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뮤지컬관객#WITH_YOU' 열려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공연계를 뒤흔들고 있는 성폭력 사태에 대해 관객들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

25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뮤지컬관객#WITH_YOU'가 열렸다. 일반인 주최자들이 마찬가지로 일반인 참가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이번 집회는 공연계에 만연한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들의 #MeToo(미투, 나도 당했다) 운동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가해자 비판과 처벌을 촉구하고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공연계는 지난 10일 이명행 씨의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하차 이후 계속되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수 년에서 수십 년간 묻혀있던 성폭력 사태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그로 인해 이명행, 이윤택, 오태석, 한명구, 조재현, 조민기, 윤호진, 변희석 등이 이에 대해 사과하거나 경찰 조사를 받는 등 개개인의 일탈, 범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권력에 의한 위계적 성폭력이 만연해있음을 드러냈다.

당초 600여 명이 신청한 집회는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주최측은 오후 4시가 조금 지난 뒤 "많은 참여로 준비된 600여 개의 피켓이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으며 추워지고 있는 지금도 계속해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집회에서 준비한 피켓과 스티커.

이들은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준비한 피켓과 마스크 등을 이용해 공연계의 성폭력 사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플랜카드와 판넬 등을 준비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뜻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현장 분위기는 비교적 심각하지 않고 활기찼다. 사안은 심각하지만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21세기형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최근 공연 중인 연극 '더 헬멧'의 대사를 인용한 집회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발언자들과 피해자들에게 지지를 더하는 박수와 함성을 보내기도 했다. 발언석 바로 앞을 'OP석'이라고 칭하는 등 관객에게 익숙한 용어를 사용하며 연대감을 더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분노하며 가해자들을 비판하는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자신을 연극,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이자 평범한 고3 학생이라 밝힌 이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하고 이 곳에 나왔다"고 밝히며 "청소년 시기에 여러 연극, 뮤지컬을 보며 많은 위로를 받고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그 공연계의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가해를 저질렀단 사실에 너무 힘이 빠진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또다른 발언자 역시 "내가 (공연을)사랑한 게 그들(가해자들)의 카르텔을 공고히 만들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절망했다."고 밝히며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폭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망칠까 두려웠다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절망이나 배신감 이전에 내가 관객으로 받았던 수많은 감동보다도 당신(피해자)이 훨씬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피해자를 향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가해자들을 비판했다.

 

취재에 나선 언론들과의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 주최측이 사전에 SNS를 통해 마스크를 썼다고 하더라도 집회 참여자들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을 촬영하지 않게끔 보도 관련 요청을 공지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은 것. 이미 피해자 보호라는 제1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아 많은 이들이 언론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점에서 피해자와 뜻을 함께해야할 언론들이 더더욱 피해자의 신뢰를 잃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집회는 오후 7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공연 관계자들이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공연의 완성은 관객 여러분이 함께 만드는 것"이란 이야기다. 성폭력 사태에 대해 관객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 이제 관계자들, 나아가 플랫폼을 제공하는 이들, 정책을 수립하는 문체부 등이 응답해야할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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