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문화 人]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직접한 요리, 힐링됐던 촬영 현장" ①에서 이어집니다.

좋아하는 계절은?

ㄴ 사계절을 다 좋아한다. 각각의 이유가 있다. 겨울은 눈이 와서 좋다. 눈을 참 좋아한다. 찬고 위에 밖을 걷는 것도 좋아하고 봄이 오면 겨울이 끝나서 좋고 옷이 얇아지고 파릇파릇하게 잎파리가 연두색으로 올라오는데 그게 정말 짧다. 정말 봄 같은 그 색깔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여름은 비가 와서 좋아한다. 비를 너무 좋아한다. 기분이 좋아진다. 가을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날씨가 너무 좋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뭔가 한 것 같은 풍족한 느낌도 들고.

계절 얘기를 들어보니 감성적인 것 같다.

ㄴ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이다. 반면에 태어난 성격 자체가 모든 감정을 너무 오래 끌지 않는 것 같다. 기쁨 같은 게 짧게 끝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고통이 짧게 끝나는 건 축복이다. 빨리 털어내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순간 너무 힘들어도 얼마 안 가서 다시 생활에 빨리 복귀할 수 있는 것 같다.

 

요즘 힐링 되는 것이 있다면? 

ㄴ 고양이 기르는데 요즘은 집에서 고양이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 친구를 만나도 좋다. 고민을 혼자서 삭히는 편인데 그런 것들을 얘기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날 때가 즐거운 것 같다. 그 사람이 해답을 주지 않아도 털어낸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인 것 같다.

즉흥적으로 느껴지는 대사들이 있었다. 편하게 했다고 들었는데.

ㄴ 거의 다 만든 거다. 그날그날 무슨 얘기 나눌까 하고 '드립 커피' 대사 같은 것도 아무 말 뱉다가 나온 거고 여러 가지를 늘어놓으면 감독님이 한참을 듣고 있는다. 눈치 보고 있으면 아까 요거, 요거, 요거 좋았다 하면 조립해서 한다. 처음에 나오는 것들이 좋은데 하다 보니까 떨어지는 재미가 반감되기도 하는데 정리가 되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대부분 만들어지는 거라 어렵기도 하지만 재밌었다. '기주'가 의외로 '은숙'이 입장에서 애드립을 잘한다. 컷을 안 하면 끝없이 한다. 대사에 쓰인 대로 연구해서 하는 편이라서 즉흥적인 그런 건 아직 잘 못 하는데 정말 놀랐다. 덕을 많이 봤다.

 

대학 때 아나운서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신방과를 나왔다고 했는데 배우가 나의 길이라고 확신한 시점이 언제였나?

ㄴ 대학교 2학년 때다. 연극을 하는데 거의 목소리와 함께 하는 모노드라마 같은 혼자 나와서 하는 단편을 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암전되기 직전에 박수 소리가 나고 내가 점점 어두워지고 그 분위기가 주는. 굉장히 감성적이다. 그 힘이 되게 컸던 것 같다.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서 굉장한 재미를 느꼈다. 잘한다고 생각했다. 친구들 동기 중에서 '이거 나 좀 재능있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선택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재능은 커녕 너무 어렵다. 그래도 처음 시작은 그랬다. 

연극은 계속 할 예정인가?

ㄴ 그렇다. 회사에 조달한 배우님이 계시는데 얼마 전에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 참여했다. 신구 선생님, 이순재 선생님 공연이기도 하고 박소담 배우도 나온다. 공연 자체 감상 말고라도 저 무대에 신구 선생님이 있고 달한 오빠, 박소담 배우님 연기하는데 너무 서고 싶었다. 좋았다.

 

초반부터 주목을 받아서 부담이 계속 있는지 궁금하다. 연기하면서 어려웠다거나 부딪힌 부분이 있었는지?

ㄴ 연기는 그냥 어렵다. 어떤 지점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어렵다. 선배님들 누구한테 물어봐도 "원래 어려운 거야" 라고 말한다. 그거는 너무 당연한 것 같다. 어려운 거라고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상업영화 '아가씨'라던가 여성 캐릭터로 주목받는다. 이런 여성 캐릭터 한국 영화에서 나오면 좋겠다는 것이 있다면?

ㄴ 특이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좀 적은 것 같다. 남자 배우들은 많다. 준열 오빠만 해도 '침묵'에 나오는 역할이라던가 작은 롤이라도 다양한 인물의 성격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선택의 폭이 작은 것 같다. 다양하고 넓어졌으면 좋겠다. 작은 롤이라도 좀 더 신경 써서 만든 그 인물의 세계를 조금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 그게 영화 자체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987'에서 강동원 씨와 함께했다. 같이 했던 장면에서 어땠나?

