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환도열차' 중 지순의 대사

   
 

[문화뉴스] "그 발광이 강둑에 서 있는 사람들헌테는 우스꽝으로 보였던 거지요."

연극 '환도열차'는 1953년 피난민을 태우고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還都)열차가 2014년 서울로 타임슬립(Timesilp)한다는 독특한 상상으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연극은 과거로부터 시간을 초월해 2014년 오늘날 서울에 나타난 지순의 시각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 극중 지순은 변한 남편과 서울의 현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시공간으로 돌아가려 한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에 불만과 실망감을 느끼던 제이슨과의 대화에서 지순은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추운 겨울, 언 강을 건너려던 사당패 부부 중 부인이 물에 빠지자, 남편은 강에 가까이 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며 발광을 했다. 멀리서 그 강둑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그 모양을 보고 웃었단다. 사당패 부부니까 언 강 한 가운데서도 춤추고 논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순은 이렇게 덧붙인다. "난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는데, 나는 웃음거리가 되어 가요. 그동안 내 발은 점점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애요”라고 말이다. 지순은 언 강물에 침몰하는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는 강둑 너머 저 사람들, 우스꽝스럽게 진행되는 이 희극이 실은 침몰해가는 한 여인의 불행임을 직시하지 못하는 구경꾼들, 그들 중 하나가 바로 제이슨이라고 지목한다.

제이슨을 꼬집는 지순을 통해, 우리의 '객관적'이라는 태도 아래 짙게 깔린 '조소적'인 시선이, 실은 침식되는 스스로에 대한 '자조적'인 비아냥거림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인식하게 한다. 이 나라, 이 시대를 '이야기'라고 하는 지순. 그녀의 눈에는 '눈먼 왕 이야기(오이디푸스)'보다 더 비극적인 것이 지금 서울의 모습이었다. 결국 그녀의 선택은,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자신의 인생의 결말이 뜻하지 않은 불행한 죽음일지라도, 자신이 당도한 이 시공간을 끝끝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둑을 바라보던 이들이 조금만 앞으로 나와서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봤으면 사당패 부부의 발광이 제대로 보였을까? 그렇다면 사당패 부부의 불행은 더 큰 비극을 불러일으키지 않은 조그마한 에피소드가 될 수 있었을까? 비극적인 상황을 외면하고자 거리를 두어 그 상황을 웃어 넘기려고 하는 태도에 대한 질책, 그것은 제이슨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환도열차

   - 공연날짜 : 2016. 3. 22 ~ 4. 17.

   - 공연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작, 연출 : 장우재

   - 출연배우 : 김정민, 윤상화, 이주원, 김용준, 안병식, 김중기, 김곽경희, 김충근, 최지연, 이재인, 조판수, 조연희, 김동규, 강선애, 이동혁, 황설하, 김혜진, 조홍우, 고광준, 전영서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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