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할 수 없는 '인지도'의 영향력이 관건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이슬기] 매해 선거기간이 다가오면 후보자들만큼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인들이 있다.

평소에도 정치에 대한 발언을 서슴지 않다가, 선거철이 되면 SNS를 통해 투표 장려 메시지를 남기거나, 투표 참여 인증샷을 남기는 방법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이 때 개념과 소신이 있다는 반응을 듣기도 하지만, 혹자는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조어 '관심종자'를 줄인 말)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직접 정계에 뛰어든 스타들도 있다.

과거 코미디언 이주일, 연기자 이순재, 최불암, 신성일 등은 지역구 혹은 비례구(전국구)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예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삼둥이'(대한, 민국, 만세)의 할머니이자 배우 송일국의 어머니인 김을동도 연기자 출신 국회의원이었다.

최근에는 역으로, 정치인들이 직접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려 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지난달 17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고, 남경필 현 경기지사와 이재명 현 성남시장은 지난해 12월 JTBC 토론 프로그램 '썰전'에 동시 출격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박원순 서울시장

이들의 정치적인 발언이 이토록 주목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그들의 인지도와 그에 따른 인기 때문이다.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유명인의 정치적 언행은 일반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굉장하다. 화면 속에 보이는 그들의 모습뿐 아니라 팬들은 그들의 사생활 일거수일투족에도 관심을 곤두세우기 때문에 정치와 관련한 언행도 결국 큰 이슈가 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전(前)정부의 블랙리스트 파문은 정치계가 이들의 영향력을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해당 정권을 지지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유명 문화예술인들에게 알게 모르게 부당한 불이익을 가한 것이다.

연예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의 선거운동,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까?

헌법 제116조에서는 모든 국민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고,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직선거법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인 역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얼마든지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의사표시와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또는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아니하도록 공직선거법 제58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단순한 지지선언은 위반이 아니지만,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인터넷에 글을 여러 번 퍼 나르는 식의 행동은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반복성'과 '목적성'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유명 문화예술인이 분명한 목적성이 인정될 정도로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낸다면 문제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 공개지지 선언을 하고 집회를 개최했던 딴지 일보 총수 김어준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이 선고된 바 있었다. 방송인 김제동 역시 같은 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투표 당일 투표 인증샷을 올리고 투표를 독려했다는 이유로 한 시민이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해당 시민은 "김제동은 트위터 팔로워가 60만명이 넘거 선거 당일 수많은 매체를 통해 실시간 전파된 만큼 단순한 투표 독려 행위를 넘어선다"며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선거운동은 결국 이미지메이킹을 통해 정책을 홍보하고 후보자를 알리려는 과정이다.

기업들이 CF에 특정 이미지의 연예인들을 기용하여 해당 제품을 광고하는 것처럼, 인기를 바탕으로 대중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문화예술인들의 선거에 관한 의사표시는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홍보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문화예술인들의 선거지지나 선거운동에는 일반인보다 예민하고 부정적인 시각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할리우드 스타가 특정 후보는 물론 현직 정치인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강한 의견을 표명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2016년 미국 대선 때는 스칼렛 요한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유명 배우들이 드러내놓고 트럼프를 반대하며 미국 대선 투표 권장 영상을 만들기도 했고, 트럼프가 당선이 되자 "NOT MY PRESIDENT(내 대통령은 아니다)" 운동까지 펼쳤다.

최근 우리나라도 젊은 연예인들 상당수가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소신을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6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촛불집회에는 신현준, 유아인, 이준, 김제동 등의 스타들이 직접 길거리로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전례 없던 탄핵으로 5월에 있었던 지난 '장미대선(2017.5.9)' 당시, 이순재, 정우성, 한지민, 이병헌 등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하여 투표를 독려했던 ‘0509 장미 프로젝트’ 영상은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지난 2016년 개인 SNS를 통해 촛불집회 참여를 인증하고 권장했던 가수 '이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문화예술인들 역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문화예술인들은 인기에 수반되는 책임의 무게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대중들도 여과 없이 받아들이거나 편견을 갖기 보다는 이들의 의견 표현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ARt'ietor) 이슬기. 경북대학교 법학과 및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이슬기 변호사는 여성과 가정의 기준에서 사회를 통찰한다. 헌법재판소 경험과 함께 '전국청년대표자 연합 여성분과 위원장', '네이버 지식인 이혼상담변호사', '한국가족법학회 정회원' 활동을 호기롭게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회적인 약자 변호라는 큰 장점을 무기로 현재는 중앙헌법법률사무소에서 가사전담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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