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레드북'의 새로운 '브라운' 배우 이상이와 만나다.

최근 좋지 않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는 공연계지만, 묵묵히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작품들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도 단연코 눈에 띄는 창작 뮤지컬이 있다. 오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레드북'이다. 트라이아웃 당시 높은 인기를 얻어 이번 본 공연에서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완성도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뮤지컬 '레드북'은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엉뚱하지만 당당한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청년 브라운이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다. 아이비, 유리아, 박은석, 이상이, 지현준, 홍우진, 원종환, 김국희, 윤정열, 안창용, 김승용, 허순미, 정다희, 황두현, 김상균, 이다정, 김우석이 출연한다.

 

배우 이상이는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호평받은 배우 박은석과 함께 극 중에서 안나에게 점점 빠져들어가 그녀에 의해 변화하는 보수적인 남성 변호사 브라운 역을 맡았다. 그는 박은석에 이어 또다시 남성적이고 선 굵은 비주얼 속에서 귀엽고 재치있는 모습까지 담아내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미친키스', '타지마할의 근위병' 등 강렬한 분위기의 연극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 '안단테' 등 드라마까지 출연하며 자신의 입지를 꾸준히 넓히고 있는 배우. 이상이를 만나보자.

 

반갑다.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우선 '레드북'에 관한 이야기 전에 짧게 묻고 싶은 게 있다. '타지마할의 근위병' 이후 무대로 돌아왔다. 어려운 작품을 열심히 공연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타지마할의 근위병'이 다시 공연된다면 또 출연할 의향이 있나.

ㄴ 당연하죠. 다시 올라올 거라고 생각하고 그땐 불러주신다면 '휴마윤'을 연기하고 싶어요. 초반엔 한 2주 정도 배역을 정하지 않고 다같이 리딩을 했어요. 그래서 각자 '바불'과 '휴마윤'스러운 모습을 발견했었어서 이번엔 기회가 되면 '휴마윤'을 해보고 싶네요.

다시 한 번 할 수 있길 바란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뮤지컬 '레드북' 어떻게 공연하고 있는지 소감을 들려달라.

ㄴ 너무 재밌게 하고 있고 작가님, 작곡가님이 너무 좋은 글과 노래를 해주셔서 공연하기 전에 매번 배우들끼리 오늘은 어떻게 해볼까 하고 더 고민하며 연습을 해보고 있어요. 공연하기 전에 집에서 극장 올 때까지 녹음한 거, 연습한 거 들으면서 오는데 첫 곡 들을 때마다 너무 설레고 끝날 때까지 재밌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노래만 들어도 설레는 작품'이에요. '브라운'은 (박)은석이 형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연습하다 보면 배우가 고민한 흔적이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근데 (박은성)형이 많은 고민을 했었고 최고의 행동을 선택해서 내놓은 거 같아서 형님께 많이 배웠어요. 만나서 고민하며 같이 풀었던 것도 있고 해서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지난 2017년 방송과 연극으로 알찬 한해였다. 방송과 연극이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감각을 돌이켜보면 어땠는지.

ㄴ 새로운 영역이죠. 제가 사실 청소년 때도 방송을 조금 했었어요. 재연 프로라거나, ebs의 잉글리시 채널 중3영어, '잉글리시 다이어리'도 했었고요. 그때 이후 많이 잊고 오랜만에 다시 하게 됐는데 무대에서 하던 연기와는 또 다르게 프레임 안에서 하기에 저만의 연기를 보여주려 했어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 건 사실 겁보다는 설레임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계속하고 싶어요. 아직은 어린아이처럼 너무 설레요.

배우 이상이에게 '새로움'이 빠질 수 없는 것 같다. 본 공연 전에 열린 '언플러그드' 콘서트에서도 '신사의 도리'를 직접 편곡했다. 찾아보니 옛날부터 기타치며 노래하는 영상들도 나오더라. 참 할 줄 아는 게 많다(웃음).

ㄴ 할 줄 아는 게 많다기보다는 흥미가 생기면 좀 파고드는 성격인 거 같아요. 사실 그때 제가 편곡 작업을 했지만,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낼 때 장난스럽게 하는 것처럼 아이디어가 생기는 거 같아요. 회의 때 이것 저것 많이 시도하잖아요. 저도 '신사의 도리'를 기타로 치면 재밌겠다 싶어서 하게 됐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연기 외의 것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중1 때부터 기타 연주한 영상을 올린 적도 있어요(웃음).

 

이번 뮤지컬 '레드북'에 캐스팅된 과정을 들려달라.

ㄴ 일단 창작진 분들의 영향이 있었어요. 한정석 작가님이 '무한동력'때 드라마터그로 계셔서 작가님 통해서 미팅한 뒤 참여하게 됐어요. 작가님이 좋게 봐주셨다고 하더라고요.

