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거포의 탄생, 그리고 체력 훈련 향상 등의 부가 효과 가능

▲ 현재 고교야구는 나무방망이로 전 경기를 치른다. 이에 따른 부가 효과도 꽤 많은 편이다(사진은 월드 파워 쇼케이스 국내 대회 당시 LG 박용택 선수가 기증하고 사인한 나무 방망이).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1월 16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협회장 김응룡, 이하 '협회')가 올시즌 전반적인 고교 야구 일정을 공개했다. 4월 7일, 전반기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초, 중, 고등학교 전체 일정 중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면서 예년보다 2주 늦게 플레이 볼이 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이는 협회가 나름대로 지난해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최대한 학생 선수들을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을 비롯하여 현장 지도자들도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달되기도 했다.

다만, '문화뉴스 스포테인먼트팀'에서는 학생 야구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협회가 조금 더 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출한 바 있다. 하나는 주요 전국무대 결승전의 잠실 혹은 고척 스카이돔 개최, 또 하나는 지난해 서울시 추계리그에서 문제가 됐던 공(空) 스파이크 착용 금지 요청, 마지막 하나는 투명한 청소년 대표팀 선발이었다. 그리고 이사회를 통하여 아직 결정되지 않았던 문제 중 하나가 방망이 사용 관련한 부분이었다. 한때 알루미늄 방망이로의 회귀에 대해서 이야기가 오가는 듯 싶었지만, 조금 더 검증을 거친 이후 본 건에 대해 논의를 다시 하기로 결정을 했다. 이후 별다른 소식은 전달되지 않아 당분간 나무 방망이로 주말리그와 전국 본선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알루미늄 방망이 사용에 따른 이득보다
잃는 것이 더 많지는 않을까요?
예산 때문이라면? '완벽한 대안'이 나와야

협회에서 알루미늄 방망이 사용에 대한 이슈를 꺼낸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장타 실종에 따른 타력 증대 목적, 또 다른 하나는 예산 경감 이슈였다. 나무 방망이를 사용하다 보니, 이른바 '똑딱이 타자'들이 많이 생산되어 선두 타자가 출루하면 무조건 보내기 번트를 대는, 한 점 내는 야구를 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는 이들의 또 다른 목소리이기도 했다. 반발력이 좋은 알루미늄 방망이를 다시 사용하게 되면 적은 힘으로도 얼마든지 장타를 생산할 수 있게 굳이 보내기 번트와 같은 작전 야구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까지 할 법하다. 또한, 나무 방망이는 부러질 경우 아들을 위하여 학부모들이 새 방망이를 구매해 줘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상당히 일리 있는 이야기다.

다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 가지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알루미늄 방망이 사용에 따른 이득보다 잃는 것도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교야구에서도 알루미늄 방망이를 쓴다. 우리도 그렇게 하자.'라는 주장 역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일본의 고시엔 무대와는 다른, 우리만의 고교야구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또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대회는 이미 나무 방망이를 사용하고 있어 되려 우리나라가 유리한 점이 있다.

사실, 고교야구의 장타력 실종이 극대화됐던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대통령배 대회에서는 홈런이 단 1개 나왔는데, 그마저도 동산고 최지만(밀워키 브루어스)이 기록한 그라운드 홈런이 전부였다. 외야 담장을 넘기는 홈런이 나오지 않다 보니, 협회나 프로 스카우트 팀 모두 당황한 것도 사실이었다(다만, 이러한 현상도 청룡기 선수권에 접어들면서 다소 주춤했다. 2개의 홈런을 친 북일고 김동엽이 이 대회 최고의 거포로 선정됐기 때문. 그는 시카고 컵스를 거쳐 현재 SK의 거포 군단으로 거듭났다). 당연히 알루미늄 방망이에 대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든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에 대한 프로야구 스카우트 팀의 견해도 꽤 다양한 편이다.

▲ 월드 파워 쇼케이스 미국 본선 무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북일고 변우혁은 국내 예선에서도 나무 방망이로 무려 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좋은 타자는 방망이를 가리지 않는 법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러나 10년간 고교야구 현장에 있었던 필자의 사견(私見)은 '나무 방망이 사용 유지'쪽으로 갔으면 한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나무 방망이 사용이 완전 정착되면서 선수들이 대학/프로에 가도 별도의 적응기를 갖지 않아도 된다는 점, 이에 따라 이제는 제법 체격이 좋은 선수들이 몸집을 더욱 키워 나가면서 심심치 않게 홈런이 등장하는 장면이 꽤 발견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청룡기 선수권에서 두 자릿수 홈런이 나왔고, 황금사자기에서도 그 보기 드물다는 '그랜드 슬램(만루홈런)'이 나온 바 있다. 홈런 숫자가 증가하면서 이제는 똑딱이 타자들 뿐만이 아니라, 힘 좋은 중장거리 타자들이 많이 배출됐다는 점은 꽤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나무방망이는 알루미늄 방망이에 비해 무게가 나가는 편이라 보통 체력이 아니고서는 다루기 어려운 도구이기도 하다. 프로의 눈에는 이 점이 꽤 사소하게 보일 수 있겠으나, 학생 야구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자유자재로 나무 방망이를 사용하기 위한 기초 체력이 갖춰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르는 것이다. 일부에서 '고교 감독들이 체력 훈련을 시키지 않고, 잔기술만 가르치다 보니 고교야구가 죽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현장 지도자들을 욕되게 하는 소리일 뿐인 셈이다. 그 '잔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체력은 필수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청한 모 스카우트는 나무 방망이 사용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라고 전제하면서 "프로에서 똑딱이 타자들로 성장한 이들 중에는 고교/대학 무대에서 3연타석 홈런을 친 선수도 있다. 물론 알루미늄 방망이를 사용했을 때의 이야기다. 따라서 알루미늄 방망이 사용으로 회귀하면, 이 타자가 어떠한 유형의 선수인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결국, 나무 방망이 사용으로 계속 가는 것이 정답에 수렴한다고 할 경우, 학부모들의 부담을 어떻게 경감을 해 주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 아닌가 싶다. 이는 프로구단과 동문회의 꾸준한 장비 지원, 지역 기업의 후원, 공동 구매를 통한 단가 감소 등이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갈음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나무 방망이 반발 계수와 일치하는 특수한 알루미늄 방망이를 도입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단, 이와 같은 방망이의 실체가 있는지의 여부는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하다. 단가가 상당할 경우, 되려 공동 구매로 나무 방망이 몇 자루를 구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만큼은 프로야구 '형님'들의 국제대회 성적이 저조할 때마다 고교야구를 운운하면서 나무 방망이 사용과 알루미늄 방망이의 연관성 등 아주 그럴 듯한 논리로 현장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기를 꺾지 않았으면 한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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