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많은 호평을 받은 스페인 감독 오리올 파울로의 영화 '더 바디'(2012)를 리메이크한 영화 '사라진 밤'이 8일 개봉했다. 연출을 맡은 이창희 감독은 '남편이 죽인 아내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원작의 전반적인 흐름은 가져오되 크고 작은 설정에 한국적인 색깔을 입혀 더 탄탄한 스토리를 담은 새로운 스릴러로 완성해냈다. 극장가 비수기 속에서 개봉한 '사라진 밤'은 현재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있다.

문화뉴스가 '사라진 밤'에서 아내를 죽인 남자 '박진한'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나리오로 봤을 때랑 실제로 나왔을 때를 비교해서 어떻게 봤나?

ㄴ 시나리오보다 재밌었다. 시나리오는 대본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확 안 닿는 부분들이 영화 보니까 좀 이해가 갔다.

원작과 차이가 좀 있는데 원작을 봤는지?

ㄴ 시나리오 받고 원작이 궁금해서 봤다. 유럽 영화이다 보니 감정이나 표현이 무심한 경향이 있다. 내가 연기한 '박진한' 캐릭터는 기능적인 캐릭터이고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비교 대상이 있어서 리스크를 안고 시작한다. 원래는 작품 결정을 빨리하는 스타일인데 결정에 뜸을 엄청 들였던 것이 리메이크라는 점과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재밌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명 감독님들도 한정된 공간에서 하다가 산으로 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신인 감독님이신데 결정을 못 하고 머뭇머뭇하고 있으니까 제작사에서 감독님의 단편을 보여줬다. '소름'이라는 작품인데 시골 피씨방에서 일어나는 더 한정적인 작품이다. 거기서 시작하고 거기서 끝나는데 너무 재밌다. 서스펜스이고 긴장감도 너무 있고 캐릭터들도 다 살고 유머러스함까지 있어서 이 분이 이걸 선택한 건 자신감이 있어서겠다고 생각했다.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였다.

 

맡은 캐릭터가 악역이어서 더 고민이 되었다고도 했었는데 어떻게 살리려고 했나?

ㄴ 작품 선택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건 작품만 봤다. 캐릭터만 보면 못 하겠었다. 정말 비호감이지 않나? 최악의 비호감 캐릭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적으로 봤을 때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지금까지 봐왔던 스릴러도 아니고 그래서 하게 됐다. 지금 하는 드라마 같은 경우는 오로지 캐릭터만 보고 들어갔다.
악역이라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극 중 '박진한'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벌인다. 다른 스릴러와는 다르게 구체적으로 초반에 까놓고 시작하니까 그렇다면 이 인물을 끝까지 사람들이 호흡을 가지고 따라오게 하려면 나를 조금이나마 지지할 수 있는 무언가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건 연민이었다. 그 부분을 찾는 데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윤설희'와의 결혼 기간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을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것에서 저 사람이 얼마나 큰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는지, 폭력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폭력을 당하며 살았는지를 보여줘야 했다. 부부관계는 다 서로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여야 하는데 이 인물들은 수직적인 관계이다. 보통의 여타 부부와는 다른 것을 표현해야 해서 개인적으로는 더 전사가 있었으면 했다. 그래야 관객들이 더 이해하기 쉽고 캐릭터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감독님이 충분할 것 같다고 했다. 시나리오에서는 그 부분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 설명된다는 게 납득이 되었다.

 

그동안 여러 감독님이랑 함께 해왔는데 신인 감독님이기도 하고 딱 찍을 것만 찍는 감독님과 해보니까 어땠나? 