레드북이 가진 ‘로맨틱 코미디’를 본다면, 정석적인 구조를 뒤집은 모습에서 웃음을 준다. 특히 브라운이 부끄러워하면서 고백하는 장면에서 그런 면이 극대화되는데. 어떤 심정으로 연기하는지.

ㄴ 브라운의 입장에서 처음 그렇게 이성에 대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어렸을 때 그런 경험이 다들 있을 거 아니에요. 처음이라서 서툰 그런 걸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특히 그 고백장면에선 사랑을 처음 마주한 서툰 브라운의 모습. 그렇기에 귀엽고 그래서 더 애정이 가고 그런 모습을 표현하려 하고 있어요.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

ㄴ 무척 브라운에 어울린다는 말씀을 많이들 해주셨고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는 점프를 잘한다. 점프력이 가장 좋다 이야기를 들었어요. 다른 이야기도 있을법한데 정말 점프 이야기가 가장 많아요(웃음).

 

브라운은 연애를 못해본 ‘모태솔로’다. 연기하며 이 시절이 생각날 수밖에 없을 텐데 어땠는지?

ㄴ 다 처음은 서툴잖아요. 제 첫 짝사랑? 초등학교 시절이었던 거 같아요. 만나면 아무말 못하고 뒤에서 기념일을 챙긴다거나. 그런 풋풋하고 서툴고 멀리서 보고, 그런 생각을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제 브라운 보면 상대적으로 당황하는 게 많아요. 안나를 통해 처음 경험하는 게 많거든요. 그리고 그러면서 변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모든 넘버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도 특별히 애착이 가는 게 있다면.

ㄴ 일단 제 점프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신사의 도리'도 있고(웃음), 재판 장면 끝난 뒤 '레드북을 읽고난 후'에서 브라운이 '당신을 통해 변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있어요. 브라운이 안나를 경험하게 되면서 오해했던 부분,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노래 부를 때 안나가 좀 더 감동을 받고 변한 브라운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 어느순간 저도 그 노래를 부르면 목이 많이 메더라고요, 미안한 마음이랄까요?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 그 장면이 대단한 가창력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변화한다는 것이 중요한 키워드다.

ㄴ 브라운도 안나를 통해 변하게 되는데 저 역시 이런 작품들을 만나게 되면서 '레드북'을 통해 저를 포함해서 다같이 변화하셨으면 좋겠어요.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다같이 보고 느낀다면,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란 노래가 있듯이 나로서 서고, 나로서 나를 말하고요. 안나의 대사들이 정말 좋은 대사가 많은 것 같아요.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던가. 표현이 로맨틱 코미디지 안에 담아낸 것들은 무척 모두에게 필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다같이 느낀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 역시 계속 느끼고 변화하고 있거든요.

이상이가 쓰고 싶은 '레드북'이 있다면 어떤 내용일까.

ㄴ 작품에서 '레드북'이 표현되는 건 음란하고 나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저만의 '레드북'을 쓴다면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어떨까 싶어요. 영화 '그랑블루'처럼 돌고래와의 우정을 담는다던가요. 동식물과 대화한다거나 하는 예술적 허용도 가능하고요. 저는 동물과 식물을 통해서 변화하고, 제가 가장 관심있어하는 물고기 등을 통해서 저만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요즘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고래랑 돌고래가 노는 영화도 있고 최근에 본 것 중엔 미국에선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해서 맨손으로 미끼 흉내내서 고기를 잡는 것도 있고요. 치타인가 표범인가가 원숭이를 사냥했는데 옆에 새끼원숭이가 있으니까 어쩌지 못하고 새끼를 어르고 달래는 거 있었는데 보면서 무척 놀랐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세상이 있구나 싶고요.

 

선인장, 거북이를 키우는 등 만날 때마다 재밌는 근황을 전했는데 최근에는 어떤가.

ㄴ 저번 인터뷰가 '미친키스' 때였는데, 그땐 '해츨링(새끼)'이었잖아요. 무척 커졌어요. 고등학생 정도 됐어요. 너무 많이 먹어요. 그리고 제가 고등학생 때 키웠던 가재를 다시 키우게 됐어요. 가재는 수명도 길고 탈피라는 재밌는 걸 하거든요. 부절이라고 하는데 다리나 더듬이가 잘리는 부상을 당해도 탈피하면 다시 생겨요. 그 결과 수명이 엄청나게 길고 제대로 측정할 수가 없죠. 그리고 코딩이랑 3d프린터에도 관심이 좀 있어요.

기대 이상의 근황이다(웃음). 마지막으로 팬과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ㄴ 매번 공연 오픈하고서 할 때마다 안나의 대사를 들으면서 깜짝 놀랄 때도 있고 많이 느끼고 저 역시도 그런 변화의 선상에 있는데 공연하면서 제가 느끼는 것들을 관객분들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특히나 '레드북'이란 작품은 안나가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남은 기간 더 열심히 안주하지 않고 고민하면서 할테니 많이 보러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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