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지현 기자] 시인 고은, 연극연출가 이윤택·오태석, 배우 조민기, 인간문화재 하용부 등 문화계 거장으로 불렸던 이들이 화제에 올랐다. '미투 캠페인'을 통해 피해 여성들이 자신이 당했던 성추행 및 성폭행 사실을 고백하면서, 논란 위에 오른 것이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은 최영미 시인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하면서 시작됐다. 최영미 시인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괴물'이라는 시를 통해 성추행을 당했고, 목격했다는 경험을 표현했다. 해당 시에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등의 문구가 논란이 됐다. 최영미 시인이 저격한 'En선생'이 고은 시인이라는 여론이 퍼지며 논란이 번졌다.

▲ SBS

연극계 거장 이윤택의 성추문 이슈는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에게까지 번졌다.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 연출가가 이윤택 전 감독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으며, 이로 인해 비슷한 경험을 가진 관계자들의 '미투 운동'이 촉발됐다. 안마를 한다는 명목으로 성기 부근을 주무르게 했다는 주장이 쏟아졌으며, 전신 노출을 강요하거나 성폭행이 일어났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한 익명 인터뷰에서는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가 조력자로 나서 안마를 시키고 후배들을 선택했다"는 폭로가 등장했다. 익명 인터뷰를 했던 홍선주 대표는 SNS를 통해 본인의 실명을 밝히고, 김소희 대표의 해명을 요구했다. 홍선주 대표는 과거 극단 연희단거리패 단원으로 속했으며, 현재 어린이극단 끼리 대표로 활동 중이다.

배우 이세랑은 극단 목화 오태석 대표의 성추문 목격 사실을 공개했다. 이세랑에 따르면 그는 1998년 극단 목화에서 단원으로 활동했다. 이세랑은 "회식 때 본 오 선생님은 제 눈을 의심하게 했다. 여자 선배들을 옆에 앉혀놓고 아주 당연한 듯 등에 손을 넣어 맨살과 속옷을 만지고 팔 안쪽에 여린 살을 꼬집는 것이다"며 목격 사실을 고백했다. 오태석 연출가는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교수이자 극단 목화레터퍼리컴퍼니 대표,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했다.

▲ JTBC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배우 조민기에 대해서도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22일 "예술대학의 권력자 조민기를 회상하며"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조민기 공연 제작 수업이 폭언, 욕설, 성희롱적 발언이 존재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조민기는 특정 여학생을 지칭해 "내여자"라고 불렀으며, 학생들을 학교 인근 오피스텔로 호출했다고 주장했다.

인간문화재 하용부 씨는 배우 김보리(가명)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성폭행 폭로글'로 화제에 올랐다. 김보리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라는 글을 통해 이윤택-하용부가 자신에게 성폭행을 저질렀다며 주장했다. 

문화계 '미투 운동'은 '위드유 운동'과 함께 이제 막 터져 나왔다. '위드유' 운동이란 '당신과 함께한다, 당신을 공감한다'라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영화배우 최희서와 뮤지컬 배우 김지우 등은 최근 자신의 SNS 계정에 '위드유 운동' 관련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하루 이틀 안에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문화계 전반에서 꺼내놓지 못했던 문제를, 이제 막 털어놓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향후 추가 폭로와 추가 사례가 등장할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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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대처도 진행됐다. 서울예대는 오태석 초빙교수의 학기 수업을 전부 배제했으며, 이윤택·오태석 작품은 내년부터 고등학교 연극 관련 교과서에서 제외될 것으로 밝혀졌다. 고은 시인의 작품들 역시 교과서 삭제 논의가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인간문화재 하용부 씨의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배우 조민기는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하차했다.

한편,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은 22일 성명을 내고 "21일 연극계 내 성폭력 사태에 대처하고 용기 있는 발언을 지지하고 동참하고자 모인 개개인의 연극인들이 반성하고 논의하고 토론하며 함께 행동하기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jhle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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