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남자의 보람찬 취미생활을 위한 트렌디한 가이드 콘텐츠 [30살 김당당C]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문득 처음 제대로 된 취미생활을 시작하던 그때가 생각난다.

   
 

대학교 2학년 겨울 즈음이었다. 디자인학과에 다니고 있던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밤을 새며 과제를 하고 있었고, 문득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인터넷을 켜고 녹색창에 "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가장 하고싶었던 것은 탭댄스였다. 그리고 강습실 위치를 파악하고 다음날 버스를 30분 타고 무작정 찾아갔다. 문이 닫혀 있었다.

그렇게 나의 탭댄스에 대한 열정은 녹아내렸고, 집으로 돌아와 얼마 뒤 춤 관련된 취미생활을 하나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뭔지도 모르고 일단 신청했다. 숨겨두었던 비상금으로 강습비도 내었다. 그렇게 나의 소박하지만 거창했던 취미생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오랜 시간 취미생활의 문턱 앞에서 망설였다는 것이다. 그 문턱을 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 하나의 문턱을 넘고 나니 그 뒤에 여러 개의 문이 있고 그 뒤에 더 많은 문이 있었다.

   
 

다들 바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삶의 여유를 갖는 것이 어렵다 보니 '취미 생활하기 힘들어요' 하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힘든 건 사실이나 한정된 시간과 비용 안에서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와 여가는 많이 있고, 잘 찾아본다면 얼마든지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나는 여러 가지 취미를 깊게 빠져들지 않고 조금씩 많이 즐겨본다. 물론 하나를 정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빠져들기보단 즐길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즐겨보자는 것이 나의 관점이다. 여러 가지를 즐기다 보니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고, 혹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같은 관심사를 찾아내기가 쉬워진다.

이렇다 보니 취미는 단순히 놀이가 아닌 나와 사회의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결 고리 혹은 나 자신이 기억하고 기억하게 될 수많은 경험과의 연결고리가 되어 줄 수 있는것이다.

가볍게 생각했던 취미를 너무도 거창하게 늘어놓아 버렸다.

일단 즐겨라. 어른들 말처럼 크면 다 알게 된다.

그럼 나는 요즘 무엇을 하고 있나?

취미 생활을 위해 시작한 것이 하나 있다. 사실상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직은 없지만 내 전공을 살려 내가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을 도면화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많은 자료를 토대로 하나하나 어떤 발굴을 해나가듯 강렬하지만 섬세하게 하나 하나 선을 그리고 있다. 많은 시간 도면이라는 것을 그려온 나에게 최근에 그린 몇 개의 선은 마치 빛이라도 나고 살아서 움직이듯 강렬하게 나의 머릿속에 남았다.

   
 

어릴 적 어머니가 처음 사주신 크레파스로 화첩의 첫 장에 무엇을 그려볼지 망설이며 그렸던 네모와 세모 같은 소박함이 있지만 훗날 그 화첩을 열어보면 느껴지는 포근함과 순수함에 미소가 그려지듯.

오호라, 나는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만 같다.

아띠에터 김민식 artietor@mhns.co.kr

어린왕자를 좋아하는 30살 유부남이자 소싯적 한 춤(!)한 이력의 소유자. 홍대역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디자이너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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