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MBC탤런트극단의 창단공연인 연극 '쥐덫'이 30일 오후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시연회를 가졌다.

연극 '쥐덫'은 66주년을 맞이한 연극으로 영국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다. 1952년 초연 이후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을 통해 총 공연 2만 5천회 이상을 달성한 장수 공연이다. 이것을 정세호 PD, 최완규 작가, MBC탤런트극단이 힘을 합쳐 새롭게 올렸다.

신혼부부 몰리와 자일즈는 친척에게 물려받은 집으로 몽크스웰 게스트하우스를 개업한다. 첫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몽크스웰 게스트하우스의 라디오에서 런던에서 한 중년 여성이 살해됐고,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뉴스가 나오고, 폭설로 인해 부부는 여러 투숙객들과 예정에 없던 손님까지 받은 채 건물 안에 갇히게 된다. 무언가 조금씩 감추고 있는 사람들은 점점 수상한 모양새를 띄기 시작한다. 그때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런던에서 온 트로터 형사는 이 사람들 중 런던 살인사건의 범인이 있다고 밝힌다.

▲ 양희경 배우

이날 시연에는 미세스 보일 역에 양희경, 몰리 랄스턴 역에 임채원, 트로터 형사 역에 박형준, 파라비치니 역에 윤순홍, 메카프 소령 역에 장보규, 자일즈 랄스톤 역에 정예훈, 케이스 웰 역에 이정화, 크리스토퍼 렌 역에 이호준이 출연한다.

시연에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오미연, 허윤정, 박소정, 이시은, 고용화, 김옥주, 김미영, 이해나, 석정현, 정성모, 김영석, 조승연, 정욱, 최여름, 표은정, 차용학, 서상원 등도 출연한다.

 

이날 '쥐덫' 시연회는 첫 창단을 맞은 극단으로서는 믿기지 않을 만큼 노련한 공연을 선보였다. 평화로워보이던 일상을 조금씩 파고드는 불안한 기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인물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과정 등을 소화할 수 있던 것은 양희경을 비롯해 수십 년 이상의 내공이 쌓인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일부 배우들은 TV 드라마에서만 활약하던 배우들이기에 아직 무대 연기에 익숙하지 않은 느낌도 군데군데 묻어났지만,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MBC탤런트극단이 아닌 극단 여행자 소속의 정예훈이 자일즈 랄스톤 역을 맡아 균형미를 더했다.

▲ 박형준 배우와 윤순홍 배우

다만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사소한 변화를 계기로 긴장감이 느껴져야할 연출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관객에게 뚜렷하게 '의심'을 주기 위해 인물들의 행동이 너무 훤히 보이게 그려졌고, 연극이기에 가능한 신선함보다는 이야기의 구조를 정직하게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 박형준 배우와 임채원 배우

하지만 이런 극이 대학로에서 오를 수 있고, 우리가 익히 이름과 얼굴을 알만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은 작품 자체의 장점이자, 앞으로 MBC탤런트극단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기도 하다.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몰리 역의 임채원 배우는 "전 사실 드라마 연기보다 연극의 매력이 너무 느껴진다."고 밝히며 "연기의 한계점 등에 대해 고민 했었지만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았는데 이번 연극하며 선배님들께 지도도 많이 받고 너무 귀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같은 MBC라는 것도 너무 기뻤다. 고향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간 고민했던 것들을 해결해나간 과정이었던 것 같다."라며 MBC탤런트극단으로 함께 뭉친 소감을 전했다.

