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6일 오후 뮤지컬 '닥터지바고'의 프레스콜이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렸다.

뮤지컬 '닥터지바고'는 러시아 혁명의 격변기를 살아간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유리 지바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류정한, 박은태, 조정은, 전미도, 서영주, 최민철, 강필석, 이정화가 출연하며 오는 5월 7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이날 프레스콜은 뮤지컬 '닥터지바고'를 6년만에 만날 수 있다는 점. 공연계 최대 스타 중 한 명인 배우 류정한을 오랜만에 공식석상에서 만난다는 점 등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으나 결과적으로는 큰 이목을 끌지 못한 자리가 됐다.

가장 큰 이유는 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준비한 이야기만을 한 점이 컸다. 물론 기자들의 질문을 현장에서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닥터지바고'는 앞서 말했듯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이미 초연을 통해 명성을 보유한 작품이란 점에서 분명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뮤지컬 '닥터지바고' 프레스콜은 그런 부분이 없이 'Who is She?'부터 'Now', 'Yurii's Decision', 'He's There', 'Love Finds You'까지 다소 짧은 다섯 곡의 넘버 공개와 함께 준비된 질문과 답변을 하는 자리여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배우들의 성의있는 답변은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가 됐지만, 최근 '미투 운동'의 여파인지 많은 현장에서 민감한 이야기를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닥터지바고' 역시 그런 분위기였다는 점에서 유독 아쉬움이 컸다.

다행히 시연된 다섯 곡은 '닥터지바고'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보여줬다. 일부 잔실수가 있기도 했지만, 싸이크롤라마에 띄우는 영상과 조명의 강약을 이용해서 주된 배경으로 삼은 면은 최근 오디컴퍼니가 선보인 미니멀리즘한 무대의 연장선상으로 느껴졌다. 최근 대극장 뮤지컬의 전반적인 무대 완성도를 생각해보면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으나 뮤지컬 '닥터지바고'가 어떤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는지는 시연을 통해 명확히 드러냈다. 공연 전체를 통해 요소들의 조화와 완성도를 다시 가늠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것이 신춘수 프로듀서의 '브로드웨이 도전'에도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ㄴ 신춘수 프로듀서: 이 작품은 2011년 호주, 2012년 한국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다. 하지만 라이선스는 아니고 합작한 것으로 저 역시 창작 초연 프로듀서다. 이전에 제가 브로드웨이 데뷔작이 있었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닥터지바고' 때는 특별히 기자들에게 릴리즈하지 않고 선보였는데 창작 초연 프로듀서로서 이 작품을 이 시점에 다시 선보인다는 게 쉽진 않았다. 사실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도 좋은 평을 받지 못해 6주 정도 공연했다. 혹시 '실패한 공연을 왜 다시 올릴까' 했을 때 아쉬운 점이나 진일보할 수 있겠다 싶은 점이 있었고 이번에는 재능있는 배우들, 좋은 스태프들과 또다른 프로덕션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흔히 말하는 라이선스가 아닌 창작 재연작이며 여기 계신 배우들과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작업을 많이 했다. 관객평이 어떨지 몰라도 저희는 즐겁고 행복하게 한 거 같고 이 작품을 다시 선보이게 된 건 뜻깊은, 의미있는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이전과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ㄴ 신춘수 프로듀서: 전쟁 속에서 라라와 지바고의 사랑, 그 깊이와 내면을 표현하고 싶었다. 작품적으론 많은 구성과 드라마적인 수정이 있었다. 그 큰 골격을 크리에이브팀이 만들고 내면적인 감정이 표현될 수 있도록 배우들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만든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하얀 무대 위에 적절하게 인간에 대한 내면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조명과 영상을 활용했다.

 

현시점에서 작품이 갖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ㄴ 신춘수 프로듀서: 볼셰비키 혁명이나 1차대전이 배경이다. 지금은 탈이념적이지만 여전히 론란스러운 시기인데 '닥터지바고'를 통해 사랑의 깊이나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길 희망한다.

 

음악이 장점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음악감독의 생각은 어떤지.

ㄴ 원미솔 음악감독: '닥터지바고'의 음악은 혁명과 시대의 웅장함을 담고 있다. 두 남녀 주인공의 격정적인 사랑, 때로는 격렬하면서도 때론 말못할 수 없는 감정을 17인조 오케스트라로 담아냈다. 대표님 말씀처럼 수정작업을 많이 거치면서 드라마의 명료성, 극에 빠져들 수 있는 흡수성을 더해 1막의 오프닝에서도 혁명의 기운이 좀 더 강하게 들어갔고 1막 엔딩도 유리 시점에 더 집중되는 코드로 크고 작은 음악수정이 병행됐다.

