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우람 기자]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직업의 개수가 무려 12,000여 개라고 합니다. 그중에 자기 일을 천직이라 여기며 최고 일인자 위치에 오른 사람을 만나봅니다.

'업계의 선수' 코너는 다양한 직업에서 선수라 불리는 전문가의 열정과 긍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한 숨은 헌신과 애환을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 영광의 첫 주인공, 야구와 축구 그리고 일본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업계의 선수, 서영원 칼럼니스트를 초대합니다.

 

 

▶ 진 행 자 : 이우람 (문화뉴스 MHN 편집장·마포 FM_100.7MHz #이우람의트렌드피디쇼 DJ)

▶ 게 스 트 : 서영원 (스포츠 칼럼니스트)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ㄴ 안녕하세요. 서영원입니다. 야구와 축구 분야를 글로 알리는 일을 해왔습니다. 거기에 더해 특히 사람들이 모르는 일본의 야구와 축구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며 교류하고 있습니다.

▲ ⓒ  손흥민 선수와 서영원 칼럼니스트 (서영원 씨 제공)

 

어떻게 야구, 축구, 일본 이 세 가지를 엮어서 콘텐츠를 전하게 되었나

ㄴ 제가 고교생 때는 한창 박지성 선수가 에인트호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것을 지켜보며, 아침 등교할 때부터 집에 갈 때까지 축구 이야기를 온종일 하는 애들이 있던 시대였다. 저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다.

마침 담임 선생님 지인 중 출판 쪽에 있던 분이 있었다. 선생님이 지인을 소개해주셔서 객원기자 일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마침 유럽 프리미어 리그에 대한 콘텐츠가 활성화되는 시기에, 그 시기를 살았던 고교생으로서 '어떤 선수가 좋다, 이 팀이 어떻다' 등에 대한 글을 쓰라는 제안을 받았다. 나중에 '축구 길라잡이'라는 이름의 책도 출판했다.

지금은 스마트 폰 시대라 검색하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과거에는 오프라인 매체인 잡지, 책을 통해 깊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유명한 책 중 하나를 서영원 씨가 무려 고교생 때 써서 깜짝 놀랐다

ㄴ 유럽축구가 활성화되는 시대에 인쇄물로 족적을 남겨두었다는 것에 대해 이 분야에 뭐라도 남겼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후 대학에서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일반직장에 입사했다.

사실 스포츠 분야로 갈지 고민했지만, 전공을 살린 일을 하라고 주변에서 많이 권유했다.

일본어는 이전부터 할 수 있었고 회사에서 파견도 갈 기회가 있었고, 현지분과 교류할 일이 많았다.

한국 일본 자주 오가며 자연스럽게 야구와 축구에 대해 얻게 되는 지식이 많게 되어 '국내에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야구친구' 측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야구친구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기고하는가

ㄴ '야구친구'는 카툰, 칼럼 등 야구 콘텐츠를 소개하는 매체이다. 그동안 일본 야구 담당으로 기사를 작성해왔다. 야구를 떠올려보면 대중적이면서도 마니아틱한 면이 모두 있다.

저는 야구 종목 안에서도 특히 일본 야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나, 일본 스포츠의 현장감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많은 분이 좋게 봐주시고 있다.

▲ ⓒ 서영원 씨 제공

야구와 축구 두 스포츠 종목의 기자 일을 병행해왔다. 다른 콘텐츠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ㄴ 사실 '야구에서 누가 3할 몇 푼 몇 리'고 '축구는 드리블 성공률이 몇 퍼센트다'와 같은 이야기는 방 안에서도 찾을 수 있는 정보이다. 특히 일본의 야구, 축구는 주로 마니아층에서 많이 본다.

