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설 연휴를 앞두고 고전 소설 '흥부전'을 재해석해 영화화한 '흥부'(감독 조근현)가 14일 개봉한다. 영화 '흥부'는 양반들의 권력 다툼으로 백성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져 가던 조선 헌종 14년을 배경으로 한다.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 작가 '흥부'(정우)는 어릴 적 홍경래의 난으로 헤어진 형 '놀부'(진구)를 찾기 위해 글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 한다. 수소문 끝에 형의 소식을 알고 있다는 '조혁'(김주혁)을 만나게 된 '흥부'는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며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존경 받는 '조혁'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깨달음과 동시에 그와 달리 권세에 눈이 먼 '조혁'의 형 '조항리'(정진영)의 야욕을 목격하면서 전혀 다른 이 두 형제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흥부전'이 순식간에 조선 전역에 퍼져나가게 되고는데…

장르 불문 어떤 역도 잘 소화해낼 것 같은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 정우가 '흥부'에서 첫 사극 연기를 도전했다.

문화뉴스가 '흥부'에서 '흥부' 역을 맡은 배우 정우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영화 '흥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어떻게 봤나? 첫 사극 도전인데 어땠는지?

ㄴ 우선 촬영했던 기억도 떠오르고, 아무래도 (김주혁) 선배님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 첫 사극이라는 것에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 그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다. 사극에 대한 궁금함은 있었다. 차별화된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배우들에게는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한다고는 했는데 결국에는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작품 선택은 어떻게 하게 됐는가?

ㄴ 캐릭터의 감정에 대해서 밑도 끝도 없는 공감을 했던 것 같다. 연민의 정이 느껴지기도 했고 매력적으로 다가온 캐릭터였던 것 같고, '흥부'라는 두 글자가 주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 그게 신선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선택은 하지 못했다. 사극도 처음이고 이 극에서 책임을 지고 끌고 나가야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엄두가 안 났었는데 (김주혁) 선배님 하신다는 얘기 듣고 용기냈던 것 같다. '이끌어주시면 참 좋을 텐데'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선배님 하신다는 얘기 듣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故 김주혁 에게) 의지를 많이 한 것 같다.

ㄴ 신뢰가 당연히 있었다. 선배님만이 가지고 있는 배우의 힘이 있다. 현장에서 많이 느꼈고 의지했다. (영화를 볼 때) 객관적으로 보기 쉽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다 알고 이야기를 다 알고 보니까  쉽지 않았는데 처음에 참여했던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됐으니까 객관적으로 보기가 더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촬영했을 때 어떤 기억들과 지금의 형성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할 때 다른 작품들의 경우에는 다른 관객분들이나 배급하시는 분들, 기자분들이 어떻게 볼까 반응을 보는데 이번 시사회 때는 그럴 정신이 없었다.

 

대사에서 '그곳에서는 행복하시오'라는 대사가 나오니 더 먹먹했다.

ㄴ '흥부' 캐릭터에게 말하는 건데 현실이랑 뭔가 자꾸 구분이 안 돼서 더 그런 것 같다.

 

작품들 할 때 실존 인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흥부'는 실존 인물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인물을 재해석 했다는 점이 있다. 

ㄴ 모두가 알고 있는 친근한 인물인데 그 인물에 대해 다른 인물의 어떤 캐릭터로 재해석해서 이름만 '흥부'지 기존에 알고 계신 '흥부' 캐릭터의 모습은 주혁 선배님이 하신 '조혁' 캐릭터에 모습이 많이 있다. '놀부'도 진구 씨가 맡은 인물이지만 흔히 알고 있는 '놀부' 캐릭터는 정진영 선배님이 맡으신 '조항리' 캐릭터니까 그게 참신했다. 고유명사가 있는데 다른 이가 연기한다는 느낌에서 색다르다.

배경은 사극이지만 말투는 현대적으로 느껴졌는데 시나리오 설정이었는지?

