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인류 절반이 경험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생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서 '볼드모트'를 절대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된다는 '그'라고 칭하듯 귀찮은 '그날'은 '마법', '대자연', '달거리', '반상회'라고 칭해져 왔다. 그러한 것에 대해 '본격 생리 탐구 다큐'라니 '피의 연대기'라는 자극적인 제목만큼이나 어쩌면 거부감을, 그리고 신선함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17일 개봉한 '피의 연대기'(감독 김보람)의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에 감독 김보람과 프로듀서 오희정이 참석했다.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ㄴ 김보람 감독 : 영화 초반부에 나오지만, 외국인 친구 샬롯에세 할머니가 만든 생리대 주머니를 선물했다. 당연히 생리대를 쓸 줄 알았는데 네덜란드 여자들은 10대부터 탐폰만 쓴다고 했다. 왜 문화권에 따라 각자 다른 생리대를 쓸까 궁금해하게 되면서 사소한 질문으로 프로듀스를 시작했다. 그날 집에 와서 생리라는 검색어나 탐폰을 가지고 구글링을 해봤는데 생리에 대한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는 것을 알았다. 2015년 영미권에서 생리의 해였다고 이슈가 되었다. 여기에 어떤 이야기가 있겠다 싶어서 피디님과 같은 회사에 다녔었는데 같이 얘기했었다. 먼저 퇴사를 하면서 하게 되었다 (웃음)

ㄴ 오희정 프로듀서 : 회사에서 옆 테이블에 앉아있다가 나오신 여성분들처럼 소곤소곤대면서 제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 경력이 10년 이상이 되기 때문에 이 얘기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는데 이런 문화들이 있는지 몰랐다.

 

다큐 영화인데 실사 포함해서 애니메이션 모션도 다채롭게 들어가고 음악도 큰 역할을 했다. 엔터테이닝하게 들어가게 된 이유와 작업 소감이 어떤지?

ㄴ 감독 : 사실 오늘 와주신 분들이 어떻게 봐주셨는지가 정말 궁금하다 저희가 처음에 생리 과정 다큐 만들겠다 했을 때 반응이 '절대 극장 가서 안 볼 거다'라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무엇보다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고 극장에 들어오셔서 한 시간 반 동안 즐기시고 편하게 이야기 보시다가 '재밌었어' 하면서 극장을 나가길 바랐던 것이 생리혈이 뭔가 금기시되고 더럽고 몸에서 나오는 배설물처럼만 여겨지는 것이 긍정적인 경험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일단 질에서 피가 나오는데 그걸 실사로 찍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컸다. 그래서 몸을 좀 어떻게 하면 재밌게 또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펴나갈 수 있겠냐는 고민을 하던 중에 김승희 감독님의 '심경'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고 바로 섭외를 해서 굉장히 초기부터 애니메이션은 같이 개발을 하게 됐다. 음악 같은 경우엔 키 스태프 중 유일한 남자분이기도 한 김해원 감독이 맡았다. 무엇보다 좀 사운드나 이미지로 살릴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아야 했기 때문에 음악에 공을 들였다. 감히 좀 저희가 밀고 있는데 엔터테이닝 다큐다 라는 것으로 밀고 있는 이유는 재밌게 흥미롭게 즐겁게 편하게 보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만들게 된 것 같다.

 

초반에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했는데 완성본이 상업적 영화를 포함해서 최근 서울 국제 여성 영화제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수상하고 영화제 관람객분들에게 굉장히 좋은 반응을 끌어냈었다. 피디님도 현장에 계셨으니까 실질적으로 관객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인상 깊었던 피드백 같은 게 있다면?

