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일본 만화 작품 이가사리 다이스케의 '리틀 포레스트'를 원작을 한국식으로 녹여낸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가 봄을 앞둔 2월 28일 개봉했다. 넓은 논밭과 꽃, 그야말로 자연 가득한 곳에 소박하게 자리한 한 집에서 4계절 촬영이 진행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현실에 치여 지친 젊은 청춘들이 고향에서 지내며 잠시 일상을 잊고 농사를 지으며 보내는 사계절을 그린다.

일본에서 2014년에서 2015년에 거쳐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감독 모리 준이치)으로 개봉했던 두 편의 시리즈와는 다르게 한국식으로 녹여낸 '리틀 포레스트'는 자연과 요리를 통해 힐링 타임을 가지게 한다.

영화 '아가씨'에서 '숙희' 역으로, '1987'에서 '연희'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김태리가 주연인 '혜원' 역을 맡았다.

문화뉴스가 '리틀 포레스트' 개봉을 앞두고 배우 김태리와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기 장면에서 요리 실력이 좋았다

ㄴ '혜원'이가 시골 내려와서 서울 도시에서 맘껏 보이지 못했던 요리 실력을 보여준다. 연기에 대해서 말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영화를 아직 한번 봤고 객관적으로 보진 못한 것 같다. 관객분들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아직은 평가내리기엔 잘 모르겠다.

요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원래 요리 실력은?

ㄴ 그냥그냥. (웃음) 샌드위치 정도? 떡이라거나 막걸리 같은 건 집에서 해본 적 없다. 국 종류나 수제비는 해 먹어봤다. 떡볶이도 해 먹어보고.

 

영화속  만든 음식 가장 어려웠던 음식이나 기억에 남는 음식이 있다면?

ㄴ 떡이 만들기도 어렵지만, 촬영을 하는 데 있어서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며칠에 걸려서 떡 만드는 과정을 계속했다. 3일 정도 떡 신을 찍었는데 촬영이 고됐다. 쉬웠다기보다 집에서 만들어 먹어야겠던 것은 배추전이었다. 배추전 정말 쉽다. 소금도 안 넣고 간단하게 했는데 찍어서 먹는 게 너무 맛있었다.

눈밭에서 작물을 따서 하는데 너무 새로웠다. 익숙하지 않다 보니. 찍으면서는 어떻게 느꼈나?

ㄴ 그것에 대해서 말이 되느냐부터 시작했다. '혜원'이가 집을 떠난 지 얼마나 됐나, 작물이 먹을 수 있는 만치로 남아있을 수 있는가에 대해 찾았었다.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쌀도 조금 남아있고
했는데 재밌었다. 그렇게 해서 먹으니까 더 맛있어 보이는 것 같고.

 

'강식당', '윤식당'이 요즘 대세이다. '리포식당' 예능 같은 것은 계획 없는지?

ㄴ 계획 없다. 제안이 들어온다면 감독님이랑 회사랑 상의해보도록 하겠다.

'효리네 민박'이나 '삼시세끼' 정서이기도 한 것 같다.

ㄴ 막걸리 만들어 먹고 그래서 그런가 보다. 예능들을 보면서 느꼈던 점이 달라진 것은 없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바랑 예능에서 말하고 싶은 바가 비슷한 것 같다. '이런 삶도 있지만 저런 삶도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이 삶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살아오던 삶과는 전혀 다른 공감, 생각하는 모습들이 그려지면서 나 자신의 삶이 조금 더 넓어지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나 싶다.

 

원작은 어떻게 봤었나?

ㄴ 시나리오 읽기 전에 봤다. 여백이 많고 조용한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서 잘 읽었다.

여유 있고 초록색 힐링 되는 느낌이었다. 찍으면서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았는지?

ㄴ 현장 자체가 워낙 '아가씨'나 '1987'이랑은 이야기의 결이 많이 다르고 그래서 현장 자체가 편했다. 사계절마다 촬영하니까 한 계절에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다음 계절에 만나서 인사하는 것이 특별하고 새로웠던 경험이었다. 그렇게 만나니까 더 반갑고 스탭진도 적으니까 가족 같고 친구 같았다. 더욱더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었고 그랬던 것 같다.

 

캐릭터들의 성격이 다 본인 성격인 것 같다. 기대했던 부분가 얼만큼 일치했나?

