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월 18일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마리 베체라' 역을 맡은 배우 민경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구 황태자 루돌프)는 합스부르크의 황태자 루돌프와 그가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 마리 베체라가 마이얼링의 별장에서 동반 자살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프레더릭 모턴(Frederick Morton)의 소설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A Nervous Splendor)'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스토리, 합스부르크의 화려한 왕실을 그대로 재현한 무대세트 등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더불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 중 하나인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의 가슴을 저미는 선율의 주옥 같은 넘버가 빛난다.

이번 시즌에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음울한 시대상을 드러낸 작품성도 돋보일 뿐만 아니라 엑소 수호의 첫 뮤지컬 데뷔와 '시스터액트' 아시아 투어 도중 합류한 김소향 등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하지만 그중에도 눈에 띄는 건 단연 '깜짝' 캐스팅이라 할 수 있는 배우 민경아의 합류다.

데뷔 때부터 다소 파격적인 소재인 동성애 등을 다루며 우리 사회에 어려운 메시지를 던진 '베어 더 뮤지컬'에서 두각을 드러낸 그녀는 이후 '고래고래', '경성특사' 등 창작 뮤지컬을 거친 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지방 투어에 합류, 대극장 무대를 성공적으로 경험했다.

이어 호불호가 뚜렷했던 뮤지컬 '인터뷰'에서도 빼어난 모습을 드러내며 '믿고 보는' 캐스팅으로 꼽혔던 그녀는 이번 '더 라스트 키스'를 통해서도 그동안 보인 모습이 본인의 실력이었음을 입증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이상으로 앞으로 펼쳐질 길이 기대되는 배우 민경아와 나눈 이야기들.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 일곱이 된 뮤지컬 배우 민경아라고 합니다. 2015년에 뮤지컬 '아가사'로 데뷔해서 지금까지 7작품을 했고 '더 라스트 키스'의 '마리 베체라'로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이전 인터뷰를 보니 차가운 표정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

ㄴ 그게 어렸을 때거든요. 차가워보인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런 이야기가 점점 안 보이고 되게 선하게 생겼다. 웃는 상이다 듣고 있어요(웃음).

'더 라스트 키스' 합류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ㄴ 저는 원래 작년에 공연됐던 뮤지컬 '햄릿'에서 오필리어 친구 역을 찾는다고 해서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거기에선 떨어졌어요. 그런데 대신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발렌타인' 역 제안이 들어와서 하게 됐죠. 거기서 좋게 봐주셔서 오디션을 거쳐 합류했죠. 원래는 '웃는 남자' 오디션이었는데 누가봐도 '마리'처럼 하고 갔어요. 약간 노렸죠(웃음). 김문정 감독님이 '웃는 남자'만 준비했니? 하시길래 아니라고 하고 '사랑이야'를 거기서 불렀었죠.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로 전국 투어를 했다. 특별한 경험인데 어땠나?

ㄴ 너무 색다르고 재밌었어요. 매번 공연장이 바뀌잖아요. 매주 매주 설렜었어요. 저한테는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있긴 하겠지만, 그때만 해도 '내가 언제 이런 걸 해볼까?' 그런 생각을 했었고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잖아요. 극장마다 컨디션이 다르니까요. 그것도 무척 도움됐던 것 같아요.

투어 사이 시간에는 뭘 했는지.

ㄴ 제가 사실 중간에 들어가기도 했고 긴장을 많이 해서 어디 다니질 못하고 쉬기 바빴어요. 그러다 좀 지나서 적응하게 된 뒤에는 언니 오빠들이 너무 원래 늘 있었던 애 같다고 말해주실 정도로 친하게 지냈었죠. 볼링도 치러 갔어요(웃음).

 

그간 작품을 보면 소극장, 대극장, 창작, 라이선스 등을 다양하게 했다. 각각의 차이가 있다면.

ㄴ 창작 같은 경우 '경성특사'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이건 제가 만들어가는 게 많았거든요. 제가 하나하나 만질 수 있는 거잖아요. 연출님과 이야기하는 것도 있지만요. 그래서 그런 창작의 매력,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요. 라이선스는 연출이 원하는 캐릭터가 있는데 거기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대화를 통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기도 했고 이런 큰 작품에서는 사실 큐 맞출 것도 많고 해서 대극장에선 이런 부분까지 생각해야 된다는 걸 배웠어요. 예를 들면 걸음을 거기서 멈춰야만 조명받을 수 있다거나. 그런 거 때문에 힘들었죠. 자기 멋대로 했다가 혼나고(웃음).

'마리 베체라' 역을 맡은 선배 배우들이 쟁쟁한데 이전 공연을 통해 참고한 게 있다거나.

