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추가 조사 및 감사 진행 과정에서 학교측 일방적 발표

▲ 3년째 서흥초교에서 재능기부에 임한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이만수 감독이 온다는 소식에 이미 졸업한 중학 1학년 선수도 연습에 임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2월 27일 오후, 필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으로 전국을 누비며 재능 기부에 한창인 이만수 감독이었다. 1월에 이어 2월에도 피칭 머신을 기증하는 등 야구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그 이상으로 돌려주는 데 열심인 가운데 들려 온 반가운 전화였다. 충청 태안에서 열심히 재능기부에 임한 이후 잠시 숨을 돌릴 만 했으나, 이만수 감독은 그럴 틈이 없었다.

"김 기자, 내일 9시 반부터 인천으로 재능기부를 하러 가는데, 한번 와 보지 않겠소?"

2월 마지막 날에도 이만수 감독은 자신의 힘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재능 기부를 받는 학교가 어디인지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이만수 감독은 "인천 서흥초등학교로 오실 수 있겠소?" 라는, 다소 깜짝 놀랄 만한 대답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흥초 야구부는 존폐 여부를 놓고 지난 1년간 내홍을 겪다가 얼마 전 복수의 언론사를 통하여 해체했다는 소식이 전달됐기 때문이었다.

학교장과 야구부의 팽팽한 줄다리기,
모가중학교 해체 위기 당시와 비슷?

'해체 소식을 앞두고 연습이라니, 이게 무슨 일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필자는 즉시 인천으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해체를 앞두고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줄 알았다. 따라서, 참가할 수 있는 선수들의 숫자도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필자의 이런 생각이 그릇된 것임을 느끼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막상 서흥초등학교로 들어서니, 연습에 임하는 선수들의 숫자도 꽤 많아 활기차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학교 외부에는 여전히 '1~5학년 신입 야구부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 광고가 부착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야구부 해체 소식이 보도된 학교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아니야 김기자! 그거 학교 측의 일방적인 발표였다고."

▲ 이만수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스윙 하나에도 감동했다. 배우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사진과 같이 꼬옥 안아주는 것이 일상이 됐다. 사진ⓒ김현희 기자

마침 선수들을 향하여 수비 연습을 지도하고 있던 이만수 감독은 해체 소식에 대해 단숨에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대해 서태웅 감독과 학부모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네 맞습니다. 사실 운영위원장님은 야구부 해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했는데, 학교장 및 교감선생님께서 일방적으로 해체를 발표하신 것입니다. 운영위원회도 위원장님이나 부위원장님 없이 진행됐고요. 그래서 이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따져 보기 위해 현재 교육부 감사중입니다."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 이미 지난 2월 22일, 인천시교육청이 서흥초 학교운영위원회 결정 과정을 다시 검토하기로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감사 결과는 늦어도 3월 초 정도에 발표될 예정이었다.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체 소식을 먼저 발표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3~4년 전, 이천 모가중학교 야구부 해체 위기 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당시에도 학교장은 위장 전입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어떻게든 야구부를 해체하고자 애를 쓴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SBS 교양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에도 보도되면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해결 방안은 없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다행히 이후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화하여 최근까지 모가중학교는 전국 무대에서 호성적을 거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운동장 사용 문제에 대한 교육청 중재에도
굳이 야구부를 해체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만수 감독은 더 나아가 "팀 해체를 발표했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이미 큰 상처라고. 솔직히 교육자라면, 학생을 보듬어주고, 꿈을 지지해줘야 하는 것 맞지? 솔직히 많이 실망스러워."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학부모들의 입장 역시 이러한 이 감독의 입장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날 선수들의 연습을 보고 있던 한 학부모는 조금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운동장을 야구부원들만 사용하게 한다는 주장에도 무리가 있지만, 그것마저도 양보하게 할 수 있는 중재안이 교육청으로부터 제시된 바 있다."라는 것. 교육청이 인천 송도 LNG 구장 사용에 대한 지원을 해 주겠다는 제안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다면, 선수들도 특별한 상황 아니면 굳이 학교 운동장에서만 연습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학교측에서는 이러한 제안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학교측에서는 ①야구부원들의 위장 전입 문제 ②리틀 야구 등 클럽(생활) 스포츠로 선수들이 활동하면서 중학교로 진학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해체 결정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학부모 일동은 놀라운 이야기를 하나 더 전달했다. 학교장으로부터 현재 야구부원들의 전학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것이었다. 위장전입 이야기로 해체 문제를 공론화했던 인사가 또 다른 위장전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 서흥초 야구부의 호성적에는 서태웅 감독(사진 좌)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선수들을 인격체로 대하면서도 야구 기술 전파에도 절묘한 재주를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흥초등학교 야구부를 지원하겠다는 학생 숫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교육청 감사 결과가 발표되고, 입학이 허가된다면 무조건 오겠다는 이들이 대기하고 있다. 서태웅 감독의 존재 때문이다. 서흥초 동문이기도 한 서 감독은 다양한 아마야구 지도를 거쳐 모교 감독으로 부임하여 선수들과 생사를 함께 하고 있다. 선수들을 인격체로 만드는 데 애를 쓰면서도, 야구도 잘 가르쳐 학부모와 선수 모두에게 지지를 받는 몇 안 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일단, 학교측에서는 3월 2일 개학 이후에는 야구부의 어떠한 활동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교육청 감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이러한 상황은 변화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만수 감독이 펑고를 받는 선수들을 향하여 "와~! 나보다 낫다.", "어이, 너는 진짜 최정보다 낫다.", "어이! 류중일 2세! 그렇게 하는거야!"라는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지, 문화뉴스에서도 꾸준히 본 건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을 약속한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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