ㄴ 많이 찍는 게 흉이거나 적게 찍는 게 칭찬은 아니지 장점이 있다. 촬영하는 동안에 이 사람에 대한 믿음은 사실은 없었다. 왜냐하면, 감독님 자체가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긴장도 안 하고 있고 덩치도 커서 우리가 '빅히어로'라고 하고 그랬는데 그냥 모르겠었다. 재능이 확 보여지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래서 불안했다. 불안해서 많이 찍자고 요구를 했다. 찍는 게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제작사에서 못 찍게 하나도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머릿속에 콘티가 완벽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칭찬받을 일이다. 그런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현장이다. 막 천재성이 발휘되지 않았지만, 요즘 들어서 정말 좋은 영화는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감독님은 그런 면에서 완벽한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뿐 아니라 스태프들, 다른 배우분들 전부 다 '이런 사람이었어?'하고 놀랐다. 이렇게 치밀하다니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더 잘해줄 걸 그랬나 싶었다. (웃음) 단순히 재능만 있다면 매력이 없을 텐데 인격적으로도 너무 좋다. 인성이 좋고 자기 고집만 부리지 않고 다른 사람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배려심이 좋다.

 

김희애와 어떤 커플로 보이려고 했고 호흡은 어땠나?

ㄴ 설정 자체가 연상연하 커플이다. 오히려 원작에서는 여배우가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워낙 예쁘시고 관리도 아무래도 잘하시니까 나이 차가 많이 남에도 불구하고 부조화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김희애 선배님이 이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굉장히 기뻤다. '윤설희'라는 캐릭터가 영화적이고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소지가 크다. 대사도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 그대로 친 건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대사를 치기가 쉽지 않다. 남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말 등이나 캐릭터가 선배님이기 때문에 다 살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씬이 아니지만 존재감이 부각이 됐었고 옆에서 보면서 감독님이 복 받았구나 싶었다.

 

김상경과 연기 톤의 스타일이 달랐다. 함께 하면서 어땠는지?

ㄴ 이 영화에서는 캐릭터들이 좀 다르게 가야 한다. 인물 같은 경우 호흡은 연기 중의 하나이다. 두드러지게 보여질 수밖에 없는 것은 아내를 죽이고 국과수에 들어가면서부터 관객들은 저랑 같이 가야 한다. 다 알고 시작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제가 하는 말,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반응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받아주실 수밖에 없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 나랑 같이 사건 속으로 가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고도의 계산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 작품이었다. 연기하면서 계산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 작품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됐다. 하룻밤 사이에 분 단위, 시 단위로 쪼개져서 다 나오는 씬들이 있다. 그런 디테일이 살아야 끝까지 볼 수 있는 재미가 있고 관객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모르고 있는 형사들을 대하는 내 모습에서 쾌감을 느끼고 궁금해하고, 혼자 있을 때 또 돌아와서 안도하거나 긴장할 때 진짜 감정이 나오면서 다른 호흡이 나온다. 계속해서 다르게 써주지 않으면 같은 공간에서 정말 재미가 없다.

상경 형과의 호흡은 재밌었다. 상경이 형도 형사 캐릭터를 많이 했고 나도 형사 캐릭터를 꽤 했다. 남자 배우한테 형사, 검사 캐릭터는 숙명이다, 한번 하면 계속하게 돼서 형의 기분을 십분 이해한다. 상경 형하고는 '하하하'(2009, 홍상수 감독) 작품에서 함께 했는데 만약 형하고 작품에서 만나면 형이 범인이고 내가 형사가 아닌 형이 형사를 하는 작품에서 같이 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가졌던 큰 이유 중 하나는 많은 형사 역할이 있지만, 형도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생각도 했고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히 있다. 인간적인 푸근함도 있고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형사, 매력적인 형사를 연기하시는 선배 배우라고 생각한다. 김희애 선배님은 멜로를 해보고 싶었던 배우였고 두 분 다 내 머리속에 막연하게 있던 거다. 

