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82세로 타계, 지난해까지 연주활동 이어와

▲ 故황병기 명인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가야금에 실험적 정신을 입혀 국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황병기 명인이 어제(31일) 오전 3시 15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로 타계한 고인은 뇌졸중 치료후 폐렴을 알아오던 중이었다고 한다. 가족으로는 소설가 한말숙 씨와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故황병기 선생은 창작 가야금의 1세대이자 전설로 불린다. 그는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 3때 친구의 권유로 가야금을 처음 접한 후 가야금 선율에 반해 김영윤 선생과 김윤덕 선생으로부터 가야금 정악과 산조를 배웠다. 이후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한 그는 대학교 2학년때 KBS에서 주최한 전국 국악 콩쿠르에 1위를 차지하며 가야금에 두각을 나타냈다. 졸업후 1974년부터 2001년까지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감독직을 맡았다. 

그 외에도 활발히 창작활동을 이어나갔다. 대표작으로 '침향무', '비단길', '미궁' 등이 있다.

특히 1975년 명동국립극장에서 초연한 '미궁'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표현한 명곡으로 그 형식이 얼마나 기괴하고 파격적이었는지 많은 괴담에 떠돌았다. 이 곡은 국내 게임 '화이트데이 :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의 메인 BGM으로 사용되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괴담이 퍼질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로 인해 2003년에는 '미궁을 반복해서 들으면 사망한다', '작곡가가 이 곡을 작곡한 뒤 정신적으로 이상해졌다' 등의 소문들이 퍼져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스산한 가야금 선율과 어우러지는 기이한 괴성으로(무용가 홍신자) 인해 첫 공연 당시 한 관객이 공연장을 뛰쳐나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1970년대 중반 연주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에 황병기 선생은 2011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미궁을 3번 들으면 죽는다', '미궁을 듣고 300명이 죽었다' 등의 소문이 많았다"고 말하며 괴담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사람들은 새로운 음악을 들으면 공포감을 느낀다"면서 "'미궁'을 들으면 죽는다는 소문까지 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죽는 것 맞다. 80년 후에 죽지요"라고 허탈하면서도 그의 소탈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故황병기 선생은 전통 악기인 가야금을 통해 우리 국악의 정신과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끊임없는 실험 정신으로 국악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받고있다. 살아생전 현대무용가 홍신자,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 작곡가 윤이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빈소 서울아산병원. 장지 용인천주교묘원. 발인 2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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