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고전 소설 '흥부전'을 모티브로 한 영화 '흥부'가 14일 개봉한다. '흥부'는 양반들의 권력 다툼으로 백성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져 가던 조선 헌종 14년,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 작가 '흥부'(정우)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 '조혁'(김주혁)과 '조항리'(정진영)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이다.

5일에 열린 '흥부'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에 감독  와 배우 정진영, 정우, 정해인이 참석했다.

 

이번에 맡은 악역 '조항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진영 : 전체적인 이야기 밸런스와 맡게 될 캐릭터를 고민하게 된다. 악역인데 끌렸던 부분은 이야기 자체가 흥부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해학이 들어있는 작품이다. 전형적인 악인임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고 엉성하고 그런 식으로 풀어가면 재밌을 것 같아서 했다.

인상 깊은 악역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축했는지 궁금하다. 각색이 많이 되어서 관객들에게 낯설 수 있는데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면 좋을까?

정진영 : '조항리'라는 역이 틀림없이 이 영화 속의 안타고니스트이고 악당이다. 이 인물이 가지고 있는 엉성함, 천박함, 교활함, 그 속에 번뜩이는 권력욕, 물욕 이런 것들이 함께 있는 인물인데 기본적으로 흥부전에서 놀부 모습이 그러하듯이 '조항리'라는 인물도 이야기 내적으로 '놀부' 역할이니까 어떻게 잘 버무릴까 생각했었다. 지난번 제작발표회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정치사를 바라보면서 굉장히 높은 권력가들이 보여준 엉뚱함, 천박함, 이해할 수 없음, 그런 것들을 우리가 뉴스에서 봤듯이 '조항리'라는 인물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분들이 모델이 되었다. 이 영화는 전통 정치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안에 강한 메시지, 낙관적인,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흥부'는 '흥부전'이 그랬듯이 국민들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많이 우려했던 부분이 다 아는 얘기인데 뻔할 거라고 선입견을 가지게 될까 봐 걱정했었다. 영화 보시면 다 아는 '흥부전'이지만 그 이야기가 변모됐고 그 안에서 기본적인 미덕과 맛이 함께 남아있게 돼서 그런 부분이 재밌다고 생각한다.

 

극 중 '흥부'와 실제 모습이 같은 부분과 다른 부분은?

정우 : '흥부'와 비슷한 모습은 영롱한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밝고 유쾌한 모습은 많이 닮은 것 같다. 감정적으로 내 모습들이 부분부분 녹아있는 것 같다.

첫 사극 도전인데 출연하면서 어떤 부분을 신경 쓰면서 연기했는지?

정우 : 평소에 사극이라는 장르에 궁금증이 있었다. 만약 스크린 속에서 그 그림 속에서 연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중에 '흥부'라는 시나리오를 보게 되었고 그렇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을 했다. 사극이라는 장르를 떠올리면 예상 가능한 어떤 연기, 폼 말고 다른 뭔가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 안에 있는 것을 최대한 관객분들이 보셨을 때 집중하는 데 있어서 그걸 깨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초반의 '흥부'와 후반의 '흥부'가 달라진다. 연기할 때 신경 쓰고 표현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우 : 개인적으로 변화의 폭이 큰 캐릭터를 선호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공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편인데 사실 시나리오 보면서 영화가 그렇게 어려운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재밌었는데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얕잡아 보지 않았나 섣불리 덤비지 않았나 생각을 했다. 촬영 중간중간에 바닥을 느낀 것 같아서 숙소에 돌아가서 자괴감을 느꼈던 적도 꽤 있었던 것 같다. 매번 작품마다 바둥바둥대면서 연기를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번 작품은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감정이 들 때마다 굉장히 고민스러웠고 힘들었다. 그런데 선배님들 덕분에 잘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 같다.

 

함께 출연한 배우분들이 대부분 선배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해인 : '헌종'이라는 왕을 연기하면서 여기 계신 선배님들과 같이 같은 화면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영광스러웠고 실제로 촬영하면서 선배님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연약하고 힘없는 '헌종'을 연기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을 그렸다. 까다로운 부분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캐릭터 표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정해인 : '헌종'이 어린 나이에 왕위로 직위를 해서 당파 간의 세력 싸움으로 자기의 정치를 제대로 못 펼치다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왕으로 알고 있다. 연기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외적인 연약함과 스스로 할 수 없는, 하지만 해야만 하는 내적 갈등을 어떻게 표현하고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연기할 때 정진영 선배님과 김원해 선배님과 촬영을 많이 했는데 두 선배님이 주시는 에너지가 고민을 날려버릴 만큼 에너지를 잘 주셨고 많이 배웠고 감사하다.

영화 속에서 곤룡포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입었을 때의 연기 소감이 어땠나?

정해인 : 한복이 주는 매력이 큰 것 같다. 보시는 관객분들도 연기하는 배우도 과거로 훅 빠져든 것처럼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금 자수가 되어있어서 실제로 옷이 무겁다. 앉아있는 위치와 입었던 곤룡포는 옷의 무게만으로도 충분히 압박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연기할 때 의상과 소품의 도움을 좀 받는 편인데 그런 것들을 좀 받았던 것 같다. 앉아서 내려다보는데 (정진영) 선배님 포함해서 대신들 내려다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연기할 때 복잡한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것들이 잘 표현되길 바랐다.

스크린에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는지?

정해인 :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딱히 없고 해보고 싶은 역할은 관객들에게 뭔가 감동을 줄 수 있는, 울림을 줄 수 있는 장르나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딱히 정해두고 있지는 않다.

