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꽃, 피르츠플라워 황진이 대표 인터뷰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 일로 illo@mhns.co.kr. 스타트업 기업 '유니브랩'의 멤버이자 프로젝트 밴드 '일로'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좌우명은 "자신감 없는 겸손함은 비굴함이다.

[문화뉴스] 성수동의 숨은 예술가, 장인들을 선정해 그들의 활동을 알리고 함께 상생하기 위한 아트 프로젝트, '일로의 성수동 아띠스트'를 문화뉴스에 연재합니다.

시간을 돈 주고 사는 시대, 빨리빨리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요즘에 수고스러움과 느릿함으로 사랑받는 꽃집이 있습니다. 성수동 아띠스트 두 번째 주인공 꽃 없는 꽃집, 피르츠플라워의 대표 황진이님입니다.

뚝섬역 근처 주택가 골목 꽃집은 없을 것 같은 한적한 동네에 소박하고 정갈한 피르츠플라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리되지 않았다며 분주히 주변을 정리하는 황진이 대표님. 공간 곳곳에 그녀의 센스와 깊은 애정이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피르츠플라워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해요.
ㄴ 피르츠플라워는 꽃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성수동 골목에 숨어있는 꽃집이에요. 꽃과 식물이라는 작은 일부분으로 삶에 필요한 영감을 찾도록 돕는 꽃집을 지향하고 있어요.

   
 

 

   
▲ 뚝섬역 근처에 위치한 피르츠플라워

 

   
 

'피르츠플라워'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해요.
ㄴ 저희 부부가 여행을 좋아해서 종종 <걸어서 세계속으로> 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거든요. 근데 '피르츠'라는 라트비아의 전통 허브 사우나를 소개하더라고요. 말린 허브 잎 뭉치로 몸을 쳐서 혈액순환을 시키고 앞에 호수에서 샤워하는데, 굉장히 자연 친화적인 방법이었어요. 거기서 빌려왔죠.

사업을 시작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ㄴ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작년부터고요, 꽃을 만지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예요. 사실 전 이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다른 분들에 비해 트레이닝 시간이 짧다고 생각해요. 근데 성수동 사장님들의 도움과 더불어 주변 분들의 응원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 센스가 돋보이는 인테리어 소품

당일 판매를 하지 않는 100% 주문 제작 형식이라고 들었어요.
ㄴ 네 맞아요, 꽃을 받는 사람의 나이, 성별, 취향 등을 고려해 주문 제작해드리고 있어요. 근데 그 사실을 모르고 종종 당일에 구매하러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게 원래는 익숙한 방식이잖아요. 저희처럼 예약하고, 미리 주문하는 게 번거로운 거죠. 근데, 그러면 별로 싱싱하지 않은 꽃으로 준비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바로 전날 가져온 꽃이랑 가져온 지 일주일 된 꽃은 컨디션 자체가 다르니까요.

덕분에 전반적으로 피드백이 좋은 편이에요. 사진 찍어서 보내주시고 따로 연락도 주시고요. 처음엔 "고객을 재방문 고객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했는데, 대부분 한 번 사 가신 분들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 아닌데도 거의 4-5회 정도 재구매 해주세요. 그럴 땐 미션에 성공했다는 만족감을 느끼죠. 매주 아내에게 꽃 선물을 하는 로맨틱한 남편분들도 한 분 두 분 늘어나더라고요.

'꽃집'이라기보다는 '작업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ㄴ 애초에 100% 주문 제작 방식이다 보니까 굳이 따로 공간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작업했는데 주로 새벽에 작업하니까 층간 소음으로 너무 큰 피해를 줄 것 같은 거예요.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작년 6월에 작업실을 차리게 됐어요.

꽃을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ㄴ 피르츠플라워의 지하 1층은 신발공장이에요. 입구에 드라이플라워로 장식된 도르래 같은 기계를 호이스트라고 하는데 아래층 공장 대형 기계를 끌어 올리던 기계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뭔가 매달아 놓기만 해도 엄청나게 멋있을 것 같아서 그날 바로 계약을 했어요. 이런 것들을 성수동에선 조금만 관심 가지고 지켜보면 금방 찾을 수 있어요.

첫 오픈 당시에는 정말 뭐가 없었어요. 오죽하면 다들 오셔서 "여긴 꽃집 같지 않은 꽃집이 콘셉트죠?"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음, 제 생각에 보통 꽃집을 가면 발 디딜 틈도 없는 느낌을 보편적으로 '꽃집'이라고 한다면 여기는 '꽃집'이 아닌 것 같아요.

   
▲ 공장의 호이스트를 그대로 활용한 인테리어
 
   
▲ 공장의 호이스트를 그대로 활용한 인테리어
 
꽃을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ㄴ 저는 원래 대학 졸업하자마자 공기업에 취업해서 8년간 쉬지 않고 일했어요. 이런 디자인이나 예술 분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직무였죠.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했는데, 그게 어느 순간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어떤 계획도 없이 그냥 사표를 낸 거예요. 퇴직금도 있었고 좀 쉬어가고 싶었어요.

이후부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여행도 다녔어요. 그러다 문득 어버이날이 됐는데 부모님께 제가 직접 만든 꽃을 선물하고 싶어서 지인분 소개로 클래스를 들었거든요. 그날 제가 본 꽃들은 다 생전 처음 보는 꽃들이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꽃들이 많구나"싶었죠. 그렇게 우연히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예요.

영감을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ㄴ 실내장식 잡지를 많이 봐요. 될 수 있는 대로 다른 플로리스트 작업물들은 안 보려고 해요. 의도치 않게 모방하게 되는 직종 중 하나고, 작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직종 중에 하나니까요. 그래도 트렌드를 읽을 융통성은 있어야겠죠.

   
▲ 피르츠플라워 대표 황진이님
   
 
 
   
 
성수동에서 많은 분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 인연은 어떻게 이어졌나요? 
ㄴ 처음에 신혼집을 성수동에 얻게 됐어요. 그게 2011년도였는데 그 당시엔 성수동에 그럴싸한 밥집이나 카페가 전혀 없었어요. 젊은 사람들이 찾을만한 곳은 하나도 없었죠. 근데 성수동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재미있는 곳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죠.

제가 SNS로 뭔가를 공유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개방적인 편이거든요. 성수동에 관련된 키워드가 하나씩 생길 때마다 이건 뭐지? 여긴 뭐지? 하고 궁금해서 찾아가 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된 '메쉬커피'와의 인연으로 여러 곳에서 피르츠플라워 정기구독을 요청받기도 했어요. 서로 윈윈하면서 홍보도 해주고요. 대부분이 젊은 대표님들인데, 나잇대가 비슷한 또래이다 보니 공감대 형성도 쉽고, 서로 소통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ㄴ 회사가 힘들어서 일을 못 하겠다고 그만둔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일이 너무 재미있는 상태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면서 일을 확장하기보다는 깊게 들어가 보고 싶은 욕심이 커요. 그래서 공간 디스플레이 문의나 성수동 회사들의 업무제의도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걸 신랑한테 얘기하면 돈 안 벌 거냐고 물어보지만…(웃음) 그런데 저는 지금 당장은 돈보다 내가 어떻게 가야 할지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천천히 가고 싶어요.

* 이 프로젝트는 성수동의 호텔 '아띠'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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