 

살인자라는 점을 떠나서 대학교수인데 이미지가 잘 맞았다. 냉정한 지식인 역할, 엘리트로 서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ㄴ 지식인보다는 항상 몸으로 뛰는 걸 많이 해서 편하긴 했다. 앞에서 왔다갔다하고 몸을 안 써도 되니까. 차별성을 두고 싶었다. 왜냐하면 '박진한'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은 그 삶이었다. 그냥 학업에 충실하고, 교수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런데 자기가 욕심을 부리다가 잘못된 선택을 해서 결혼생활을 하게 됐다고 믿었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순간의 유혹에 잘 빠진다. 부, 명예, 권력에 빠지다가 말년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박진한'도 그런 경우다.
영화 속에 이런 대사가 있다 설희가 와인을 마시고 나서 "놀러 가자, 일 나가지 말고, 오늘은 쉬어"라고 했을 때 "당신은 내 일이 우습지?"라고 한다. 박진한 입장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 같다. 그 대사는 원래 시나리오에 없었고 그냥 '설희가 먹는 모습을 보고 긴장한 박진한'이라고 되어있었는데 그 대사를 넣으면 어떠냐며 넣었고 너무 좋았다. 진심으로 대사가 나왔다. 사람이 아무리 돈이 있고 옆에서 서포트를 잘해주고 해도, 자기가 자존심을 갖고 있는 일을 무시당했을 때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만큼 힘든 게 없다. 그런 것들이 표현되길 바랐다.

 

본인이 그런 상황이라면?

ㄴ 상상을 많이 해본다. 어떤 분들은 차도 바꿔주고 원하는 거 다 해주고 그럼 말만 잘 듣고 살면 되지. 모든 남자가 원하는 삶 아니냐 하겠지만 닥쳐봐야 알 것 같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 않나. 마음이 편하게 살아야지. 감옥 같은 삶 안에서 모든 것이 추적당하고 나의 존재는 진짜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산다는 것은 고통이다.

영화 속 윤설희는 초혼인가?

ㄴ 초혼으로 믿고 있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초혼인 걸로 알았는데 생각해볼 문제이다. 아이도 없고 하니 설정은 초혼인 듯 하다. 결혼할 필요가 없는 여자인데 다 누리면서 충분히 살 수 있는데
하나 더 덧붙이고 싶었던 것 같다. 근사하고 능력 있는 남자를 남편으로 옆에 두고 싶은 부속품처럼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박진한'은 뭔가 저 여자로 인해서 더 큰 이상을 발현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일말의 기대가 있는 것이다.

 

영화 소재가 조금 무섭다는 느낌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ㄴ 이 작품이 포스터도 그렇고 제목이며 타이틀도 '내가 죽인 아내 시체'이기 때문에 공포물로 아실 것 같기는 했다. 공포를 아예 배제하시고 오는 분들이 있어서 절대 무서운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보통은 스릴러가 끝나고 나서 '이런 반전이 있었어 몰랐지?'라고 뒤통수 치는 게 아니다. 범인을 찾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범인을 누가 죽였는지 아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같이 극장에 들어가시는 분들이 20~30분 지나면서부터는 각자 다른 추리를 하게끔 만든다. 결과가 재밌는 영화가 아니고 과정이 재밌는 영화이다. 그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재밌는 것 같다. 한 영화를 보는데 각자 다른 추리를 하고 있고 서로 예상치 못한 결말을 서로 보게 되는 그런 여타의 스릴러와는 다른 특색이 있는 영화라고 하고 싶다.

 

연기도 잘하고 작품도 많고 감독들한테 사랑도 많이 받는데 너무 아쉽게도 흥행 면에서 아쉬운 게 있을 것 같다. 좋은 작품이 많은데 흥행 기대를 안 할수는 없을 것 같다.

ㄴ 모든 작품이 흥행하면 좋다. 흥행을 위해서 작품을 하기도 하고 시청률을 위해서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이 일이 한 작품 한 작품에 따라서 평가를 받고 일희일비할 수 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을 바꿨다. 연극 공연을 하고 바뀐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다시 징글징글하게 싫었던 이 일이 너무 좋아지는 순간들이 왔다. 나한테는 애증이 됐다. 그러면서 이 일은 정년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배우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배우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살지 않는다. 단순하게 돈벌이로 가족부양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이상의 발현일 수도 있는데 그 안에서 더 큰 부와 명예를 얻으면 그건 어떤 직업을 가지든 당연히 행복한 거다. 

