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 문화 해설(解說)은 기사 특성상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Q.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대한 평가가 좋더라고요. 일각에서는 '또 다른 아트버스터'의 탄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즘 워낙 블록버스터가 많아서, 이 영화를 보러 가도 될는지 고민중인데요…어떤 영화인가요? 

   
 

2살 때 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언어 장애인이 된 폴(기욤 고익스 분)은 두 명의 이모와 함께 살며 그들의 일을 돕는 피아니스트입니다. 폴은 어머니 아니타(파니 투롱 분)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지만 아버지를 증오합니다. 이웃의 프루스트 부인(안 르 니 분)은 폴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프루스트 부인과 두 이모의 선명한 대조

2010년 작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의 감독 실뱅 쇼메의 실사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고독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온 30대 초반의 남성이 옛 기억을 되찾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서두에 자막으로 인용되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글입니다. 주인공 폴의 성(姓)이 마르셀'이고 그를 치유하는 역할을 맡는 인물이 프루스트' 부인인 것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이름에서 각각 따온 것입니다.

폴은 부모의 사망 이후 두 명의 이모와 함께 자라왔지만 두 이모는 부하 직원처럼 부릴 수 있는 피아니스트로 만드는 것 외에는 폴에 무관심했습니다. 따라서 폴은 이모들에게 정서적으로 기댈 수 없어 항상 외로웠습니다. 그가 언어 장애인이 된 시초는 부모가 사망한 참혹한 광경의 목격이지만 이모들이 따스한 사람들이었다면 폴은 장애를 극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폴은 수화조차 사용하지 않는 무표정하며 감정 표현에 인색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프루스트 부인은 두 이모와 대조적인 성격을 지녀 폴의 부족한 모성을 채워주는 인간적인 여성입니다. 인도에서 배워온 차(茶)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되찾아줄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혐오감마저 씻어줍니다. 폴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학대했다고 기억해왔지만 알고 보니 아버지는 어머니를 깊이 사랑했던 것으로 밝혀집니다.

아버지에 대한 긍정

주인공 폴과 함께 폴의 아버지이자 원제의 타이틀 롤 아틸라 마르셀(Attila Marcel)'까지 기욤 고익스가 1인 2역을 맡은 것은 의미심장한 캐스팅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외모가 닮기 마련이라 당연한 캐스팅처럼 보이지만 아틸라와 폴 부자는 성격이 대조적입니다. 성격이 엉뚱하며 근육질의 쇼맨이었던 아틸라와 달리 폴은 내성적인 피아니스트입니다. 자신과 성격 및 직업적 차이가 두드러지는 아버지에 대한 폴의 혐오는 설득력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매력적이었던 어머니에 대한 폴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아버지 아틸라에 대한 혐오의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폴은 결말에서 아버지를 긍정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긍정은 곧 가족에 대한 긍정으로 연결됩니다. 이전까지 연애 경험조차 없었던 폴은 중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여성 미셸(키 카잉 분)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립니다. 서두의 첫 장면에서 어린 시절 그랜드 캐년을 배경으로 한 포스터에서 아버지의 장난으로 인해 놀라 울음을 터뜨렸던 폴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미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와 함께 한 그랜드 캐년 여행에서 아이에게 말을 가르치다 자신도 아빠'라는 단어를 통해 말문을 터뜨립니다. 수미상관(-운문 문학에서 첫 번째 연이나 행을 마지막 연이나 행에 다시 반복하는 것-)에 가까운 전개를 통해 폴이 가족을 완전히 긍정하게 되었음을 상징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라

프루스트 부인의 도움을 받는 폴의 치유의 대상은 가족에 대한 아픈 기억뿐만이 아닙니다. 이모들이 정해준 피아니스트의 길 또한 청산을 통해 치유합니다. 폴은 피아노에 깔려 부모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 뒤 스스로 손을 다치게 해 피아니스트의 길을 접습니다. 피아노와의 결별은 아픈 기억과 이모들에 의해 강제되다시피 한 인생과의 결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폴은 암으로 죽은 프루스트 부인이 남긴 우클렐레를 가르치는 선생이 됩니다. 프루스트 부인의 사망은 그녀가 1인 시위를 통해 지키고자 했지만 결국 베어진 공원의 나무에 비유됩니다. 프루스트 부인은 사망하지만 폴은 박살 난 우클렐레를 복원해 그녀의 존재를 기립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은 문학과 영화의 영원한 테마인 가족, 사랑, 죽음을 바탕으로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살아라'는 보편적인 주제 의식을 지녔습니다.

음악과 음식

소재 또한 보편적입니다. 음악과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폴이 피아니스트이며 푸르스트 부인이 우클렐레를 즐겨 연주하는 만큼 음악이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 삽입됩니다. 중국의 전통 악기 얼후를 연주하는 미셸은 피아노를 치는 폴과 합주합니다. 프루스트 부인의 집에는 오래된 LP를 플레이하는 턴테이블이 마련되어 기억을 되살리는 소품으로 활용됩니다. 두 명의 이모는 다양한 춤을 가르치는 댄스 교습소를 운영합니다.

건조하고 고독한 삶을 사는 폴의 유일한 낙은 집 앞 제과점에서 사먹는 작은 빵 슈케트입니다. 하지만 프루스트 부인을 만난 뒤에는 마들렌과 차가 새로운 기호식품으로 추가됩니다. 프루스트 부인은 당근, 감자, 아스파라거스 등 온갖 야채를 집 안에서 키웁니다. 한편 폴의 두 이모는 브랜디에 절인 체리를 즐겨 먹습니다. 그들이 브랜디에 절인 체리를 먹는 장면은 엔딩 크레딧 이후의 추가 장면에도 제시됩니다.

대중성은 부족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보편적 주제의식 및 소재와는 별개로 정서적 측면에서 한국의 일반 관객들이 즐길만한 대중적 영화는 아닌 듯합니다. 프랑스인 특유의 코드는 보편적이라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머감각은 폭소를 터뜨리게 하기보다는 미소를 짓게 합니다. 의상과 세트의 동화적 색채 감각, 코미디,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의 서사시, 진정한 사랑 찾기의 요소 등은 한국에서도 반응이 좋았던 2001년 작 아멜리에'와의 공통점입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제작자 클로드 오자르는 아멜리에'에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인의 서민적이며 아날로그적인 삶에서 비롯되는 고독과 연민을 강조하는 따스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실뱅 쇼메의 전작 일루셔니스트'와 닮았습니다.

하지만 '아멜리에'에 비해서는 대중성이 떨어집니다. 인도 영화를 연상시키는 갑작스러운 뮤지컬의 삽입도 나름의 유머 감각을 앞세운 것이지만 뜬금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서사를 지배하는 인물 프루스트 부인이 인도에 다녀온 뒤 차에 정통하게 되었다는 설정과 인도 영화와 유사한 연출은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글] 아띠에터 이용선 artieto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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