ㄴ 처음엔 부담됐어요. 이전의 '마리' 선배님들도 너무 워낙 잘하시는 언니들이셔서 부담도 컸죠. 그래서 오히려 영상을 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걸 따라하게 될까봐 자제하며 연출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상대 오빠들과의 대화를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맡았던 역할 중에 실제 성격과 제일 비슷한 캐릭터는 뭔가.

ㄴ '마리'가 아닐까요(웃음)? 진취적이고 감정에 솔직하고요. 어떻게 보면 루돌프가 감성적이고 그런 부분을 터치해주잖아요. 제가 친구들에게도 고민상담을 많이 들어주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마리'와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마리'도 무척 밝잖아요. 저도 굉장히 밝거든요. 제 가장 친한 친구들도 '더 라스트 키스' 보고 와서 그냥 저같다고 할 정도였어요. 사실 비슷하다기보단 제가 '마리'에게서 닮고 싶은 부분이 더 많아요. 사랑에 있어서 조금 더 진취적이고 겁도 없는 것 같아요.

실제 '더 라스트 키스'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이 있는지.

ㄴ 저는 확실히 공연 하면서 느끼는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감정이 더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모든 방면을 열어놔야하지만, 연습을 통해서 그 중 좋은 선택을 하고 무대에 오르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선택하는 부분이 다르게 생각되기도 하더라고요. 이랬을 수도 있겠다. 혹은 연기하면서 이런 감정이 드네? 하고요. 그래서 하면서 더 발전되는 느낌을 받아요. 계속 무대에 서며 감정이 깊어지는 것도 있지만, 더 집중도 잘되는 것 같고요. 관객이 주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걸 받으면 극에 정말 빠져들게 돼요.

 

'마리 베체라'란 캐릭터에 접근한 과정을 설명해달라.

ㄴ 이게 책도 있고 영화도 있거든요. 안 그래도 처음에 테이블 작업을 시작했을 때 어디부터 해야할지? 했죠. 실존 인물에서부터 시작하긴 했지만, 그건 정말 바탕으로 인지하고 대본대로 갔었던 것 같아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무척 스마트한 여자였어요. 똑똑하고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는 면이 있죠. 황태자비와 대화할 때가 그렇죠. 용감한 여자구나. 그런 면에서 또 더 닮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맡은 '마리 베체라'라는 역할이 수천 명의 관객을 만나는 대극장의 주연이잖나. 배역의 무게감이나 책임감이 있을 법 한데.

ㄴ 책임감이라고 한다면 제가 정말 '마리'를 보여줘야 한다는 거였어요. 사실 '루돌프'와 '마리'가 끌고 가는 극이잖아요. 소대 들어가기 전에서도 무척 집중하면서 에너지를 제가 만들고 나눠준다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저 씬 하나하나도 그냥 넘어가면 안되겠다. 세 시간 동안 놓치지 않고 집중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작품이 1막과 2막의 온도차가 많이 나는 편인 것 같다. 1막에서 둘의 사랑을 보여준다면 2막에선 어찌할 수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휘말린 느낌이 든다.

ㄴ 2막은 확실히 드라마 적인 면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시대에 휩쓸려 간달까요? 사랑을 지키고 싶지만 주위의 장애에 계속 부딪히잖아요. 그래서 저는 한 가지만 계속 가지고 가려고 했어요. '나는 정말 그와 함께 갈거야. 그가 어떻게 어디로 가든' 이라고요. 그런 끈을 놓치 않는 상태에서 내가 끝까지 넘어지지 않고 그를 응원해주고 바라봐주는 생각으로 더 임하는 것 같아요. 분명 '마리'도 사람인데 황태자비를 만날 때나 성당 씬에서 많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나잖아요.

그런 느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면?

ㄴ 사창가 장면을 보면 '루돌프'가 저랑 첫날밤 보내고 2주동안 연락이 없었어요. 그가 뭘하는지 모르다가 2주만에 찾았는데 술집 여성들과 있는 걸 보고 루돌프를 찾아가요. 그 씬이 둘이 격렬하게 싸우긴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싸우거든요. '내가 너 미워. 싫어'가 아니라 '널 사랑해. 난 널 끝까지 놓치 않을 거야. 정신차려' 그런 장면이잖아요.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씬이 있지 않다면 '루돌프'가 용기를 얻어 '내일로 가는 계단'까지 가지 못할 테고요. 제게는 그 장면이 '마리'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씬이에요.

 

그렇다면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역시 '사랑이야' 아닌가.

ㄴ 많은 분들이 '사랑이야' 라고 예상하지만 '알 수 없는 그곳으로' 와 '처음 만난 날처럼'. '너 하나만' 이에요. '알 수 없는 그곳으로'는 무척 '이 감정 뭐지. 이 사람 뭐지?' 이 사람을 알기 전의 첫인상에 대한 설레임이 있잖아요. 그게 사랑을 시작하기 전의 몽글몽글한 것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지고요. '처음 만난 날처럼'은 진짜 '썸'을 타는 시점이잖아요. 그래서 좋아하고 '너 하나만'은 그 노래가 끝인 것 같아요. 가사도 너무 예쁘고 '죽을 때까지 너 하나만 찾으러 왔나봐' 이런 가사가 나오잖아요. 정말 가사가 너무 예쁜 것 같고 그런 사랑을 저도 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도 그 노래를 들으시며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자기 생각이 명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기, 배우는 언제부터 꿈꿨는지 궁금하다.