ㄴ 너무 멋있다. 지금까지 본 배우분들 중 가장 멋있었다.

 

여성 팬도 많은데 자신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ㄴ '아가씨'에서 맡았던 '숙희'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가씨' 자체가 매혹적인 영화니까 그런 데서 처음에 팬분들이 생긴 것 같다.

어떻게 응원할 때 제일 기쁜가?

ㄴ 팬레터가 아무래도 좋다. 편지 같은 거 읽을 때 가끔 영화 리뷰로 어떻게 봤다는 리뷰를 많이 써주는데 개중에 내가 생각했던 인물의 설계 방향과 그분이 느꼈던 것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면 기분이 좋다. 힘이 된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만약에 사계절 지나고 후속편 나오면 또다시 20대 혜원이 얘기, 문소리 배우처럼 엄마가 된 '혜원'이 얘기를 담는 것은 어떨까?

ㄴ '혜원'이가 결혼을 했을까? 도시로 간 '은숙'이라던가 이런 거가 좋을지도.

 

극 중 '재하'와 '혜원'의 로맨스가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ㄴ 의도해서 집어넣지 않았다. 오히려 의도해서 드라이하게 간 것 같다. 어떻게 연기하냐에 따라서 그 부분이 너무 확 차이가 나서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 흐름상으로는 그런 것들이 드러나는 게 좋냐 안 들어나는게 좋냐 하는 거에서 드라이하게 가는 게 영화에 낫지 않나 하는 결론으로 갔다.

영화 속에서 애벌레나 송충이를 그냥 막 만지는 장면이 나온다. 평소에 벌레를 원래 안 무서워하는지?

ㄴ 일부러 만지진 않는데 공격할 것 같으면 무서워한다. 가만히 있는 건 괜찮다. 바퀴벌레는 높은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어서 내가 더 하수인 것 같다. 다른 애들은 많이 잡아봤는데 바퀴벌레는 잡기가 고난위도다.

 

영화 마지막에 '혜원'이 돌아오고 집을 누가 찾아온 것인지?

ㄴ 열린 결말이다. '혜원'이 씩 웃으면서 끝나는데 연기하면서 생각했던 게 있긴 하지만 인터뷰에서 말하면 개봉 후에 관객분들의 권리를 빼앗는 기분이 들어서 노코멘트 하겠다.

오늘 점심 메뉴로 먹고 싶은 것은?

ㄴ 어제는 파스타를 너무 먹고 싶었는데 오늘은 다른 것이 먹고 싶다. 오늘은 배추 된장국이 먹고 싶다.

 

영화 개봉하면 힐링 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것 같다. 보면서 힐링 된 영화가 있다면?

ㄴ 어딘가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들의 휴먼스토리에서 힐링을 느끼는 것 같다. '미스 리틀 선샤인' 굉장히 좋아한다. 취향 비슷한 분들 계시면 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영화도 보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진 않을 것 같다. (웃음)

친구들과 고민을 많이 나눈다고 했는데 주변에 고민을 많이 들어주나?

ㄴ 아직 취준생인 친구도 있고, 회사를 다니다가 아닌 것 같아서 퇴사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친구도 있다. 연극을 하는 친구도 있고 영화 찍을 준비하는 친구도 있고 다양한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오는 불안함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 같다.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서는 과연 얼마나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인 듯.

평소에 친구들에게 쓴소리하는 편인지?

ㄴ 영화하면서 찔렸던 게 '은숙'과의 장면에서 쓴소리가 실제로 많이 저질렀던 잘못이었다. 함부로 얘기하는 것에 대해 요즘은 좀 그냥 판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듣는 그런 걸 열심히 배우고 있다.

 

'혜원'은 문제가 닥쳤을 때 피하고 다시 해결하는 성격이다. 본인은 어떤가?

ㄴ 작은 것부터 해결하려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큰 것도 자연스레 풀리는 것 같다. 잠을 자는 것도 회피성이라면 회피라고 하는데 잠으로 스트레스를 잊으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문제가 오면 한발 물러선다. 바로 해결하려고 하면 항상 실수한다. 한발 물러서서 고민을 해보고 어떤 것이 맞을지 생각하고 그렇게 해결하는 것 같다.

사이즈가 큰 영화는 아니다. 관객 수 예측은 어느 정도 성취를 생각하는지?

ㄴ 손익분기의 성취를 바란다. 장르가 고무적인 작품인데 이런 영화가 워낙 없었다. 밍밍한 영화일 수 있는데 돈을 잃지 않으면 또 만들어지고 그럴 수 있으니 잘 되길 바라고 있다.

 

pinkcat@mhnew.com 사진ⓒ 영화 스틸컷 &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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