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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2018년 황금개띠해, 1994년 개띠 심은경의 해이기도 하다. 만 24세, 나이대는 사회 초년생으로 느껴지겠지만, 알고보면 연기경력 15년에 접어든 베테랑 소리를 듣는 20대 배우다. 아역배우로 출발했던 심은경은 어디 하나 어긋남 없이 영화와 드라마 등을 오가며 '걷기왕'처럼 천천히 걸어오며 성인연기자로서도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전작인 '써니'나 '수상한 그녀'가 심은경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많이 언급되어왔지만, 신작 '염력'은 심은경에게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가 될 영화다. '수상한 그녀' 이후 내리 저조한 흥행성적 거뒀기에 만회해야한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동안 연기에 갈증을 보여왔던 심은경에게 '염력'이 초능력처럼 연기에 자극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개봉하기 일주일 전인 24일 수요일 오후, 서울 중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문화뉴스는 심은경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평소 연상호 감독의 팬이라고 자처했던 것만큼, 이번 작품을 통해 연상호 감독에게 감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칭 '연상호 빠' 심은경이 밝히는 '염력'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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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 마친 소감이 어떤가?
└ 언론시사회는 항상 긴장된다. 시사회 전까지만 하더라도 괜찮았는데, 기자회견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떨렸다. 하지만 금방 연상호 감독님 위주로 이야기가 돌아가면서부터 유쾌한 분위기로 시사회를 마칠 수 있었다. 이 분위기에 힘입어 '염력'이라는 영화가 많은 대중과 호흡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냉철하게 보는 편이라고 들었는데, '염력'을 어떻게 봤나?
└ 블랙코미디 요소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다. 언젠가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염력'이었고, 연상호 감독님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것에 기뻤다.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나 관심도, 호불호는 이제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고, 개봉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연상호 감독과 '서울역', '부산행'에 이어 '염력'까지 3편 연속 하게 되었는데,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부산행'을 촬영할 당시, 감독님과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감독님이 "심 배우님 주연 작품이 있다. 조만간 대본을 보내겠다"며 말씀하셨다. (웃음) 그때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부녀 이야기라고만 들었지, 초능력 소재인 줄도 몰랐다. 연상호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다는 간절함에 흔쾌히 "하겠습니다"고 수락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감독님으로부터 받았던 대본이 '염력'이었다. 대본을 보고 나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아 연상호 감독님다웠다. 한편으론, 초능력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구현될지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감독님의 의도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전반적인 이야기부터 내가 맡은 '루미'의 연기 톤, 성격까지 촬영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 영화 '염력' 스틸컷

루미가 극 중에서 가지는 감정이 다소 극단적인 면도 있는데, 어떤 식으로 접근했는지?
└ 루미는 처음부터 어두운 심성만 가진 건 아니었다. 단적인 예가, 영화 첫 장면에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루미의 모습이다.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가게를 잘 운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도시개발 계획에 따라 자신의 꿈과 미래가 처참히 무너지게 되었다.

양면의 과거를 가진 루미는 사람들 앞에 앞장서서 이끄는 등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면모도 있다. 루미가 좋았던 점이,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던 점이다. 성격이 밝아서 그런 게 아니라, 힘들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게 결국 희망을 말하는 것 같다. 그게 루미의 장점이고 주체성을 살리고 싶었다.

그렇다면, 본인은 실제로 루미처럼 주체적인 편인가?
└ 주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를 잘 알고,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편이다. 그래서 '나를 잘 알자'는 기본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래야 연기할 때도 진심으로 우러나오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체적으로 행동한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요즘 들어 깨닫고 있다. 남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나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스타일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

지난 시사회에서 배우들이 연상호 감독의 '몹쓸연기' 지도에 많이 도움받았다고 했는데, 본인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 대표적인 게 두 장면이 있다. 장례식 장면과 경찰서 장면이다. 감독님의 연기지도가 도움이 많이 됐다. 감독님이 연기를 진짜 잘하셨다. (웃음)

▲ 영화 '염력' 스틸컷

특히, 경찰서 장면 촬영분에서 감독님이 시범으로 비웃으면서 "이게 증거라고? 어이없네"라고 보여주셨던 감독님 특유의 톤이 있었는데, 그걸 따라 하고 싶었으나 도무지 따라 할 수 없었다. 잘되지 않아 테이크가 많이 갔다. 게다가 그 장면 자체가 등장인물이 많아 테이크를 많이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그 장면에서 선보였던 애드리브는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고, 장례식장 장면 절반도 애드리브였다. 상황에 따른 감정 등도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셨다. 매우 좋았다.

