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정욱진과 강승호.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희대의 어록을 남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연극 '네버 더 시너'의 프레스콜이 지난 7일 오후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열렸다.

지난 1월 30일 개막해 4월 15일까지 공연될 연극 '네버 더 시너'는 '레드' 등을 쓴 존 로건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번 한국 공연에선 변정주 연출이 맡아 약 100여년 전의 사건을 다시금 우리에게 내놓는다.

변정주 연출은 "평소에 사형제도를 반대하던 사람인데 이 대본을 처음 받고 읽을 때 중간 어디까지 갈 때까진 내가 이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왜냐면 생각이 다른 작품을 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끝까지 다 읽고 조연출과 상의해본 결과 이런 이야기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정권도 바뀐 세상에서 우리도 이 사형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타이밍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금 법률적으로는 사형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출하게 됐다. 제작자도 같은 생각일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작품을 연출한 의도를 밝혔다.

▲ 기자간담회 현장. 좌측부터 박은석, 조상웅, 이율, 이형훈, 정욱진, 강승호, 윤성원, 성도현, 이현철, 이도엽, 윤성화, 변정주 연출.

실제로 연극 '네버 더 시너는' 같은 사건을 다루면서도 범죄 행위나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 뮤지컬 '쓰릴 미'와 달리 두 사람의 재판 과정,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 변호사와 검사 등을 두루 조명하며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닌 '사회' 속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예컨대 이런 면을 쇼뮤지컬로 승화시킨 작품이 '시카고'라면,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진중하고 무겁게 다룬다.

범죄를 저지른 두 사람, 네이슨 레오폴드(조상웅, 이형훈, 강승호)와 리차드 로엡(박은석, 이율, 정욱진) 외에도 둘을 변호하는 클라렌스 대로우 역에 윤상화와 이도엽, 검사 로버트 크로우 역에 이현철과 성도현, 기자들 역에 윤성원, 이상경, 현석준까지 출연하며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총 일곱 명이다.

▲ 기자 역 이상경 배우

변 연출은 "기자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사건을 저지른 당사자 두 인물,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검사와 변호사, 그걸 대중에게 전달하는 기자. 이 크게는 다섯 주체가 뭐랄까 조직적으로 관계를 이루며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고 어떤 한 인물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건 아니다. 하나의 사건을 둔 다섯 주체가 다른 관점, 입장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이를 통해 관객분들께서 설득되는 분들도, 반대인 관객도 계시리라 본다. 어쨌든 한번쯤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고민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연극 '네버 더 시너'를 통해 사형제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무대와 음악은 재즈가 미국 전역을 강타한 1920년대 당시를 묘사하는데 충실하다.

변 연출은 무대에 대해 "192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것"이라 밝히며 "저도 세트디자이너와 공부하며 알게된 건데 '아트데코' 스타일이란 양식을 무대 전체에 적용했다. 이게 고급스러워 보이고 '리차드 롭'과 '네이슨 레오폴드'가 잘나가는 집 아이들이고 그런 분위기에 맞을 것 같아서 무대 컨셉으로 살렸다. 재즈 역시 당시 분위기를 나타내줄 수 있는 음악적 표현이라고 생각됐다. 몇몇 곡은 대본에도 구체적으로 제시된 노래였다."며 작품의 외형을 설명했다.

 

기자간담회는 계속해서 배우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뮤지컬 '쓰릴 미'에도 출연한 정욱진 배우는 "뮤지컬 '쓰릴 미'는 네이슨, 리차드 둘의 심리 게임 같은 느낌으로 많이 열려있는 대본이었다면 '네버 더 시너'는 인물들이 좀 구체적으로 배치된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또 제목에서도 나왔듯이 죄는 정말 미워해야하지만 그 냉혈한들도 이면에는 인간이다.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워낙 엄청난 선배님들과 함께 호흡하기에 좀 더 꽉 찬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며 이 작품만의 특징을 밝혔다.