그 과정을 무시하면 안 된다 그럼 자기가 불행해진다. 요즘은 10년 정도 끊어서 생각하려고 하고 있다. 4년쯤 후에 다시 10년 단위로 묶어서 다시 생각을 해보려는데 그 방법밖에 없다. 이거를 어떻게 발버둥 친다고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계속 하나 하나 쭉 비교해나가면 내가 노력을 했느냐 안 했느냐는 내가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행히 반응 리뷰 좋다.

ㄴ 다행이다. 기대치를 낮게 가지셔서 그런지. 기대치를 높게 가지면 실망이 큰 법이니까. 영화가 흥행이 된다는 건 여러 가지 요소들이 섞여져야 되는 것 같다. 불안함도 있다. 시국이 어수선하고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터지고 내가 그런 경험들이 많다. 메르스 사건 중에 영화 개봉도 했었고, 드라마 하다가 중단됐던 경험도 있다. 2014년에 하고 있던 '골든 크러스트'는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1~2회 방송하고 스탑됐다. 드라마, 예능이 전체 스톱된 경험도 있다. 개인적인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메르스 때는 극장에 아무도 없어서 다른 작품들은 뒤로 밀렸는데 '간신'은 개봉을 강행했다. 무대인사 가서 아무도 없어서 충격을 받았다.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라진 밤' 같은 경우도 할 수 있는 일은 오늘까지가 다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하늘이 도와야겠다.

 

예능 나가서 홍보하고 싶었는데 소치 올림픽 때문에 못 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ㄴ (웃음) 그랬던 것 같다. 그런 운은 없다. 그게 어떨 때는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 때가 있었는데 그랬기 때문에 오래 할 수 있는 힘이 된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왜 그러나 하면 자기 손해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야 하고 감정선 복잡한 게 많았을 텐데 연기하면서 어떤 게 제일 힘들었는지?

ㄴ 말씀드렸던 것처럼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잘 유지해나가면서 조금씩 변화를 가져야 되는 것이다. 윤설희와 만났을 때 그 세월이 다 묻어나야 되고, 이 여자를 죽일 수밖에 없는 심리 상태가 조금씩 조금씩 표현이 되는 것들이다. 이 영화는 특이한 게 내가 지금까지 했던 연기들은 던져놓고 리액션을 보고 받으면 되는데 나한테 오는 것들을 다 리액션을 줘야 하는 캐릭터라서 내가 연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선을 잘 지키고 있는 건가 불안감이 계속 있던 작품이었다. 얼렁뚱땅 끝나버린 느낌도 있고 연기를 좀 밋밋하게 했나 걱정도 많고 되게 불안했다.

 

실제로는 부러움 많이 사는 부부로 많이 알려져 있다.

ㄴ 저는 그냥 평범하다. 평범하게 아이를 키우려고 하고 평범한 부부생활을 가지려고 한다. 모 매체에서 부풀려서 보여지는 것 뿐이지 절대 그렇지 않다.

아이를 절대 공개를 안 하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진짜 안 한더라. 굉장히 많은 제안을 받았는데 SNS에서도 보여지지 않는다.

ㄴ 단순하게 말씀드리자면 자기 새끼는 자기가 제일 귀엽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데 남한테까지 귀여움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예를 들어 왜 공개를 안 하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부모가 배우라고 해서 내 자식이라고 해서 그 친구들의 인생까지 내 마음대로 할 권리는 없다고 본다. 하나의 개체이다. 하나의 개인인데 부모라고 해서 마음대로 아직 의사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을 공개한다는 건 내 관점, 신념에서는 어긋난다. 다른 이유는 없다.

단순히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아빠일 뿐이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남편이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대한민국의 한 남자일 뿐이다. 그거로 인해서 아이들이 영향을 받는다면 배우를 그만둬야 한다. 우선순위는 없는 것 같다. 만약에 그 친구들이 정말 커서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정말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면야 고려의 대상이 되겠지만 이거는 고려의 대상조차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빠라고 개인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다른 분들이야 행복한 시절을 남기고 싶어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질문은 난감하다. 나의 답이 누가 될 수 있고 실례가 될 수 있다.