새 넘버, 수정 보완된 넘버가 있다던데.

ㄴ 원미솔 음악감독: 원래 1막 엔딩이던 곡이 없어지고 그 전 곡인 '유리의 결심(Yurii's' Decision)이 1막 엔딩이 됐다. 2막 오프닝도 작은 수정이 있었고 가장 큰 변화라면 초연작에서 'Something the the Air'라던 시대의 기운을 감지하는 합창곡이 있었는데 남녀 주인공의 감정이 업그레이드되는 과정과 이유를 더 설명해드리고자 새로 추가한 노래인 'Home With the Lilacs Grow'가 들어갔다.

둘의 사랑을 잘 드러내는 넘버가 있다면.

ㄴ 원미솔 음악감독: 'Now'라고 1막 중후반 넘버인데 이미 사랑을 감지하고 있었던 둘이 깨닫게 되는 곡이다. 어린 군인이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을 담은 곡인데 후렴구가 격정적으로 몰아치며 둘의 진심을 편지내용처럼 전달하는 장면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묘사되지 않았나 싶다.

 

'유리 지바고'로서 이 뮤지컬이 갖는 매력은.

ㄴ 류정한: 프레스콜 4년만에 하는 거 같은데 그래서 등장부터 실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이런 자리 서니까 좀 정신이 없는 거 같다. '닥터지바고'는 사실 배우로서 무척 힘든 공연이라 생각한다. 초연이 공연 됐는데 그때 했던 배우들이 정말 잘해줬고 매니아분들이 많이 생겨서 '닥터지바고'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았기에 재연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럽고 힘들었지만, 프로듀서님, 연출 선생님이 또다른 지바고를 만들어주셔서 참여하게 됐다. 유리 지바고는 '잘 모르겠다'. 다른 많은 배역들은 명확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닥터지바고'는 3인칭 시점에서 보는 게 많아서 '유리'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고 내면 연기를 많이 보여줘야 해서 지금도 유리 역을 하면서 무척 고민하고 있다. 1주일 공연이 끝났지만 이제부터 더 캐릭터를 완성시키도록 노력하겠다.

ㄴ 박은태: 유리가 이렇게 힘든 역할인 줄 알았으면 시작 안했을텐데(웃음). (류)정한 형님과도 많은 이야길 나눴는데 공연 끝나고 나서도 '우리 제대로 한거 맞나?' 하게 됐다. 기존의 대형 뮤지컬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던 에너제틱하거나 갈등, 고음표현이 아니라 내면으로 삭히는 표현이 많은 캐릭터 같아서 그걸 많이 찾아가고 있다. 그 모습을 관객 여러분들이 공감해주신다면 더 많은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두 라라와의 호흡은 어떤지.

ㄴ 류정한: 저는 조정은씨와 전미도씨의 팬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훌륭한 여배우들과 러브씬을 한다는 건 남자로서 큰 행운이다.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연기나 노래 너무 잘하지만, 두 분이 최고의 여배우들이 아닌가 싶다. 두 분과 연기할 때마다 또 둘의 스타일이 달라서 하루하루 다르게 만나는데 연기할 때마다 에너지를 많이 주는 배우기에 그 어떤 배우들과 할때보다 상대 배역을 돋보이게 해주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작품에서도 꼭 두 배우들과 함께하고 싶다. 영원한 팬이다.

연습, 공연 에피소드는 없는지.

ㄴ 박은태: 이번에 처음 수염 붙여봤는데 키스신 할 때 수염이 좀 떨어져서 여배우들에게 미안하다.

 

한 인간으로서 라라의 매력이 무엇인지.

ㄴ 조정은: 어제 질문받고 생각을 좀 해봤는데 개인적으로 느낄 때는 다른 분들이 라라보며 어떤 매력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본과 영화 등을 보며 느낀 건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모른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그 라라의 아름다움을 유리가 계속 일깨워준다. 자신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조차 모르다가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싶었다.