ㄴ 준열 배우님은 '재하'랑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원래 그런 식으로 멋있는 말을 많이 한다. 본인이 평소같이 긍정적으로 바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런 면들이 많이 비슷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거의 뭐 안 하면서, 뭐 많이 주워 먹으면서? (웃음) 촬영하면서 굉장히 재밌었고 여러 가지 배웠다. 진기주 배우님은 본 모습과 밝고 푸릇푸릇한 느낌에서 너무 닮아있는데 캐릭터만큼 깨방정 성격은 사실 아니다. 처음에는 톤을 얼만큼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면서 세밀하게 들어갔다. 감독님이랑도 얘기했는데 '은숙'이 같은 경우에는 친구 본연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도 있지만 극 흐름을 톤 업 시켜주고 생기있게 만들어주는 기능적인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너무 튀지 않게 자연스럽게 그 안에 묻혀야 하니까 너무 잘 표현한 것 같다. '기주' 대사 모든 부분에서 빵빵 터져서 너무 잘 봤다. 소리 선배님 같은 경우, 감독님이 처음에 캐스팅할 때부터 이런 엄마는 문소리 배우님만이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밉지 않게, 이해가 갈 수 있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캐스팅했다고 했는데 딱 그런 것 같다. 그런 엄마가 강인하고 엄마만의 색이 있고 삶이 보여지면서 굉장히 짧게 나오지만 선명하게 이미지가 각인됐다. 소리 선배님이 너무 좋았다.

 

와닿았던 대사가 있다면?

ㄴ 농담처럼 "고모는 고모다 이모가 아니다" 라던가를 명대사라고 얘기한다. 뒤에 아주 심기에 대한 것, 양파를 심으면서 '혜원'이의 양파 씨 뿌리는 모습과 친구들이 다음 계절 준비하는 모습에 흐르는 나레이션 전체가 영화 흐름을 설명해주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골이니까 농사를 짓는다. 이번에 처음인데 재밌고 신기한 점이 있었는지?

ㄴ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시골 같은데 가서 농사짓고 살아야지 편하게 말씀하시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너무 좋았던 것은 심는 장면들을 많이 찍었다. 영화에 탈락된 작물들도 있고 나오는 작물들도 있지만, 심은 작물이 다음 계절, 또 다음 계절이 오면 이만큼 자라있고
실제로 자란 것을 따서 먹었다. 수박도 자라고 하다 보니 너무 신기했다. 이게 자급자족이라는 거라는 생각에 뜻깊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혜원'이가 다시 돌아오는 이유이지 않은가 싶은 게 그렇게 작물을 심고, 토마토를 예를 들어보면 토마토가 심어져서 자라서 성장을 하는데 비가 오면 그해의 토마토는 불복, 예쁘게 자라지 않는 토마토다. '재하'의 사과밭이 엉망이 된 것처럼 한 해 농사가 망하는 건데 그런 것들을 자연의 섭리처럼 그냥 받아들이는 것뿐이지 '이번에 잘 안 됐구나 내년에 더 잘해야겠다'라며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다음 해가 흘러오고 그런 것들이 좋았던 것 같다. 
도시에서의 삶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어떻게 보면 실패인데 이곳에서는 실패가 아닌 그런 느낌을 받아서 '혜원'이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나 싶다.

 

'배고파서 내려갔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중적인 해석이 있는 것 같다.

ㄴ '은숙'이가 듣기엔 바보 같고 무슨 소리인가 싶은데 '혜원'이한테는 장난일 수도 있고 굉장히 진담일 수도 있었던 말이다. '혜원'이가 했던 일이 당장 만들어 먹는 일이 제일 필요했던 일인 것 같고 '혜원'이한테 많이 힐링 되는 가장 큰 욕구였던 것 같다.

'배고프다'는 대사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ㄴ 굉장히 공감한다. 독립한 지 얼마 안 됐다. 리포 찍으면서 독립했다. 거의 잘 안 먹다 보니 맨날 배고파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 할머니 댁에 가면 밥이 그렇게 맛있다. 별거 아닌데 멸치, 깻잎, 콩나물, 시금치 같은 것들이 너무 맛있다. 집밥이라는 것은 색다른 것 같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 아무리 맛있고 아름답고 식욕을 자극해도 집밥이 주는 것을 주지 못한다. 영화 속 '혜원'이도 요리하면서 큰 만족감을 얻는다.