 

김주혁 연기를 보면서 많이 슬펐다. 같이 호흡을 하면서 어땠는지?

정진영 : 이 작품에 대해서 기자분들이나 많은 관객분이 관심을 두는 데에는 주혁이가 이유일 것 같다. 멋있게 연기했고 우리가 함께했던 봄부터 여름까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 작품을 주혁이의 유작으로 너무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어려운 부탁을 드리고 싶다. 영화 속에서는 살아있는 우리 동료이고 여러분의 배우이다. 우리도 그렇고 관객분들도 그렇고 기자님들도 영화 속의 주혁이와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오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주혁이는 영화 '흥부'에서 '조혁'이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정우 : 영화를 하면서 정진영 선배님 포함해서 선배님들 연기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특히 김주혁 선배님은 배우로서의 큰 울림이 있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매번 배우로서 제 몫을 해야 되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배님에 대한 얘기를 빼놓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추스르고 말씀을 드려야 되는데 그러기가 참 쉽지가 않다. 지금 순간 언제나 그랬듯이 많이 보고 싶고 특히 오늘 더욱더 보고 싶고 그립다.

정해인 : 연기를 하면서 김주혁 선배님과는 사실 많이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처음 뵀을 때 생각이 선명하게 나는 것 같다. 촬영할 때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셨다. 어마어마하게 선배님이었는데 컷하는 순간 와서 따뜻하게 해주셨던 말 한마디가 생각난다. 오늘 처음 영화를 봤는데 지금 마음이 굉장히 복잡하다.

 

김완선 씨가 나오는 것에 대해 캐스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조근현 감독 : '흥부'를 촬영하기 전해에 김완선 씨하고 작은 예술 영화를 한 번 했었다. (영화 '오즈 온 더 문') '흥부'의 준비가 급하게 들어가고 진행이 되는 바람에 후반 작업을 다 못한 채로 있을 때 알게 되었다. 왕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까 했는데 가까이 있었다. 비중이 큰 역이 아니니까 부탁을 했고 그렇게 참여하게 되었다.

촬영하면서 배우분들의 캐스팅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조근현 감독 : 정우하고는 스텝으로 할 때 영화를 잠깐 같이했었다. 그때 봤던 기억이 좋았다. '흥부'를 최종적으로 각색할 때 제 모습으로 투영을 하면서 정우 모습 하고 겹치는 부분도 많았다. 유쾌하고 밝고 그런 점들 때문에 좋았고 또 잘 표현하는 친구이다. 정진영 선생님도 그렇고 같이 있지 못하지만, 김주혁 씨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두 배우를 만나서 너무 행복했고 내가 바라는 것 이상으로 해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정해인과 천우희 젊은 친구들의 에너지도 잘 들어와서 융화된 것 같아 현장에서 늘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천우희 씨는 특별출연, 진구는 우정출연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캐스팅의 배경이 궁금하다.

조근현 감독 : 진구는 연출 데뷔작 '26년'을 주연으로 같이해서 돈독한 사이이다. 천우희 씨도 임슬옹의 누나 역으로 짧게 나오는데 두 친구 다 그때 연을 맺었고 아주 간간히 연락이 끊기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우희 씨도 그동안 계속 소모됐던 이미지 말고 다른 것 좀 해보고 싶어 했는데 저격이다 싶어서 부탁했고 진구는 '놀부' 역에 딱 저격이었는데 분량이 적어서 미안한 마음이다.

 

마당놀이 부분이 '왕의 남자'랑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출할 때 신경 쓴 부분이나 차별점은?

조근현 감독 : 마당놀이 같은 연희가 앞에 두 번 나오는데 실제 저잣거리에서 어떻게 벌어졌을까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때의 재연을 위해 총력을 다 했던 장면이다. '흥부'가 준비한 새로운 '흥부전'이라고 보인 것은 '조항리'의 대사처럼 격조가 좀 있고 품위가 있으면서도 어떤 날카로운 지적들을 짚어내고 주제를 건드릴 수 있는, 보기에는 짧게 흘러간 듯 하지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고 메시지를 압축했다. 그것을 연희 적으로 녹여내는 것에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게 느껴주셨는지 잘 모르겠다.

영화 후반부에서 광화문을 클로즈업한 것은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런 것인지? 연출에서 어떤 의도가 있었나?

조근현 감독 : '흥부전'을 준비할 때 탄핵 상황을 맞이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즐겁게 만들 수 없는 분위기가 현장에서 있었던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가 약간 묵직하게 나왔다.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고 의식 속에 그런 어떤 것들이 침전물처럼 가라앉아있다가 촬영하면서 부유했던 것 같다. 그런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찍혔던 것 같고 '흥부전'은 다른 '심청전'이나 많은 고전 소설 중에 유독 해학과 풍자가 아주 장점인 작품인데 해학과 풍자, 그리고 권선징악이라는 아주 단순명쾌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니 영화를 어렵고 심오하게 만들려는 생각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온 국민이 봤으면 좋겠고 즐기면 좋겠는 영화라서 단순하게 가져가려고 했고 표현은 직접 했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크레딧 다음에 '놀부'라는 속편을 암시하는 영상을 보여준다. 다음 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조근현 감독 : 쿠키 영상은 지금 백미경 작가님이 후속편을 쓰고 계신 거로 알고 있는데 한국의 '브레이브 하트' 톤으로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헌종 이후 철종부터 해서 또다시 민란이 계속되었을 때다. 제작사에서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한테 아직 정식으로 제안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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