ㄴ 프로듀서 : 일단은 가려운 곳을 긁어드렸다는 그것이 제작의 목표이기도 했는데 그 부분에서 성공한 것 같고 지금은 사실 생리에 대한 얘기가 SNS 같은 곳에서 많이 얘기가 되고 있고 여성주의가 이슈이지만 제작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카메라 앞에서 생리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성분들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에서 제작을 시작했다. 이게 영화로 만들어져서 관객을 만났을 때 관객분들이 조금 더 많이 열려 계신 분위기도 있었고 그렇지만 여전히 얘기하지 못했던 것을 함께 모여서 웃고 떠들고 얘기하면서 나만의 경험을 모두의 경험으로 확장되는 그런 것을 느꼈을 때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영화 속에 많은 여성분이 인터뷰에 등장했는데 섭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ㄴ감독 : 초반에 피디님 지인분들 기혼자분들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그분들도 기혼자분들을 소개시켜주셨는데 '결혼했으니 인터뷰를 할 거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미혼 여성이 몸에 대해서 발언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저희가 필모가 없어서 내가 누구고 뭘 했던 사람인데 내 영화에 출연해 달라고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구구절절 저희 제작기를 써서 블로그나 트위터를 찾아내 다양한 여성분들께 쪽지나 메일을 보냈고 정말 다행히 그분들이 흔쾌히 촬영에 응해주셔서 오늘 보신 영화 속에 등장하실 수 있게 되었다. 중학교 관련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피디님이 소개해주실거다

ㄴ 프로듀서 : 원래는 이제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을 해서 이제 막 초경을 시작한 학생들을 찍고 싶은 게 목표였다 감독님의 숙원이었는데 섭외하는 게 쉽지 않았다. 왜냐면 이제 미성년자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선입견도 있고 부모님의 동의도 필요한데 영화를 마무리 해야 할 때쯤에 정말 꼭 하고 싶다고 해서 주변에 수소문하다가 교회 집사님이 반에서 할 수 있을까 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고 아이들도 즐겁게 촬영했고 부모님들도 또한 좋다고 여기셨던 것 같다. 그 배경에 있는 것들은 선생님들도 그렇고 부모님들도 그렇고 아이들과 이런 얘기는 하긴 해야겠고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조금 방법의 하나로 이렇게 생각을 해주셔서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고 저희에게도 가장 즐거웠던 촬영 중 하나로 남아있던 아이들에게 많이 배우기도 했던 그런 시간으로 남았다

 

영화를 보면 직접 스스로의 경험을 화장실 안에서까지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감독으로서 영화를 찍는 입장에서 배우로 할 수는 있지만, 조심스럽거나 주저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고민 과정이 궁금하다. 영화에 방대한 내용이 담겨있는데 시리즈로 만들어도 될 만큼의 자료들을 많이 얻으셨을 것 같은데 앞으로도 이 주제로 영화를 만들거나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실 계획이 있는지?

ㄴ 감독 : 원래 기획 개발 단계에서는 영화에 출연할 계획이 없었고 한 여성을 팔로우업 하려고 했었다. 근데 생리는 굉장히 일상적인 일이고 혼자 있을 때만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한 여성의 삶을 작위적인 연출 없이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고프로라는 초소형 카메라 사용을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이야기를 하나로 꿰어가는 화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때의 판단으로는 제가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어떤 여성을 섭외한다고 해도 그 여성의 삶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서 이것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인터넷에 남겨지는 것들을 제가 그 여성의 삶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그거는 저로 대체가 되었다. 그리고 고프로는 굉장히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화장실에 따라와서 찍는 것보다 고프로로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잤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고프로를 머리에 끼고 아침에 하는 일을 했다. 주기 때마다 고프로를 차고 아침에 피가 제일 많이 나오니까 그 피를 받아서 버리는 과정을 찍게 됐고 그 와중에 초반에 피가 새서 바닥에 떨어지고 그런 것도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노출이나 살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한 것이 많이 안 볼 것 같아서(웃음) 친구들도 잘 안 본다고 그렇게 말했고. 그 방법을 선택하고서 마음 편하게 했다.