어떻게 보면 루미라는 인물이 전작에서 내가 보여줬던 연기와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로 응용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새로웠고, 뭔가 한층 더 진화한 듯한 기분이 들어 연기적 쾌감도 느꼈다. 연상호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잘 못 해냈을 것 같다. 덕분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연기하는 데 애드리브가 많은 편인지?
└ 아니다. '염력'이 애드리브가 많은 편이었다. 전작이었던 '걷기왕'에선 한두 마디 간간이 했을 정도였다. 애드리브라는 게 적재적소에 맞아떨어져야 하고, 영리하게 사용해야 하기에 배우의 연기에만 치중하다 보면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애드리브를 하기보단 최대한 그 장면 하나하나에 집중하고자 감독님의 이야기나 지시 등을 잘 듣고 따르는 편이었다.

하지만 '염력'은 촬영현장부터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읽었던 대본에서 표현되지 않았던 것들이 현장에서 표현되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 분위기이다 보니, 자연스레 애드리브가 나오게 되었고, 감독님 또한 그렇게 유도하셨다. 블랙코미디 성향이다 보니 잘 맞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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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사회 때 '염력'을 '연상호 월드'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연상호 감독의 팬이라 자처하면 그의 작품을 다 봤다고 했는데, '염력'은 연상호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다른 점이 있었는가?
└ 영화는 대중이 보고 공감되어야 하는 게 중요하므로, 감독님의 머릿속에 구상된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프레임으로 담아내야 하는 작업이다. 연상호 감독님의 애니메이션은 가감 없이 모든 걸 다 끄집어내며 인간의 처절함까지 보여주고, 굵직한 메시지까지 던져주었다.

반면, 감독님의 실사영화는 대중적인 재미나 메시지를 적절하게 잘 조합한 것 같아 감독님만의 또 다른 독특한 세계관이라 생각했다. '너무 대중적인 거 아니야?' 싶으면서도 한 번 더 비튼 면이 보여서 묘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게 뭘까?'하고 한 번 더 유심히 보게 되는 것 같은 매력이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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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을 함께할 만큼 '연상호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말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페르소나'라는 말은 그야말로 영광이다. (웃음) 사실 나 말고도 유미 언니도 있다. (웃음) 현장에서 농담처럼 유미 언니와 "연상호 감독님만 쫓아다니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웃음) 모든 배우, 스태프들에게 인기 1순위로 꼽힐 만큼 감독님을 많이 따랐고 좋아했다.

연상호 감독님은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만들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며, 공감하는 것 또한 대단해서 놀랄 때가 많았다. 촬영현장에서 그러기 쉽지 않을 텐데, 감독님은 스태프 한 명 한 명 배려해주고 노고도 잊지 않으신다. 그 점에 많이 배우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 감독님을 포함한 스태프들이 힘든 것도 다 이겨낼 수 있다는 에너지를 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단합이 힘들었을 것이며, 힘들거나 위험한 촬영도 정확하게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안전에 우선시하며 무리하지 않게 배려하는 것도 감동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의 연기를 최대한 뽑아낼 수 있었고,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연상호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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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계획대로만 촬영하는 게 연상호 감독의 연출 스타일인가?
└ 원래 그런 것 같다. '부산행'을 찍을 때도, 액션이 많았음에도 계획에 따라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비록 '부산행'에서 짧은 분량으로 출연했기에 자세한 건 모르지만, 예를 들어 촬영할 때, 하루 콘티 분량에 맞춰 안전이나 배우들의 몸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출연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나한테는 잘 맞았다. 감독님이 배우들이 연기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신경 써주셨기에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문화 人] '염력' 심은경 "'홍 상무' 정유미 보며 악역 연기 갈증 생겨"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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