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24일 오재철과 정민아의 여행에세이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가 발행됐다.

◇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기획하는 여자와 사진 찍는 남자가 결혼을 했다. 그들은 집과 예단과 혼수 대신 414일간의 세계여행을 떠났고, 여행의 추억을 담은 책도 냈다. 현대판 동화 같은 이야기였고 많은 사람들이 갈채를 보내며 부러워했다. 언론에서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앞 다투어 다룰 정도로.

하지만 그 부러움과 관심 이면에는 그때도 지금도 이런 궁금증들이 자리하고 있다. '용기는 높이 사지만 갔다 와서는 어떻게 살지?' '그렇게 오래 여행하다가 사이가 안 좋아진 건 아니야?' '여행 같은 삶이라… 말은 좋지만 아이가 생기면 그땐 어쩔 건데?'

당연한 궁금증이라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이미 일상이라는 프레임에 맞추어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별함이란 일상의 행복을 희생하는 데서 얻어질 거라는 막연한 편견을 거두고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의 진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 '처음 생긴 우리집' 캠핑카로 달린 그랜트 캐년, 600일 아란이의 겨울 록키 산맥 방문기, 특별했던 두 번의 북미 여행기

여행자들에게 북미란 조금 묘한 여행지이다. 유럽, 남미만큼이나 먼 곳에 있으면서도 영화나 소설들을 통해 친숙한 지역. 뉴욕을 떠올리면 너무 힙하고 글로벌한가 싶은데, 또 이곳에는 신이 선택해주어야 만 볼 수 있다는 오로라와 전 세계에서 20명만 들어갈 수 있는 사암 협곡 벌스킨 같은 인생 여행지도 있다. 일주일 내내 놀이 기구만 타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테마파크의 성지 올랜도,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지이자 그 찬란한 단풍 그늘 아래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머물고만 싶은 평화로운  퀘백시티, 로키 산맥의 절경을 배경으로 달리는 비아레일 기차 여행까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다채로운 매력이 가득하다.

또 외국인들이 머물기에 큰 어려움이 없고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어 아이나 부모님을 동반한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신혼여행지의 마지막 종착지로 선택했던 이곳에서, 두 사람은 두 번째 생일을 얼마 앞둔 어린 딸의 첫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것도 록키 산맥이 새하얗게 눈으로 덮이는 겨울에 말이다. 때론 겨울 여행이 따스할 수 있다는 거, 사고로 한 다리를 잃은 개 찰리와 쌓은 우정이 "다리가 넷인 식육목 개과의 포유류"라는 지식보다 더 가치 있다는 거, 그냥 그런 것들을 함께하고 싶어서였다. 가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아닌 체험과 느낌으로 그렇게.

◇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남들이 가지 못한 곳을 가서 마냥 행복하기만 하냐고? 그림책에 나오는 2차원의 인물들이 아니고서야 그럴 리가 있는가. 희귀암 판정, 암 소식의 그늘에 전해진 첫 딸의 임신 소식. 프리랜서의 고단함과 육아의 고달픔. 남들만큼 힘든 일도 많고 더 힘든 일도 겪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남들이 부러워하건 가엾게 여기건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지금도, 먼 훗날도 우리는 다시 어딘가에서 여행을 계속하고 있을 테니까. 셋이기에 조금 더 특별하고 조금 더 행복해진 그런 여행을. 

some@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