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 하나금융센터의 새로운 도전과 변신, '클럽원'(Club1)

▲ 삼성동에 위치한 KEB 하나금융센터 건물 외관. 사진ⓒ권혜림 기자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서울 삼성동에 특이한 모양의 건물이 있다. 문어 빨판을 닮은 듯한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있다. 이 건물은 하나금융그룹이 작년에 랜드마크로 런칭한 빌딩이다. 청담동에 있던 하나금융센터가 삼성동으로 옮겨오면서 건물도 함께 리노베이션했다.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면 더욱 놀랍다. 빌딩을 리노베이션하면서 엑스테리어 뿐 아니라 전체적인 공간과 인테리어를 플레이그라운드처럼 기획했다. 또, 작가들을 선정하여 건물 로비부터 화장실까지 구석구석을 예술작품으로 큐레이션했다. 

은행과 예술, 그리고 플레이그라운드.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조화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하나은행 금융센터가 변화를 꽤한 이유와 그 의미에 대해 클럽원 런칭을 총괄기획한 아트디렉터 김기라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 진달래&박우혁, 'Skin&Cell'(2017) ⓒCha Dong Hoon

건물이 참 인상적이다. 외관이 너무 멋있어서 본점이라고 생각했다. 지어진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언제 문을 열었나?

ㄴ 작년 6월 말에 준공되었으니 꽤 새 건물이다. 여기는 하나은행 금융센터고 하나은행 본점은 을지로에 있다. 첨단 금융센터는 원래 청담에 있던 지점이었는데 클럽원을 런칭하면서 여기로 이사왔다. 서울 삼성동을 시작으로 부산시 서면, 제주시에도 들어설 예정이다. 각각의 컨셉은 조금씩 다르다.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클럽원을 런칭했다고 들었다. 클럽원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ㄴ 한마디로 이 건물을 표현하자면 하나은행의 '랜드마크'다. 클럽원(Club1)은 하나은행 고객들이 여러 가지 금융업무를 동시에 처리하고 음악·영화 감상과 식사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복합문화공간' 같은 곳이다. 더 쉽게 표현하자면 기존의 은행에 문화가 더해진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 권오상, '모빌 2'(2017) ⓒCha Dong Hoon

재미있는 개념이다. 그런데 은행은 돈을 다루는 곳이다보니 돈 쓰는 일에 특히나 민감한 곳으로 알고 있다. 재미만 생각해선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 같다. 어느 회사보다 수익을 철저히 따지는 금융기관이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됐는지 무척 궁금하다.

ㄴ 예전에는 정부나 금융 중심의 네트워크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앉아서 고객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 즉,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한 시대다. 이 말은 '찾아오게 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말과도 동치다.

"은행이 개방형 문화플랫폼으로 변모해야 금융서비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김정태 회장님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에 대한 인식이 몇몇 임직원들 사이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프로젝트도 진행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설득하기 위해 많이 싸웠다.

▲ 라이브러리 컨셉의 응접실 및 사무실. 사진ⓒ권혜림 기자

아무래도 새로운 시도이다 보니 장애물이 많았을 것 같다. 애초에 어떻게 설득시켰나?

ㄴ 맞다. 매우 힘든 과정이 있었다. 내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에 전무님이 직접 청담 지점에서부터 조금씩 시도를 했던 것으로 알고있다. 은행을 조금 느슨하고 플레이그라운드처럼 만들어보니 자산율이 오르고 영업이 잘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신 것 같다. 재미없고 딱딱한 공간이라고 인식했던 은행이 느슨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바뀌니 투자가 더 많아지고 인맥이 증가하고 또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부터 시작해서 해외사례 리서치를 엄청나게 많이 했다. 이 실험적 시도의 중요성을 내부적으로 인식시키고 프로젝트가 통과되기까지 PT도 수십번을 했다. 설득의 과정까지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전병국 전무님을 비롯하여 몇몇의 경영진들은 이러한 은행의 변신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기때문에 진척이 있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매우 뿌듯함을 느낀다.

▲ VIP 고객과 소통하는 룸으로 방마다 컨셉이 다르다. 사진ⓒ권혜림 기자

어떤 인식에서 시작한 건지 잘 알겠다. 조금은 감이 오는데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의 최초의 논의는 누구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가 궁금해진다.

ㄴ 나를 포함해 하나은행 전병국 전무와 김태성 상무, 서진석(백남준 아트센터 관장) 선생, 이렇게 넷이 스터디 그룹처럼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무님이나 상무님이 아트 컬렉터이기도 하면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들이다. 처음 이 넷이서 '슬로우 뱅크'를 같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슬로우 뱅크'라는 개념에서 시작한 고민은 'One space Multi use', 즉 한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낮에는 업무 공간이지만 밤에는 공간을 빌려 파티도 하고 지역 사람들이 와서 피트니스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실현할 랜드마크이자 초석지점이 된 거다. 처음 출발은 예술과 자본에 대한 융합을 '뱅킹'이라는 대중화 사업 안에 어떻게 녹여낼 것 인가였다. 

