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태, Changdeokgung Palace, Pigment-based Inkjet on Cotton Paper, 80x120_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더케이호텔에 위치한 제이훈 갤러리(J.HOON GALLERY)가 지난 1일부터 박경태 작가의 개인전 ‘역사적인, 너무나 역사적인’展을 전시 중이다.

박경태 작가는 사진을 통해 이미 부재하거나 일부만 남아 있는 기억의 장소를 불러낸다. 얼핏보면 유화같은 그의 작품은 모두 사진으로 이루어진 작업들이다. 작품들은 개인의 기억이 담긴 특별한 장소와 역사적 장소가 혼재돼있다. 

구체적인 회상의 닻을 내리게 하고, 네거티브 필름의 잠상(latent Image)처럼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현상 전이기에 부재하는 것 같지만, 흔적으로 남아있는 부동의 매체로서 기억의 장소는 마치 발굴되기를 기다리는, 하지만 땅을 파는 이가 없다면 유령으로 떠돌, 유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박경태는 기억의 유물을 발굴하기 위해 데스마스크(death mask)인 사진으로 장소를 직접 떠낸다.

▲ 박경태, Jogyesa, Pigment-based Inkjet on Cotton Paper, 80x120cm, 2018_제이훈갤_

하지만 그것은 현실의 직접적인 형판(型板)이라기보다, 흔들리고 왜곡되고 사라지는 기억의 자리처럼, 형(形)은 희미하고 색과 면만 이글거리는 추상이다. 볼 수 없기에 재현의 바깥에 머물렀던 '기억'을 소환하고, 이미 왔거나 다가오고 있는 '도래할 꿈'을 재현하는 방법으로 박경태는 역설적으로 '재현의 (불)가능성'을 탐색한다.

라캉이 재현의 의미를, 사라진 대상이 단지 상실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에 의해 "환상의 창조물로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보듯이 박경태 작가는 대상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상상으로 대상을 실재화시키며, 멀고 가까운 기억의 장소들을 흐릿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유령 심상으로 표상했다고 

▲ 박경태 작가 ⓒ권혜림 기자

박경태 작가는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가 시지각(visual perception)적으로 바라보고 공간을 관찰하였다. 그 장소에 관람자들은 필자의 모습과 비교하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람들마다 현재의 역사적 공간에 대해 각자 다른 감정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면서 이번 연작은 흐릿한 이미지로 촬영하여 의미를 정확히 드러내지 않으면서 모호하고 불명확한 장소로 만들었다. 중성적인 표현 방식을 통해 사실적인 장소를 다양한 의미로 표현하고, 또 다른 해석이 창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박경태, Old Seoul Station, Pigment-based Inkjet on Cotton Paper, 100x150cm, 20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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