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 하나금융센터의 새로운 도전과 변신, '클럽원'(Club1)

관련기사: [문화 人] 김기라 작가, "하나은행 클럽원(Club1)은 한국 슬로우뱅크의 시작, 제 2의 도이치방크를 꿈꾼다"①(인터뷰)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하나은행의 변신은 변혁의 필요성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흐름"

그렇다면 실제 기업 매출이 좋아졌나?

ㄴ 결과적으론 그렇다. 하지만 바로 그런 성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이나 후원이라는 것은 '브랜딩' 혹은 '기업 이미지'의 문제다. 콜라보레이션과 후원을 통해 직접적인 수익을 얻진 않지만 기업이 이미지가 좋아진다.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면 당연히 매출도 는다. 하지만 이에 기업의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기에 성과를 얻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럼 직접 미술사업을 한다는 개념은 아닌건가?

ㄴ 맞다. 미술작품을 사고파는 그런 사업이 아니라 '인프라'(Infra), 혹은 '플랫폼'(Platform)의 개념이다.

▲ 여자화장실에 설치된 작품, 인세인박_Untitled_2017 ⓒCha Dong Hoon

은행의 주업무는 어쨌든 돈을 유통하는 것 아닌가? 자본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은행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기관이다. 이런 프로젝트가 '돈의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은행의 주역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 모르겠다.

ㄴ 돈은 이제 숫자만으로 유통된다. 전보다 심사과정도 간단해지고 인력이 줄면서 공간들이 남는다. 인구가 줄면 자본도 준다. 컬렉터나 자산가들이 재미있는 걸 해보려고 한다. 그런 니즈들이 있다. 금융회사는 금융상품에 대한 니즈를 알고있고 작가들은 아트에 대한 자산을 알고 있다. 대중들에게 그런 정보를 적절히 제공해주면 소비를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은행의 자산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 화장실 벽, 염지희_길을 잃은 숲에는 마녀가 산다_2017 ⓒCha Dong Hoon
▲ 화장실 벽, 이상원_삶의 패턴_2017 ⓒCha Dong Hoon

아까 대화 도중 잠시 은행과 카페를 결합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어떤 개념으로 이런 발상이 도입된건가?

ㄴ 은행에 업무를 보러갔을 때 기다리는 시간을 다들 경험 해봤을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아깝기도 하고 길고 지루한 시간이다. '이 시간에 고객들이 은행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카페에 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실 가장 먼저 이러한 시도를 한 곳이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 서울 동부이촌동 지점을 폴바셋과 함께 결합점포 형태로 운영하면서 ‘카페 인 브랜치’ 효과를 증명했다. 또, 신한은행은 은행원을 줄이고 그 자리에 디지털 기기를 놓은 ‘스마트 브랜치’를 운영 중이다. 이 두 사례 모두 앞으로 은행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강이연_Surface_2017, 미디어작품 ⓒ대안공간루프
▲ 강이연_Surface_2017, 미디어작품 ⓒCha Dong Hoon

그렇다면 은행들이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ㄴ 이러한 시도들은 일종의 '패턴'을 만드는 작업이다. 은행에 업무를 보러 갔을 때 업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커피도 마시고 쉬고 놀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공간에 머무는 것을 자연스럽게 길들이는 것이다. 젊은 고객의 경우 이 효과가 매우 크다. 무슨 말이냐면 젊은 고객을 유치하면 평생 고객이 된다는 뜻이다. 은행은 한번 개설하면 잘 안 바뀐다. 공간에 대한 좋은 경험을 하면 자주 찾아오게 된다. 또 공간에 머물면서 통장을 개설하거나 상담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다. 

▲ 김용관_폐기된 풍경_2017 ⓒCha Dong Hoon

작가님 말씀을 듣다보니 현재 열풍 중인 비트코인이 생각난다. 만약에 가상화폐가 일반적으로 통용이 되면 은행이라는 공간 자체가 없어지지 않을까?

ㄴ 그렇다. 결국엔 그렇게 될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은행도 그에 대비해서 이러한 시도를 해보는 것 같다. 현재는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 제이미 리_꿈을 살다_2017 ⓒJamie M. Lee

아무래도 돈 얘기를 안할 수 없을 것 같다. 공사비용이 얼마나 들었나?

ㄴ 전체 리노베이션에 5억도 안 들었다.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낮아서 의외다. 작품 값만 해도 꽤 나갈 것 같은데. 어떻게 가능했나?

ㄴ 회화 작품의 경우 오리지널 작품을 걸기보다는 작품을 프린트해서 벽이나 유리창에 바르자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렇게 하면 공간에 맞게 작품을 공간에 맞게 효과적으로 전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적 측면에서도 많이 절감된다.

▲ 최성임_The Hollow Tree_2017 ⓒCha Dong Hoon

최성임 작가의 ‘The Hollow’라는 작품의 경우, 엘리베이터 옆에 설치되었는데 로비층부터 건물의 맨 끝층까지 설치된 대형 작품이다. 작품의 특성상 조명을 함께 설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공사비용이나 여러가지 효율을 생각해봤을 때 조명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밤에 엘리베이터가 작동할 때 나오는 불빛이 작품을 자연스럽게 스캔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이 밖에도 인테리어의 경우 시공을 업체에 맡기긴 했지만 디테일한 것들은 직접 제시를 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재료를 쓰고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이렇게 하면 단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그래서 업자들은 나 같은 사람을 싫어한다.(웃음) 

▲ 최성임_The Hollow Tree_2017 ⓒCha Dong Hoon

[문화 人] 김기라 작가, "좋은 기획은 '발굴'하는 것…작가들이 성장할 토양 키워야"③(인터뷰) 에서 계속됩니다.

applejuice@mhnew.com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