계정이다 보니 많은 걸 생략하고 썼다. 이번 계기로 페이스북이 개인 공간이 아니고 광장의 성격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일에 걱정을 하는 배우들에겐 어떤 이야기를 했나?
ㄴ 어제(3월 29일) 배우들께 정식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렸다. 감사한 것은 배우들과 스태프분들이 나를 용서해 주지 않았다. 내가 화나게 한 팬들은 바로 그분들의 팬들이기 때문이다. 연출님, 작가님, 배우님께 감사한 것은 "용서하지 않겠다. 지금 돌아서신 관객들이 너를 용서할 때, 용서하겠다. 계속 지켜보겠다"고 한 점이다. 오히려 조목조목 잘못된 부분들을 짚어주셨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ㄴ 관객분들이 불편했고, 화가 났던 부분들에 대해 생각 없이 "일단 잘못했습니다"한 것은 나에게 잘못된 표현과 인식이 습관적으로 물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성 관객분들을 존중하는 것보다 다른 관객들에게 좀 더 어필하고 싶어한 것이 버릇처럼 있었다. 그것이 엄청난 실수를 했다고 본다. 그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공연 기획자이기 때문에 안다. 관객층을 넓히고 싶다는 핑계를 했지만, 그런데도 함부로 말했던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다.

공연때 관객분들 한 분 한 분 다 만났다. 직접 불편했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셔서 사과도 드렸다. 흔쾌히 받아주신 분도 있지만, 그래도 불편하셨던 분도 있었다.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어떤 관객분이 정성스럽게 5장 정도 하고 싶을 말씀을 편지로 주셨다. 꼭 답장을 이번 주에 써서 매표소 등을 통해 맡겨드릴 테니 꼭 찾아가셔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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