경기 결과나 내용, 전망은 다들 잘 찾을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제가 따로 다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종목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 우리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일본 FC도쿄라는 팀에서 지역마케팅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지역민과 어떻게 교류하고 있다.' , '일본 홋카이도 야구팀이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초대했다.' 이러한 경기장 주변의 이야기, 비하인드 스토리, 인터뷰를 풀어내는 것이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일본과 한국을 활발히 오가다 현재는 일본계 회사에 이직했는데 현지 생활은 어떤가

ㄴ 이전에는 한 달에 2~4번씩 자주 오간 편이었다. 그러다 젊은 시절에 해외를 오갈 수 있는 일을 안 하면 더 나이든 4~50세 때 후회할 것 같아서 이직했다. 일본에서 근무한 지는 반년이 지났다.

일본 가서 살면 좋지 않냐고 많은 분이 물어보신다. 잠깐의 일본 여행은 대부분 만족도가 아주 높으신 것 같다. 그리고 유학을 다녀오신 분들의 만족도를 물어보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는, 반반의 의견을 제시하더라. 일본에서 일하는 건 정말 잘 맞으면 쭉 가고, 안 맞으면 바로 돌아온다고 보면 된다.

저는 60% 만족하고 있다. 식습관이 너무 다른 부분이 힘들다. 우리나라는 백반집에 콩나물, 콩자반 등 밑반찬과 국이 있는데, 돈부리와 단무지로만 한 끼를 먹는 일본 식문화가 제게 맞진 않더라.

여행은 어쩌다 몇 번 먹는 것이니 괜찮지만 삼시 세끼를 다 그렇게 먹어야 하니.. 힘들었다.

혹시 일본에 가는 분들이 사 올 만한 추천 물품이 있는지

ㄴ 사케를 구입하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일본에서 살 수 있는 사케는 대략 정말 비싸도 한국 돈으로 10만 원~10만 원 중반이다. 국내에 들어오면 일본 선술집에서는 4~50만 원대가 된다. 사케 등급 중에 준마이 다이긴조급으로 사오시면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직접 겪어본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ㄴ 친절하신 분들도 대체로 많고 좋다. 다만 많은 분이 일본 여행 가서 느낀 친절을 일본사람들의 성향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그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문화는 확실히 있지만, 같이 섞어서 살다 보면 길에서 술 취해서 토하고, 새치기하고 이런 것은 한국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인으로부터 친절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배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지양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제가 생활하면서 일본 사람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된 점은 직업 선택에 있어서 성별 고정관념이 적은 편이라는 것이다. 15t 되는 덤프트럭을 20대 여성분이 국내에서 몬다고 생각해보면 굉장히 드문 경우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꽤 있다. 반대로 여성 의류 디자인 업계도 국내보다 남성에게 많이 열려있다. 그런 걸 보면 어떤 면에서 가부장적이지만 어떤 면에서 개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일본이 취업률이 높다는 기사도 많이 나오고 있어 일본 취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ㄴ 취업이 잘된다고 일본으로 가는 건 엄청난 도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제가 30대 초반인데 가족, 친척, 친구 같은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다 성장하고 건너가서 만나는 사람은 일로 만난 관계이다.

그래서 터놓고 말할 사람이 많지 않다. 만일 가게 된다면 인간관계가 엄청나게 축소된다는 것을 염두 해야 한다.

혼자 잘 지내는 내향적인 분들은 괜찮을 수 있지만, 활동적인 사람은 답답하실 수 있다. 특히 회사문화도 국내와는 많이 다르다.

케이스마다 다르겠지만 일본의 회사 문화는 많이 보수적이다. 복장도 그렇고 많이 사소한 부분까지도 매뉴얼화 되어있다. 바로 취업하는 것보다 유학을 통해 체험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에 직접 경험한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땠는지

ㄴ 일본 소설과 영화에서 시골이 아름답게 그려져 많은 분이 환상을 품고 있다. 일본 시골에서 살다가 왔는데 한국과 똑같다. 막차도 5시 반이면 끝나고. 젊은 사람이 가서 생활하기엔 힘든 조건이다.