▲ 양희경 배우와 이정화 배우

박형준 배우 역시 "아마 대학로에서 최고령 극단이 될 거라고 농담을 하신다(웃음)."라고 웃으며 "이 극단을 창단하게 된 계기가 그런 것 같다. 저같은 경우 2, 30년 연기자로서 방송활동을 했는데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계속 변해가는데 저는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새로워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선, 후배님들, 선생님들까지 모인 것 같다. 연극을 만들며 소품제작하고 오늘 시연회의 손님 안내, 홍보까지 저희 MBC탤런트극단에서 모두 다 같이 하고 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무대를 올렸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다. 저희가 아직 새로운 연기를 보여드리진 못했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변하기 위한 마음을 가지고 극단을 만들었다."며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순홍 배우는 "연기 입문한지 40년이 됐다. 그리고 원래 이쪽에서 공연을 많이 했고,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한창 때는 하루에 두 작품을 4회 공연도 하며 바쁘게 지낸 적도 있다. 예전에는 드라마가 사전녹화를 해줘서 30대 초반 때까진 연극을 할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 사전녹화가 안 돼 드라마에 치중하다보니 자연스레 연극에 참여하지 못했다. 못내 가슴에 아팠는데. 오랜만에 무대를 다시 밟아보니 어머니 품안에 돌아온 것 같다. 이번에 좋은 기회돼서 선후배님들이 다같이 어울려서 급하지만 옥동자를 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오랜만에 연극 공연에 참여하는 감동을 전했다.

장보규 배우도 "직업란에 쓸 게 배우 두글자밖에 없더라. 오랜 시간 배우 생활하며 앞으로도 계속 할 일이 배우밖에 없다. 지금 이 대학로에 많은 연극배우들이 떠났다. 좋은 작품, 배우들이 많이 도태되기도 하고 이상해지기도 했다. 이번에 저희 탤런트 단원들이 마음을 같이 하는 것은 다른 거 없이 좋은 연극 만들어서 돌아갔던 연극 팬들이 한 분씩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우리부터 만들자는 의미다. 앞으로도 계속 연극 올릴텐데 좋은 시간 부탁한다."라며 MBC탤런트극단의 활동에 지지를 부탁했다.

 

이정화 배우는 "다시 연기를 시작하는 게 한 10년만이다. 후배로서 사실 선배님들께 배울 게 많았다. 정말 감사한 마음밖엔 드릴 게 없을 정도로 귀한 시간을 가졌다. 새로 시작하기에 부족하지만 점점 발전하면서 '내가 연기를 꼭 해야겠구나'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데 그게 실현됐고 앞으로도 계속 극단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 또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겠다."라며 MBC탤런트극단이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 윤철형 회장

윤철형 MBC탤런트극단 회장은 "나 시간 좀 비었는데, 연극 좀 해볼까? 이렇게 생각해서 올 후배들은 아예 극단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며 배우들이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연극에 도전하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또 "필요하다면 객원 배우들도 모셔올 수 있다."며 "저희가 막내 기수가 31기인데 벌써 다들 나이가 40대가 넘었다. 그래서 앞으로 극단 운영하며 공채 탤런트 식으로 단원도 뽑겠다"며 대학로의 한 축이 되고 싶다는 바램을 전했다.

 

양희경 배우 역시 "요즘에는 어떻게 보면 연극하는 배우들이 TV로 가고, 저희가 연극으로 가서 순환하는 게 좋지 않겠나 했다. 그동안 무대에서 갈고 닦은 친구들이 TV가서 빛을 발하면 그것도 좋고, 연극하고 싶어도 TV 출연하느라 못 하던 친구들이 이번 기회에 연극을 서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며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그런 기회로 보자면 저희가 좋은 기회와 취지로 극단을 시작한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이 극단이 이어지길 원하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 친구들이 오래도록 연극무대를 빛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며 MBC탤런트극단 창단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한편, MBC탤런트극단은 '쥐덫'을 오는 3월 25일까지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이후로는 휴식기를 거친 뒤 앵콜 공연 등을 준비할 예정이다. 윤철형 회장은 "최완규 작가의 히트작 '올인' 등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고려중이다. '10개의 인디언 인형',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명작들을 올리는 것도 고려 중이다"라며 향후 활동 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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