 

아들들이 배우 하면 100% 반대한다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단호했던 이유는?

ㄴ 와전될 수 있는 소지가 될 수 있는 질문이고 답이었다. 그렇게 배우가 싫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나쁘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 순전히 그냥 전적으로 부모의 입장에서 내 아이를 봤을 때 말씀드린 거다. 왜냐면 이 직업을 지금까지 5~6년 이상 되면서 쉽지 않다는 걸 너무나 많이 느꼈기 때문에 어느 부모가 쉽지 않게 가겠다는 자식을 하게 하진 않을 것 같다. 아니까 말리고 싶은 거다. 엄청난 멘탈이 필요한 일이다. 한 작품마다 평가받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해해야 하고 또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뭔가 한다면 다른 예술을 하면 좋겠다. 화가나 음악가나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깊이 있게 들어갈 수 있는 분야들, 알아서 하는 거지 말린다고 안 할 것도 아니고.

원작이 할리우드 영화라던가 많이 좋아하는 나라 영화가 아니다보니 극장에서 많이 본 영화는 아니었다.

ㄴ 티비나 다운 받아서 보시는 분들이 입소문이 평점도 굉장히 높다. 새롭고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스릴러였다. 상경 형이나 희애 선배는 안 봤다고 했는데 나는 궁금한 것은 못 참는다. 차별성을 두고 싶었는데 영화가 완전 다르다. '박진한' 캐릭터부터가 완전 다르다. 원작 한번 보면 좋겠다. 정말 좋은 영화이다.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원작이 있기 때문에 결말을 알고 보시는 분들이 있을 거다. 어떻게 봐주실지에 대해 걱정이 된다. 비교하실 거지만 좀 용기 있는 시도라고 봐주면 좋겠다. 보셨던 분들, 안 보셨던 분들도 전혀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좋겠다. 원작 보신 분들도 이 영화는 색깔이 많이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시고 보시면 좋겠다.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밌다. 생각보다 그 영화를 보신 분들이 많다. 오리올 파울로 감독님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남자의 파멸에 관련된 것 3부작, 다른 작품들도 판권을 국내 다른 제작사에서 산 거로 알고 있다.

 

드라마 '써클'을 고를 때도 정극 연출을 했던 감독이 아니라서 배우로서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갈등이 있는 부분이었을 텐데 감독의 어떤 점을 보고 작품을 고르나?

ㄴ 민진기 피디님 같은 경우엔 작품 고르는데 기준에 있어서 결정하게 된 것이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소재에 대한 희소성이었다. 그 소재가 독특했고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단지 정극을 연출하신 분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감은 있는데 오히려 그럴 때는 긍정적으로 좋은 면을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여러 가지 요소 중에 다수가 괜찮다. 리스크 있는 부분들을 조금 고민해보지만 그분을 만났을 때 가지고 있는 자신감 플러스 한편으로는 정극으로 했던 기존의 감독들보다 오히려 이러한 다른 분야를 했던 분들이 좋은 결과물을 내주신 선례들이 있었다. 그 방송국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분의 상상력이나 재능을 발현시켜줄 수 있는 방송국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맞아서 선택했다. 어느 정도 리스크가 없는 작품은 없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너무 좋았다. 아는 것,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스마트하고 합리적이고 더 큰 좋은 작품을 앞으로 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다음부터는 운이라고 생각한다. 이창희 감독님도 마찬가지로 리스크가 있지만, 가능성을 보는 거다. 캐스팅을 결정한 가장 큰 요인은 그분의 거대한 덩치가 아니라 단지 단편 영화가 이 작품과 매치가 너무 잘 되고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 작품이 잘되면 제 운인 거다. 이거저거 다 따져보고 그러다가 세월 다 지나가면 개인적으로 작품을 많이 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배우는 작품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배우이고, 그래야 연기도 는다고 생각해서 하나하나까지 다 따져서는 머리 아파서 못한다. 나머지 리스크는 내가 메꿔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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