ㄴ 어릴 때부터 너무 좋아했고 성대모사도 좋아하고요. 어릴 때부터 그냥 좋아했어요. 동요대회에 우연찮게 엄마가 쓴 걸로 나갔는데 대상을 타서 '동요 한 번 배워볼래?' 해서 동요도 초등학교부터 했고요. 그렇게 노래에 대한 끈을 놓치 않았어요. 그러다가 어느날은 엄마가 '캣츠'를 보여주셨는데 그걸 보고 노래하며 연기하는데 충격 받았죠. 그때부터 엄마가 계속 뮤지컬을 보여주셨어요. 그래서 '엄마 나 저런 사람이 될래' 했죠. 그래서 학교도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게 됐고요. 지금도 공연 보는 거 좋아해요. 오늘도 인터뷰 끝나면 '시스터액트' 보러가요(웃음).

 

특별한 취미나 공연 중 휴일에 즐기는 있다면?

ㄴ 저 여행을 너무 좋아하는데 갈 시간이 없어서 시간만 되면 가고 싶어요. 가장 최근에 간 곳은 제주도였어요. 저는 제주도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쉬는 날엔 진짜 집에만 있어요. 반신욕 엄청 좋아해서 반신욕 하면서 팩 붙이고 영화 보는 거 가장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노트북'이에요. 스릴러 장르도 좋아하고요.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가리지 않아요. '금발이 너무해'. '킹카로 살아남기'. 이런 즐거운 영화도 보고요. 앞으로도 뮤지컬 외에 영화나 연극 등에도 모두 참여해보고 싶어요.

시츄를 키운다고 했는데 자랑 한 번 해달라.

ㄴ 저희 강아지는 너무 짖지 않고 순하고 착해요. 앞집에서 '강아지 키웠었냐'고 할 정도로 너무 조용하고 순하고 애교도 많고 '노래!' 하면 노래도 불러요(웃음). 정말이에요. 집에서 노래 레슨을 받고 있는데 제가 노래하고 있는데 밖에서 소리가 나길래 문을 열어보니 문 앞에서 노래를 따라하더라고요. 또 감기 한번 안걸릴 정도로 건강해요.

요즘 공연계를 보면 점점 여배우가 사랑받기 어려운 시기가 아닌가 싶다. 여성 위주의 작품들도 있지만, 점점 남성위주거나 남성만 출연하는 작품이 늘어나는 느낌인데.

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내가 충실히 잘하면 그걸 관객이 알아주지 않을까? 하고요. 그러다보니 이번에 '마리' 할 때도, 뮤지컬 '인터뷰' 때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많~이 오진 않지만(웃음) 보내주신 응원 메시지 보면 힘이 돼요. 주어진 것에 열심히 하니까 조금씩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진취적인 성격이거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캐릭터들을 만난 것 같다. 그런 캐릭터를 만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ㄴ 사실 제가 특별히 뭐 없는데도 그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너무 과하지 않고 너무 덜하지 않게. 조금씩 그때의 저에 맞춰서 작품이 잘 오는 것 같아요. '마리'까지 온 것만으로도 갑자기 금방 온 것 같아서 '너무 잘 풀린거 아닐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어요. 그래도 잘 가고 있는게 맞겠지 싶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ㄴ 저는 '고스트'에서 '몰리' 역할 너무 해보고 싶어요. 또 작품 속 비중에 상관 없이 다양하게 가리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어요. '인터뷰'도 3인극이지만 '조안'이 워낙 임팩트가 있어서 하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비를 맞는다거나 엄마가 보이는 것처럼 정말 연기해야하는 면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도 연기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어떤 역을 맡을 때 비중이 적어. 이런 생각보단 그걸 표현하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무척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꿈이 있다면.

ㄴ 저는 어떤 캐릭터에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캐릭터마다 이유가 있을 건데 그런 부분을 제가 맡은 역할을 보고 관객들이 위로받으시면 좋겠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통해 관객분들이 힐링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를 딱 봤을 때 '저 배우가, 이 배우고, 이배우였어?' 할 정도로 다양한 역을 맡아서 뻔하지 않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는.

ㄴ 우선은 저 많이 사랑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 요즘 날씨도 황사도 심하고 미세먼지도 많은데 건강관리 잘하시면 좋겠고요. 항상 기분 좋게 웃는 얼굴로 뵈면 좋겠어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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