텔러들이 없어지고 자동화로 넘어가는 시대에서 그로 인해 슬럼화되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고객유치를 할 것인가, 상생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우리의 고민은 건축, 엑스테리어, 인테리어, 사무공간, 플레이그라운드에 모두 들어가 있다. 층마다 위치한 *슬로우코어(slow-core)를 보면 그 고민들을 좀 더 엿볼 수 있다.

*층마다 중앙에 위치한 로비공간

▲ 라이브러리 컨셉의 응접실 및 사무실. 사진ⓒ권혜림 기자

'슬로우 뱅크'(Slow-bank)가 무엇인가?

ㄴ '슬로우 뱅크'라는 건 멀티플렉스처럼 모든 공간 안에 놀이문화와 경제문화가 있어서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즐긴다는 개념이다. '슬로우 뱅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커뮤니티'다. 자본들이 어떻게 하면 이 안에서 소비와 공급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식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자본의 형태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자본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사회적 자본과 경제적 자본, 예술적 자본이 그것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이 세가지가 잘 융합되지 않으면 안된다. 은행은 4-5시가 되면 모든 사람이 퇴근한다. 매일 5시 이후가 되면 남는 공간들이 생기는 것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는 이런 공간을 두고 '비공간'(non-place)이라 불렀다. '비공간'은 직역하면 '장소 아닌 장소'로써 이 개념에 따르면 특정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관계의 부재, 역사성의 부재, 고유한 정체성의 부재 등의 특성을 지니는 장소(예를 들어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기차역, 공항,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는 인간적인 장소가 될 수 없는 공간이다. 한마디로 '비공간'은 관계와 의미가 부재한 장소라는 뜻이다.

도시의 큰 문제 중 하나로 꼽는 것이 '공동화' 현상이다. 사람들이 퇴근을 하고나면 도시가 비어 버리는 도시공동화는 '비공간'의 문제다. 그러면 이 공간에서 중요한 게 뭘까? 지역성, 공간성, 목적성, 이런 것을 공간의 정체성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 이것이 슬로우 뱅크(slow bank)가 탄생한 배경이다.

▲ 하나금융센터 사무실에 들어오면 넓직한 로비공간을 사이에 두고 와인바가 보인다. 사진ⓒ권혜림 기자

최근 페이스북이나 애플, 구글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개방형 사무공간들이 한국의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공간도 사무실이라는 느낌보다는 이쁘게 꾸며진 거실과같은 느낌이 난다. 일 하시는 분들이 중간중간 소파에 누워서 쉬거나 바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것도 보이고. 클럽원의 사무공간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인가?

ㄴ 그렇다. 와인바나 당구장은 기존 사무실에선 상상할 수 없는 공간이다.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도 당구대로 변한다.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이는 사물이나 공간 하나하나의 고정관념을 확인했다. 이렇게 사무공간을 바꾸면 엄청나게 업무효율이 높아진다.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으니 일할 때 그만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또 이는 단순히 시설복지가 올라간다는 측면이 아니다. 직원들의 공간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진다. 이런 심리적인 측면이 업무효율로 연결이 되는 것이다.

▲ 거실처럼 꾸며진 사무공간. 직원들은 이 곳에서 쉼과 일의 균형을 잡는다. 사진ⓒ권혜림 기자

공간이(환경이) 인간의 행동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사무실 구조와 인테리어가 바뀌면서 덩달아 바뀐 것들이 있을 것 같다. 업무형태라든가 소통방식이라든가. 어떤 게 바뀌었나?

ㄴ 직원들 말로는 업무효율이 많이 올라갔다고들 얘기한다. 옛날엔 판옵티콘 구조의 폐쇄적인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광장'의 방식으로 바뀌었다. 전무님 방도 문을 아예 없앴다. 그 결과 소통의 구조가 한결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한 공간이 여러가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멀티화되었다. 사무공간은 이렇게 오픈한 반면 고객과 필요한 대화를 할 때는 사적인 대화가 보장되는 공간들이 곳곳에 숨어있어서 각 대화의 성격에 맞는 소통을 할 수 있다. 

벤치마킹한 모델이 있는지?

ㄴ 인테리어에서는 리서치단계에서 '구글 플레이'를 많이 반영했다. 대표적으로 도이치방크 같은 경우는 아트 콜렉션이나 마케팅이 잘 돼 있는데 독일 작가들이 강하게 된 배경에는 도이치방크 컬렉션이 한몫을 한다. 장기적으로는 하나은행도 도이치방크처럼 국내작가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런칭한 면도 있다.

[문화 人] 김기라 작가, "돈은 이제 숫자로만 유통…은행의 변혁이 필요한 시대"②(인터뷰)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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