시골에서 생활하다 멧돼지에게 물려서 죽을 뻔했다. 멧돼지가 막 돌아다녀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마을에서 날 잡고 멧돼지 사냥도 하더라.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보며 일본 대표팀의 활약상도 관심 있게 보셨을 것 같다

ㄴ 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기자는 아니지만, 대중이 어떤 내용에 관심이 많고, 콘텐츠가 어떤 요인으로 인기가 많은지 분석해야 콘텐츠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올림픽 경기 금메달이 나오면 신문 1면에는 어떻게 소개되는지, 포털 사이트 검색어 반응은 어떤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일본 컬링 대표팀에 대한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ㄴ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원래 일본에서 전혀 기대 안 했던 대표팀이었는데 이번에 동메달을 따고 나서 광고가 스무 개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팀은 150개라고 들었다. 아무튼, 일본에서도 컬링 종목이 재조명되고, 선수층이 좁았는데 앞으로는 넓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한다.

일본의 올림픽 선수는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는 선수들이다. 보험상담사, 판매원 등 직종에서 근무하며 본업을 유지하되 올림픽 기간에는 회사의 배려를 받고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어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물론 초교 때부터 대학까지 계속 운동했던 선수들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운동을 전공하고 취업시즌이 될 때 프로 아니면 갈 데가 없어 결국 운동을 접는다. 일본은 특별전형이지만 일반 기업에 평범하게 입사한다. 한편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월급을 주며 '이 선수의 소속은 BBB 은행, BBB 대리점이다.' 이렇게 홍보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채용한다.

국내 컬링 대표팀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반응이 어떤가?

ㄴ 일본에서 '안경 선배 김은정 선수'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처럼 안경 쓴 모습, 안경 벗은 모습, 영미를 외치는 모습이 모두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신문 1면에 실린 국내 컬링 대표팀 기사는 전부 안경 선배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 컬링 대표팀 후지사와 사츠키가 국내에서 이슈된거랑 동일한 상황이라고 보시면 된다.

우리가 알아두면 좋을 유명한 일본 스포츠 선수가 있나

ㄴ 일본 인기선수 5위를 차지한 탁구 선수 후쿠하라 아이 씨, 여자 축구 대표팀 사와 호마레 씨가 유명하다.

여자축구 이민아 씨가 일본에 진출하셨는데 현지 반응은 어떤지

ㄴ 지금 현지 고베팀에서 뛰는데 선수단보다 더 유명세를 떨치는 분위기다. 이민아 선수는 지금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향후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가

ㄴ 장기적으로는 '공간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문제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땅도 협소하다. 일본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면서 '제한된 공간에서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홍대입구역 인근 건물에서 실내 풋살장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저출산 시대이다. 어쩌면 미래에는 11대 11로 축구가 안 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3대 3, 6대 6으로 경기하는 축구가 대중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축구를 하는 체육시설 기능뿐 아니라 월드컵 응원전, 쇼핑몰 촬영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려고 계속 고민 중이다.

10년 전의 꿈 그리고 10년 후의 꿈은?

ㄴ 제가 10년 전 객원기자로 글을 쓰던 때에는, 지금 이 나이가 된다면 어느 구단에 출입할 수 있는 기자, 월드컵도 갔다 올 수 있는 기자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월급 받지 않고 제 사업을 하고 있기를 꿈꿔본다. 그런데 10년 전 예측한 지금 모습이 완전 달랐기에 앞으로도 전혀 모르겠다.

지금 뭔가를 바라고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나중이 되면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게 성장하는 과정인 것 같다. 10년 전에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경기에서 지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축구팀의 승패 여부는 내 인생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리고 축구나 야구 이외에도 재미있는 건 세상에 참 많다.

▲ ⓒ 서영원 씨 제공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ㄴ 영화 강철비에서 남북 분단에 대한 고통보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는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다. 저 역시 한일 관계 문제는 그걸 이용하는 사람에 의해 반일, 반한 감정 갖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적으로 사과할 것, 사과 받을 것은 하면서 앞으로 한일관계가 나아지길 바란다.

함께 한 소감?

ㄴ 좋은 시간이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좋은 한 주 보내시라.

 

▶ (링크) 업계의 선수 서영원 칼럼니스트 인터뷰 바로 듣기

pd@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