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박정기] 소극장 공유에서 연극집단 반의 박장렬 작 연출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7, 송예리와 맹봉학 출연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예술인 협동조합이 제작한 이 연극은 김담희 정성호(12월 1일~10일)의 원맨쇼를 시작으로 오민애 윤이준(12일~17일), 권남희 장원영(19일~24일), 정아미 이종승(25일~31일)의 공연으로 이어지고, 2018년에는 김담희 공재민(1월 2일~7일) 권기대 신현종(9일~14일) 송예리 맹봉학(16일~21일)의 공연으로 2개월 간 계속된다.

송예리는 동국대학교 출신의 여배우다. 연극 <변태>와 <제1회 여성극작가전 꽃 속에 살고>에서 탁월한 기량을 보인 미녀배우다.

맹봉학은 영등포공업고등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출신의 영화배우와 탤런트 겸 연극배우다. 2013년 <제1회 여성 극작가전 - 꽃 속에 살고 죽고>, 2013년 <꽃가마 타고>, 2016년 <다목리 미상번지> 그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해 중후한 연기력을 발휘한 베테랑 배우다. 현재 공연예술인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다.

연출가 박장렬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동인, 연극집단 반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이다. 서울연극협회 3, 4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영상 대 출강, 우석대학교 연극과, 인천 전문대학교에 출강하고, 100만원 연극공동체’ 위원장, 사랑티켓 심의위원, 공연예술아카데미총동문회 5대회장이다. 서울문화재단 비상임 이사, 현 극장나무협동조합 이사장이고, 2017년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미씽 미쓰리> <집을 떠나며> <나무 물고기> <이혈> <신발 뜨겁고 격렬한 인생> <귀뚜라미가 온다> <72시간> <유형지> <미리내> <달하> <레미제라블> 등을 집필 또는 연출했다.

 

무대는 도입에는 어수선하고 흩어진 난장판 같이 보이지만 연극이 진행됨에 따라 하나하나가 장면에 어울리기 처리된다. 쓰러진 소파가 세워지고, 바닥에 팽개쳐진 트렁크도 제대로 도구로 사용된다. 이 연극에 사용되는 음악은 베테랑 연출가가 아니면 선곡하기 어려운 적절한 음악이고, 대단원에서의 장면변화와 극적 반전은 관객에게 충격을 주고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한다.

연극은 도입에 등받이가 바닥으로 간 소파에 얇은 천을 덮고 코를 골며 잠이든 엄마와 아들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아들이 일어나 치매에 걸린 엄마를 위해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연극연습을 하고 노래를 배운다고 관객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옷걸이에서 옷을 바꿔 입으면서 아들은 주치의의 역할과 아버지 역할을 하며 아버지가 즐겨 부르던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른다. 그리고 아버지의 고향인 평안도 말씨를 쓰면서 배낭을 메고 행상을 하던 아빠의 모습을 재현해 내고, 아빠가 엄마와 연애를 할 때 펼쳐 보이던 간단한 마술도 해 보인다. 그리고 엄마를 위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겠다며 방에 세워둔 여행 가방을 집어 드니 바닥에 깔린 인쇄용지와 현수막을 발견한다. 현수막에는 잃어버린 고양이 마징가를 찾아주면 1백 만 원을 주겠다는 글씨가 크게 적혀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왜 이런 인쇄물을 찍어내고, 현수막을 만들어 내다 걸려고 하느냐며 소리를 지른다. 엄마는 자신이 한 게 아니라며 부인을 하지만 아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인쇄물을 들고 문 밖으로 나가려 하니, 엄마가 나가지 말라고 말린다. 그러면서 엄마는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니, 아들은 내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잠시 후 전화벨이 울리고 엄마가 받으면 아들이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고 마징가 차림으로 방에서 나와 춤을 추며 마징가 주제가를 엄마와 함께 춤을 추며 부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다시 엄마에게 고함을 지른다. 엄마가 참다 못 해 마주 소리치며 오열하는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자극한다. 엄마는 상 앞에 앉아 파를 다듬기 시작한다.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이 흘러나오며 극 분위기를 정화시킨다.

장면이 바뀌면 아들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묘소를 방에 꾸며놓고 제사를 지낸다. 엄마가 치마저고리를 입고 나온다. 아들은 제사 술을 올리고 큰 절을 한다. 그리고 엄마에 술을 권하고, 언제 이런 예쁜 한복을 구했느냐고 뭇는다. 엄마는 무심결에 네가 “수진”이와 결혼했을 때 입은 한복이라고 말하며 괜한 소리를 했다는 듯 후회하는 모습이다. 그 이름 부르는 소리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들은 술을 병 채로 들이킨다. 엄마가 술을 그만 마시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들이 계속 폭음을 하자 엄마는 술병을 빼앗는다. 그리고 꾸며놓은 무덤을 치워버리며 이런 짓을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들은 내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엄마의 소리 없는 오열이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잠시 후 전화가 온다. 엄마가 받으면 아들이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전화다. 아들은 내실에서 생일상을 들고 나와 엄마를 “수진”이라 부르며 생일노래를 부르고, 엄마에게 노란블라우스를 입히고 춤도 함께 춘다. 그러다가 “사업이 망했다는 소리를 왜 엄마에게 했느냐”며 때릴 듯이 덤빈다. 엄마가 피하지만 아들은 몇 차례나 되풀이 하며 덤벼든다. 엄마는 힘들어 하며 바닥에 나둥그러진다. 아들의 이런 행동이 단순히 술이 취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게 객석에 전달이 된다.

장면이 바뀌면 엄마는 돌아가신 것으로 설정이 되고, 아들은 엄마의 고향인 남쪽의 비잔 도라는 외딴섬으로 이사를 해 평상에 앉아 컴퓨터 노트북으로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소설을 쓴다. 평상 옆에는 예쁘게 홍매가 피어있다. 아들은 엄마가 꽃이 피기 전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객석에 전한다. 빨래를 널려고 나이 든 여인이 등장한다. 아들은 그 여인과 대화를 하고 여인의 빨래 너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다가 기타를 연주하며 이웃 여인에게 “엄마 들꽃”의 악보와 가사를 보여주며 함께 노래도 부른다. 이웃 여인은 익숙한 듯 노래를 부른다. 아들은 이웃여인으로 대하지만 이웃여인의 모습은 엄마와 똑 같다. 이웃여인도 아들에게 남처럼 대한다. 그렇다면 이웃 여인은 엄마가 아니고 진정 이웃여인일까? 아들은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치매에 걸린 사람은 엄마인가 아들인가?

송예리가 엄마로 출연해 엄마 역을 연기한다. 비잔 도에서 이웃여인으로 등장할 때의 모습은 나이가 든 분장을 했어도 탁월한 미모가 그대로 들어난다. 송예리의 원래 음성은 꾀꼬리가 꼬리를 감출 지경으로 아름답다. 맹봉학이 아들로 출연해, 원래 방송드라마에서 아버지 역으로 기량을 발휘했지만 이 연극에서는 아들 역의 진수를 보인다. 송예리와 맹봉학은 연극 제1회 여성극작가전 <꽃 속에 살고>에서도 함께 출연해 호연을 보인 적이 있다.

기획 장봉태, 사진 김명집, 음악 박진규, 조연출 서이주, 홍보마케팅 이세희 백유경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연극집단 반의 박장렬 작 연출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 7을 기억에 길이 남을 명작 2인극으로 창출시켰다.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ART'ietor) 박정기.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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