ㄴ 시나리오는 좀 열려있는 느낌이었다. 정극 느낌으로 가도 되는 텍스트였고 약간 캐주얼하게 편안한 느낌으로 가도 되는 텍스트였던 것 같다. 글로서는 그랬는데 극 초반에는 아무래도 친근하게 다가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말투는 현대적으로 갔다. 이 극에서 좀 풀어져 있는 캐릭터라고 해야하나? '흥부', '선출', '김삿갓'이 그런 캐릭터였는데 '김삿갓'(정상훈)이라던가 '선출'(천우희) 같은 경우에는 분량 자체가 많지 않다. 그걸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인물이 '흥부'라고 생각했고 그 이유는 초반부터 극 자체가 너무 무거워지면 관객분들이 조금은 편안하게 다가갈 수 없지 않을까 생각을 한 것 같다. 작품마다 고민하는 부분이다. 맡은 캐릭터가 그걸 할 수 없는 여지가 있는 캐릭터면 욕심을 낼 필요가 없는 것 같고, 이번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그러는 게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연기한 것 같다. 초중반 이후부터는 그게 어떤 흐름이나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 걸맞게 톤을 조금씩 바꿨던 것 같다. 톤 조절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자괴감 느끼고 힘든 순간들이 있다고 했다. 편하게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연기할 때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인가, 작품이 쌓이고 비중이 늘어나면서 그런 것인가?

ㄴ 솔직히 둘 다인 것 같다.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표현보다는 즐기고 싶다. 현장에서 즐기고 싶고 그런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아직 좀 부족한가 보다. 내공이 좀 부족하고 경험도 좀 더 쌓아야 하는 거 같고 명분이랄까 절실함이랄까 그런 걸 좀 찾으려는 것 같다. 작품마다 아쉬운데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다. 그걸 잘 이겨냈는지 이겨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흘러서 촬영을 마쳤다. 시간이 지나서 이겨냈다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에 시간이 흘렀고 촬영을 마쳤다.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작품을 했을 때 왜 고민을 많이 했고 두려움이 있었냐면 혼자서 끌고 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버팀목이 되는 선배님들이 함께 해주셨을 때 '흥부'라는 작품이 완성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혼자서 할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선배님 하신다는 얘기 듣고 그때 해야겠다며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다만 선배님이 매번 함께 촬영하지는 않으니까 '흥부'라는 캐릭터가 한 캐릭터 한 캐릭터 스쳐 지나가면서 캐릭터를 만나고 보내야 하고 나중에는 혼자서 또 길을 가야 하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게 가장 힘들었다.

 

캐릭터 적으로나 배우 적으로나 혼자 외로웠을 수도 있겠다.

ㄴ 캐릭터들과 보내는 시간들, 그러다가 이 캐릭터들이 '흥부' 곁을 떠나게 된다는 거에서 달랐다. 보통은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와 시간을 쌓아가고 사연, 감정을 쌓아간다고 하면 그래도 그나마 조금 고민이 덜했을 텐데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이 캐릭터가 시간이 지나면 다른 캐릭터와 시간을 보내고를 반복한다. 천우희 캐릭터도 같이 지내지만, 장면 자체는 별로 없다. 주혁 선배님도 영화에서 가장 많이 연기를 하지만 장면 수로 보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조항리' 같은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고, 나중에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 감정이 조금씩 조금씩 다 다르다. 시작점부터가 '놀부' 형으로부터 시작하는데 '놀부' 형도 한두 번 만나면 끝이다. 감정을 보여줄 시간도 없고 보여주지도 못했고 주된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런 이야기들이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짧게 만나는 데다가 캐릭터들 간의 감정이 딥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길지 않은데 그 감정이 깊어야하니까 힘들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흥부'가 오열할 것 같은 부분에서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데 톤이 높지 않은 것이 오히려 진짜 같았던 것 같다.