 

엄마 이야기가 생략됐다. 뭘 하러 갔는지 이야기 한 부분이 있었나?

ㄴ 없다. 그냥 장난처럼 아직 젊으니까 장미빛 인생? 이런 얘기도 하고 해외 마카오에 갔다 이런 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했는데 알 수 없다.

의외로 눈물이 났다. 어렸을 때 엄마 지켜보던 기억이 괜히 생각났다.

ㄴ 엄마의 편지 마지막에 읽는 장면은 영화관에서 처음 완성된 부분을 봤다. 나레이션이 원작과는 다른 뉘앙스로 편지가 읽혀진다. 너무 공감되고 좋았다. 지금까지 계속 '혜원'이로 흘러갔는데 편지를 읽으면서는 엄마의 삶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삶의 이유와 지금까지의 그녀를 버티게 했던 것들과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다 느껴졌다. '리틀 포레스트' 시나리오 받고 영화 겨울편 초반에 찍으면서 이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엄마가 정말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원'이와 엄마의 관계에 있어서 엄마의 모습이 단편적으로만 보이는데 절대 묻히지 않고 엄마라는 인물이 잘 선명하게 드러나야 영화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는데 너무 잘 나온 것 같다.

 

고향으로 간다는 설정은 집으로 간다는 건데 어떻게 잡았는지? 고향은 어디인가?

ㄴ 서울 토박이다. 제일 중요했던 게 '혜원'이가 이곳에서 자랐다는 태생의 아이라는 느낌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느낌이 어떻게 잘 살까 고민 많이 했는데 친구들한테서 답을 많이 찾았다.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고 불안함도 많은데 여기에 와서 있는 것에 대한 자괴감도 있었는데 친구들 만나면 자꾸 풀린다. 봉인 해제한 것 같은 그런 모습들이 '혜원'이가 자란 아이구나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않을까 했다. 힌트를 얻었다. 소꿉친구 장면들, '재하'랑 '은숙'이 장면들에서 평소 잡아놓은 톤보다 더 자연스럽게, 욕도 하고, 그러면서 하니까 훨씬 좋았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했는데 좋았다.

영화가 진로에 대한 얘기 삶의 방식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데 스스로 그런 고민이 있는지?

ㄴ 앞으로에 대해서 일부러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 편이다. 문득문득 생각이 들면 생각보다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부정적으로 '혜원'이처럼 굴러가게 되는 것 같다. 계속 털어버리고 코앞에 닥친 것 먼저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다. 차근차근하게.

실제로 만났을 때 너무 밝아서 살짝 놀랐다

ㄴ 과하게 밝아 보이는 것은 긴장해서 그렇다. 긴장하면 톤이 3톤 올라간다. 계속 웃는다. 고질병인데 그래서 공식 석상 같은 거 나간 거는 안 찾아본다. 너무 부끄럽다.

 

감독님과는 작품을 넘어서 다른 인생 얘기를 한 건 없었는지?

ㄴ 딱히 생각나는  건 없다. 감독님이랑 인생 얘기보다 고스톱 친 게 생각난다. 그 밭에서 무 등을 깎아서 먹으면서 고스톱 치던 게 생각난다. 감독님이 굉장히 인물을 꿰뚫어 보는 것 같다. 부드러워 보이고 헐렁해 보이지만 은근히 강단 있으시고 날카로우시다. 카리스마 있으면서 자연 친화적이시다. 그런 면에서 가르쳤다기보다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 속에서 감독님의 성향 같은 게 많이 옮아온 것 같다.

감독님과 어떤 얘기 많이 했나?

ㄴ 인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나중 가니까 거의 인물에 대한 힌트를 자신에게 찾았고 감독님도 그런 식으로 찾아줬다. 캐릭터 찾을 때 나중 가면 거의 좀 더 자유롭게 같이 얘기하면서 만들어갔던 것 같다. 꼭 정해진 "'혜원'이는 이런 아이야" 이런 것보다 대사 같은 것들도 그날그날 많이 바꿔가면서 가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만남 같은 경우엔 거의 그 날 만든 대사들이다. 그렇게 자유로웠던 현장이었다.

 

[문화 人]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영화 속 '혜원'과 닮은 부분?" ②로 이어집니다.

pinkcat@mhnew.com 사진ⓒ 영화 스틸컷 &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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