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한 열린이야기 - 그림 속에 숨어있는 사회와 문화 (제 1편)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황정연]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고, 예술이라 하면 특정 계층만이 누리는 고급문화라는 인식은 예부터 존재해 왔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대중매체의 발달과 함께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지자, 역사학자들 역시 그림 속에 담긴 당시 사회의 이면과 문화적 코드들을 읽어 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해석 방법 따르면 작품에 활용된 구도나 표현기법 등은 목적이 있는 장치로써 사회 혹은 문화적 배경을 유추하는 단서가 된다.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은 이러한 감상법은 이미 보았던 작품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가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작품이지만, 그 속에서 읽어내지 못했던 숨겨진 코드들은 무엇이 있을까. 

작품의 구도와 표현법에 반영된 시대적 분위기

 

위의 작품들은 각각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와 틴토레토 로부스티(Tintoretto Robusti)의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이다.

두 작품은 모두 예수가 죽기 전 제자들과 함께 한 마지막 식사를 묘사하고 있지만 색감, 구도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작가의 기교나 개성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작가가 활동한 시대의 사회적 차이에 보다 집중하여 작품을 감상해보자.

다빈치의 작품은 틴토레토의 작품보다 한결 정돈된 느낌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12명의 제자를 예수를 중심으로 좌우로 좌우 6명씩 구성한 대칭적 구도와 방 안의 선과 면들이 화면 중앙의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는 원근법적 구도 때문이다.

그림이 그려진 시기는 합리성과 이성을 추구했던 르네상스 시대이다. 따라서 다빈치는 당대 시대를 반영하여 작품 속 인물들을 계산적인 구도와 원근법의 사용으로 치밀하게 배치한 것이다.

반면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은 과감한 사선 구도,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 그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로 인해 다빈치의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드라마틱한 느낌을 자아낸다.

틴토레토가 이 그림을 그렸던 당시 베니치아는 교회의 부패로 인해 종교적 위기를 맞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흑사병까지 도시를 강타해 수많은 병자들이 교회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였다. 이에 틴토레토는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지상과 천상을 결합한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으며, 우울하고 위태롭게 살아가던 당시의 사람들을 12제자의 능동적인 모습으로 승화시켜 그려냈던 것이다…(계속) 

[글] 황정연 큐레이터는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고, 미술시장에 관심을 가지며 포스코 미술관, 표갤러리를 거쳐 현재는 오픈갤러리에 몸담고 있다. 작가 섭외, 작품 추천, 고객 응대, 미술 관련 콘텐츠 작업 등 오픈갤러리 내 미술 관련 업무 전반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