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으로 비춰질 수 있어

▲ 2018 고교야구 본선 무대 진출 학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 학교의 희생이라도 발생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7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협회장 김응룡, 이하 '협회')가 올시즌 전반적인 고교 야구 운영 과정을 공개했다. 천안북일고에서 전국 학교 대표자들이 모여 감독자 회의를 펼친 가운데, 조별 편성과 운영 방식(왕중왕전 진출교 및 대통령배 진출교 결정 방법)까지 확정했다. 봉황대기와 협회장기에서는 전국의 학교가 참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모든 고등학교가 최소 두 개의 전국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지난해와 가장 다른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에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하여 협회장기 대회가 취소된 바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슈가 되는 부분은 주말리그 순위 산정 방법과는 다른 왕중왕전 진출 학교의 선정 방식이다. 서울 및 부산, 경기, 인천 및 강원 권역은 지난해와 동일한 방법으로 순위를 산정, 상위 50%에 해당하는 팀이 왕중왕전(황금사자기, 청룡기 선수권)에 진출하게 된다. 다만, 충청 및 전라/경상권은 그 동안 보기 힘들었던 '지역별 쿼터'를 적용하게 됐다. 이에 전편에서는 각 지역별로 쿼터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왜 도입되는지에 대해 살펴본 바 있다. 그러나 다소 복잡해 보이는 왕중왕전 출전 방식 그 자체만으로도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본선 무대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되려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중왕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지역에 대한 배려?
역차별을 당하는 다른 학교의 희생을 정당화하나?

1편, '2018 고교야구? 이렇게 바뀝니다.'에서 밝혔던 것처럼, 지역별 쿼터를 두게 된 것은 다양한 지역의 전국무대 체험을 돕기 위함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 동안 황금사자기 및 청룡기 선수권 등 왕중왕전에는 대부분 '참석하는 지역/학교만 참석'하게 되어 상대적으로 전국 무대 경험을 하지 못하는 학교가 있었다. 그만큼 강호들 사이에서 조별리그 상위 50%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란 상당히 어려웠다. 이러한 현상이 감독자 회의에서 공론화되고, 왕중왕전 진출 방식에 대한 확정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지도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추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성적순대로 전국 본선 무대에 진출한다는, 상당히 상식적인 이야기가 올해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있다. 말 그대로 과정의 평등함 없이 '결과의 평등'을 야기하여 왕중왕전 본연의 의미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한 학생 선수들이 상위 50%의 성적을 거두고도 정작 본선 무대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역차별을 당하는 학교의 희생이 정당화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가정해 보자. 대전/충청리그, 전라리그, 경상 A, B리그의 지난해 성적이 올해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고 할 경우, 본선 진출 팀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

대전/충청리그의 경우, 우승팀과는 별도로 대전,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에 속한 학교 중 적어도 1개 이상의 학교가 본선무대에 오를 수 있다. 만약에 위와 같은 순위가 펼쳐진다면, 상위 50%를 기록한 4위의 학교가 진출에 실패하고, 지역 쿼터를 받은 6위 학교가 진출하게 된다. 또한, 전라북도의 학교는 조별 성적과 무관하게 본선 무대에 오르게 된다.

전라리그의 경우도 마찬가지. 위와 같은 순위가 확정될 경우, 상위 50%를 기록한 4위의 학교가 진출에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지역 쿼터를 받은 전남 지역의 학교에게 본선 진출권이 주어지게 된다. 경상 A조 역시 같은 상황이 발생됨을 알 수 있다.

경상 B조는 조금 상황이 복잡하다. 우승을 차지하는 학교 외에 경북 지역 학교가 2개 더 출전할 수 있음은 물론, 제주 및 울산지역 학교는 순위에 관계 없이 쿼터를 받아 왕중왕전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위와 같은 순위가 올 시즌 전반기에 확정될 경우 제주고와 울산공고는 후반기에 반드시 지역 우승을 해야 왕중왕전에 오를 수 있다.

또한, 조별 편성과 관련하여 일부 학교는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특히, 경상 B조의 경우 제주고는 부산지역을 떠나 경북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며, 경북지역 역시 일부 경기를 제주도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그 거리를 감안해야 한다. 대구와 창원을 오가야 하는 경상 A조 역시 작년보다 이동 거리가 증가하게 됐다. 그리고 그 비용은 오롯이 학교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과의 평등이라는, 다소 오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현 시점에서 전/후반기 진출팀은 어떠한 표정을 짓게 될까?

eugenephil@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