ㄴ 그거다. (웃음) 거기까지 가는 게 쉽지 않았다. 한 장면을 위해서 달려가는데 고민스러웠던 장면이었다. 거기까지 달려가기까지 명분을 만들고 이유를 만든다. 대사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고 장면에 대한 목적을 생각하고 그걸 쌓아서 한 장면으로 간다. 거기까지 가는데 확신을 가지고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에서 변곡점이 되는 부분은 '조혁'을 만나는 것도 있지만 극에 달하는 부분에서 캐릭터가 완전히 변하니까 그 부분부터는 되려 방향성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고 갈 수가 있는데 그 전까지 쌓아나가야 되니까 단계별로 나가는 부분에서 좀 그랬다.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은 처음 할 때 시작점, '놀부' 형 얘기 나왔을 때의 감정선, 그 이후 '조혁'을 만나고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들이었던 것 같다.

강하늘 씨는 '놀부'에 나와서 등장한 것인가? 아니면 따로 부탁한 것인지?

ㄴ 따로 부탁한 적 없다. '흥부'에 특별 출연한다고 전화 받았다. '네가 거길 왜 나오니? 네가 왜?' 그랬었는데 제작진분들과 친분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나도 깜짝 놀랐다. 하늘이가 나 때문에 작품에 나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웃음)

 

'조혁'이 '흥부'의 인생의 길잡이로 나오는데 인생에 그런 분이 있는지?

ㄴ 선생님들이지 않을까? 원초적인 대답이지만 학교 선생님들, 학원 선생님들. '바람'(감독 이성한 / 실제 배우 정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과외 선생님으로 나오는 분이 있다. 그것도 실제였는데 그분한테 많은 얘기를 들었다. 어렸을 때 믿지 않았지만 사람 사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수업시간에 공부는 안 하고 사람 사는 얘기를 많이 들은듯.(웃음) 수학 선생님이었는데 공식보다는 사람 사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지내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시간이 지나니 다시 또 되뇌게 되고 현실적으로 되었다.

영화에서 '놀부'를 찾으러 갈 때 중간에 모주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두 분이 형제 아니냐고 할 때 '놀부'의 동생이지만 '조혁'과의 케미를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 형제 중 막내인데 막내 성향인가?

ㄴ 누가 봐도 현장에서도 그렇고 평소에도 딱 봐도 막내 같다. 형, 누나 좋아하고 형일 때보다 동생일 때가 더 편하다. 지내면 지낼수록 편하게 살아진다. 아직은 선배님들이 많이 계셔서 좋다.

 

김주혁 배우가 버팀목이 되었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랬나?

ㄴ 사실은 선배님의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연기하면서 배우들은 느낀다. 상대 배우의 어떤 감정을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어떤 응원의 힘들이 있었다. 말로 하지 않았지만, 묵묵히 지켜봐 줬다. 초반에 제작발표회 때 말씀드린 것처럼 묵묵히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고 현장 분위기 따뜻하게 유쾌하게 해주시려고 했다.

선배님의 닮고 싶은 점은?

ㄴ 그런 모습들이다. 상대방 배려하고 따뜻함으로 챙기는 것. 많은 부분을 닮고 싶다. 배우로서도 그렇고 한 사람으로서도 그렇고.

 

마당놀이나 연희가 너무 제대로였다.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ㄴ 보면서 놀랬다. 실제로 실력 있으신 분들이시다. 교수님도 계시고. 그분들의 에너지도 엄청났다. 실제로 하는 걸 보기도 했는데 짧아서 아쉬웠다.

 

영화 메시지가 '꿈꾸는 자가 바꾼다'는 것이다. 꿈을 꿨기 때문에 죽기도 하는데 배우라는 꿈을 어렵게 이루어왔다. 지금도 꾸는 꿈이 있나?

ㄴ 지금도 꿈을 꾸고 있다. 스크린에 나왔다고 해서 온전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릴 때는 신인상 받는 게 꿈이었다. 그거는 이뤘고 그 이후에는 어떤 배우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지금도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인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 자신을 좀 돌아보고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돌아보고 자책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민 속에서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래야지 나중에 또 다음 작품 그다음 작품 했을 때 그게 모여서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너무 엄살 부리지 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엄살이 아니고 솔직한 심정이다. 경력이 한 해 한 해 조금씩 쌓이면 쌓일수록 알아가는 것들이 조금 더 많아지니까 모르는 걸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채우게 되고 그래서 더 고민되는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pinkcat@mhnew.com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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