ㄴ 전미도: 개인적인 생각으론 '닥터지바고'는 배경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거 같다. 혼란스러운 혁명기를 거치며 연약한 여러 군상의 인물들을 보여준다 생각하는데 그중 특히 이 세 남자는 남자지만 라라보다 연약한 인물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반해 이 작품을 통틀어 라라를 가장 잘 표현하는 대사가 있다면 아까 소개된 장면 중에 도서관 사서 '옐레나'가 "너도 죽은남편 보고싶지 않아?" 할 때 "평생 울고만 있을 수 없잖아" 하는 대사만 봐도 정말 강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주저 앉는게 아니라 딛고 일어서는 인물이라 생각했고 그런 '강인함'을 각자 인물이 다르게 해석한 거 같다. '코마로프스키'는 육체적인 열정, 욕망 등으로 보고 '파샤'는 '라라'가 완벽한 인물이라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뛰쳐나가잖나.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과 연약함 안에 있는 상처 등을 그대로 봐주는 건 비슷한 상처를 가진 '유리'라고 생각한다. '라라'를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겉으로 보기엔 가장 연약하지만 시대적 혼란에서 가장 강하게 살아남은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코마의 대척점에선 캐릭터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ㄴ 서영주: 일단 첫 연적은 '파샤'고 그를 전쟁터에 보냈더니 '라라'가 '지바고'와 그런 관계가 돼서 제 입장에선 미치고 팔딱 뛸 거 같다. '라라'에 대한 제 사랑은 변함없지만 여러분들이 보실 때 비뚤어진 사랑이기에 많은 분들이 혐오스러워하시기도 한다. 전 초연도 했는데 이번 재연에서 느낀 건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공연은 공연일뿐인데 절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이 계신 거 같아서 가장 섭섭하다. 전 그저 연기할 뿐이니 이쁘게 봐달라(웃음).

ㄴ 최민철: 작품에서 가장 많이 상대하는 건 '지바고'와 '라라'인데 '유리' 같은 경우 작품적으로 볼 때 혁명과 전쟁, 똑같은 상황을 거치며 '유리'는 그런 상황속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삶의 목표라고 생각한다면 '코마로프스키'는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삶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상이 부딪치기 때문에 대립하게 되고 마찬가지로 사실 사랑이란 말엔 아주 많은 종류가 있다. '라라'에게 하는 말에 "난 네가 가질 수 없는 것도 다 베풀었다" 등 그런 대사가 있는데 둘다 열정을 갖고 사는데 '코마로프스키'는 이런 상황에서 육체적 관계를 원하는거고 '라라'는 영혼적인 사랑을 원해서 서로 사랑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에 대립하고 부딪치는 거 같다.

 
 

파샤는 극단적인 변화를 보인다. 한 무대에서 입체적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어렵진 않나.

ㄴ 강필석: 무대에서 보여지기엔 좀 극단적인 두 성격을 지닌 인물인데 사실 연기를 하면서는 일부러 많이 다르게 해야겠단 생각을 하진 않는다. 원래 '파샤'도 급진적 지식인이었고 그게 '라라'와 결혼식 첫날밤 '코마로프스키'와의 관계를 들으며 안에 있던 분노로 인해 폭력적인 혁명가가 되는데 보여지는 것보다 사실 그렇게 어렵진 않다(웃음).

 

평생 지바고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역할. '달' 같은 토냐의 방식이 어떻다고 생각하나. 그런 면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은.

ㄴ 이정화: '토냐'가 달 같다는 이야기는 첫 프로필 촬영 때 한 이야기다. 달은 언제 어디서 보든 그 자리에 있으니까 그런 답변을 했던 거 같다. 공연 보신 분들이 성자다. 성녀다. 부처님이다 하시는데 저는 '토냐'가 현명한 사람이었던 거 같다. 시대의 불안함. 외부적인 불안함은 제가 어떻게 바꿀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불안한 마음을 돌보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에 그런 불안한 시대를 살았던 현명한 사람같다. '토냐'를 가장 잘 표현하는 넘버는 '라라'와 도서관에서 만나는 듀엣곡이다. 그 가사를 보면 난감한 상황에서도 라라에게 아무말 하지 않는다. 한 번 더 생각해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 면모를 가지고 있구나 하고 인정하고 그녀에게 부탁하고 떠나는 점에서 멋진 여자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공연 보러올 분들에게 한마디.

ㄴ 서영주: 중복되는 이야긴데 제가 어쩌다보니 요즘 많이 '극혐' 캐릭터를 하고 있는데 공연은 공연일뿐이니까 넓은 마음으로 저희 3연, 4연 할 수 있도록 많은 힘 주시고 공연장 오셔서 대서사시를 한편 보고가는 느낌 받으시면 좋겠다. 끝나는 날까지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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