그리고 "저는 뮤지컬에선 레오폴드였고 지금은 리차드인데 둘의 차이는 네이슨 할 땐 머리를 내리고 리차드할 떈 머리를 올린다. 내리면 좀 귀엽다(웃음)."며 두 작품을 모두 출연한 배우로서 차이를 밝혔다.

마찬가지로 두 작품 모두 출연한 조상웅 배우는 레오폴드의 심리 변화에 대해 "크게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 초인이라 믿었던 자신이 아닐 수도 있구나 . '아니구나'를 알아가고 찾아가는 변화가 있고 끝까지 변화되지 않는 건 롭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 배우 박은석과 이형훈.

최근 연극 '언체인' 등에 출연하며 활약 중인 강승호 배우는 새를 좋아하는 레오폴드의 심리에 대해 "나의 이상. 그리고 내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새를 갈망하고, 점차 나이를 먹고 커가면서 그 새에 저의 모습을 투영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박은석 배우는 "모든 인간은 결핍이나 숨기고 싶은 상처 등과 싸워가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그래서 모든 인간이 자신만의 전쟁에 참여한다는 말이 있잖나. 그래서 그 모든 걸 포장하려 하고 괜찮은 척하려 하고 더 숨기려 하는 게 표면적으로는 더 과장돼 반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저 역시 그런 결핍이 있고 그런 면에선 비슷하지 않나 싶지만 모든 인물이 그런 것 같다."며 리차드 롭이 자신과 닮은 점에 대해 밝혔다.

▲ 성도현 배우

변호사 클라렌스 대로우 역을 맡은 윤상화 배우는 "사실 이 작품 보기 전에 많이 알지 못했는데 '클라렌스 대로우'는 꽤 많이 알려진 인물이더라."라고 밝힌 뒤 "작품 안에서 대로우를 만났을 땐 계속 벅차다. 정말 놀랍잖나. 죄의 주체를 증오할 수 없다는 논리가 너무 벅차고 그걸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많이 부딪히는 것 같다. 제가 그만한 인물이 못돼서 이 인물의 어떤 감정을 연기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론 완성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클라리스 대로우'란 인물이 가진 그만의 설득력, 무게감, 인간애 같은 게 배우 윤삼화한테서 나오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게 나오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많이 부딪히는 중인 것 같다."며 작품을 넘어 실존 인물인 클라렌스 대로우를 소화하는 소감을 전했다.

▲ 배우 이율과 조상웅.

이도엽 배우 역시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에 대해 "(윤상화)형과 같은 생각인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말 자체는 알겠는데 형도 그런 말씀하셨지만 솔직히 저는 절반만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을 시작하기 전엔 저도 사형제를 찬성하던 사람이고 대로우는 반대에 있는 사람이다. 88회 정도 공연을 올려야 하는데 그 시간 안에 클라렌스 대로우의 발뒤꿈치 정도까지 알 수 있을까 싶다. 알아가려고 하고 있는데 중요한 건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논리는 있겠지만, 저도 여행 중이기에 나머지를 채워가려고 한다. 제가 반대로 오히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2018년이 되길 바란다."며 관객들이 이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성도현 배우도 "대본에도 명시돼 있고 연출님의 의도기도 한데 재판 과정 속에서 객석에 계신 관객을 판사처럼 보면서 연기하고 있다. 그래서 재판 장면이 진행될 땐 객석에 불이 들어와서 밝혀진다. 그래서 저희 입장에도 관객석을 보이기 시작하면 진정성을 더 담아서 대사를 전하려고 노력한다."며 '네버 더 시너'가 관객과 함께 고민하는 작품이란 점을 밝혔다.

기자 역의 윤성원 배우 역시 "저희 공연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공연 같다.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 저희가 규정짓기보단 같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제도나 규범에 대해 강요받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연인 것 같다."라며 "망설이실 필요 없이 한 번쯤 봐주시면 좋겠다."고 작품에 대한 성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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