그리고 시리즈에 관한 건 질문을 많이 받는데 못 쓰는 자료들 엄청 많다. 영화 만들면서 돈이 없어서 너무 힘들어서 다음 영화는 돈이 있을 때 만들려고 생각 중이고 아직 구체적으로 생리에 관해 다음 시리즈를 만들 생각은 없다. 개인적으로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너무 많고 다양한 감독님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9월에 시작됐고 현재도 진행되는 문제로 알고 있는데 모 회사의 제품 때문에 한동안 생리대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작품 보면서 현재에도 화제가 되는 그 불매운동이 생각났다. 그래서 생리대랑 여자의 몸과 관련된 작품을 제작하면서 작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불매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ㄴ 감독 : 문제가 되었던 생리대는 저도 생리컵을 쓰기 전에 즐겨 썼던 제품이기도 하고 여기 많은 다양한 대안 생리용품을 소개해드렸지만, 개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이 있었다. 그것들을 해외에서 직구로 사서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이 되었기 때문에 일회용 생리대를 탈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결코 모든 여성에게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선택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사건이 터지고서 많은 비슷한 질문들이 들어왔는데 이 내용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한 20~30년 추적이 필요할 것 같다. 평생을 일회용 생리대만 사용한 여성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직 연구가 되지 않았다. 사실에 대해 결국에 온전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명으로 바라봐야 여성분들도 납득을 하고 회사들에서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텐데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탈출을 했기 때문에 그 기사가 뜬 날 잠을 자지 못했다. 여성분들 대다수가 싫어도 그것을 차고 자야 되고 어떨 때는 밤에 생리하니까 다음날 찝찝하고 불안해도 그걸 차고 학교에 가고 일터를 가야 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에 이런 다큐를 만든 사람으로서 일말의 책임감도 느꼈고 이런 선택지가 10대 접근이 가능하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일회용 생리대를 안 쓰는 게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보면서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이 오버랩되서 반갑기도 했지만, 관객 입장으로서는 '아빠도 봤으면 좋겠다', '남동생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다. 아무래도 소제가 생리이다 보니 남성 관객분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었다. 남성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ㄴ 감독 : 처음 영화를 만들 때는 영화는 아무래도 여성 관객들이 많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호감의 반응을 보여주거나 응원지지를 보내주시는 분 중에 40대 이하 남성분들이 생각보다 기대보다 훨씬 많이 열려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후반 작업비가 없어서 크라우드 펀딩을 했었는데 40%가 남성분들이라고 들었다. 이분들이 나의 아내, 여자친구, 미래 딸이라든지 그렇지 않더라도 인류 절반의 문제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이 고민을 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성분들 반응을 보면 모르는 이야기다. 여성분들은 새롭게 느끼고 익숙한 이야기로 느꼈다면 남성분들은 새롭고 흥미롭게 느끼는 것 같다.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는 그런 재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 가족분들도 출연을 한다. 특히 여경주 할머님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뭉클한 마음을 갖게 된 관객분들이 많이 있었다. 영화도 가족분들이 직접 보시고 어땠는지 비하인드 스토리 듣고 싶다.

ㄴ 감독 : 할머니는 굉장히 흥분 상태 시다. 요양원에 계시는데 매일 네이버에 검색해보시고 좋아하시고 손꼽아서 개봉 일자를 기다리고 계신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할머니와 엄마를 포함해 이모 일곱 분 여성분의 연령대가 쭉 내려오는 형태였기 때문에 연대기를 담기에 좋은 그룹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촬영을 했고 영화에 담지 못했지만, 할머니가 생리할 때 너무 밭일이 많아서 새벽부터 밭일을 나가야 되니까 생리대를 벗어서 던지고 나가시면 첫째 이모와 둘째 이모가 할머니 생리대를 빨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모르는 어떤 그녀들의 삶,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그녀들의 역사를 들으면서 여성으로서 산다는 것, 피를 흘리는 것이 얼마만큼 수고스러운 것인지 그것들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족에게 좋은 기억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제목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할 수 있을 것 같다. 피의 연대기가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설명 부탁한다.

ㄴ 감독 :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초반의 제목이 상당히 달랐다. '생리 축하합니다'라는 제목이었는데 여성의 피 흘림의 역사를 취재하고 공부하다 보니까 연대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군분투하면서 피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했던 여성들의 일상이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고 그 연대기를 그려나가면서 특정 상품이 여성들에게 소개되고 판매되는 방식이 결국엔 그 사례가 여성의 피 흘리는 몸을 바라보는 태도와 시선이 굉장히 맞닿아있다는걸 알게 됐다. 그렇게 취재를 하다 보니까 결국에 이 연대가 사실은 시간의 연대뿐 아니라 여성들 간의 연대도 있구나 라는 걸 중간쯤 발견했다.

한국에 생리컵이 소개되었던 14년 15년 즈음에 많은 여성이 자발적으로 생리컵을 영어로 되어있는 것들을 다 스스로 번역을 해서 자발적으로 공유를 했고 그걸 통해서 많은 여성이 생리컵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상 생리대에서도 여성분들이 자발적으로 나는 생리대를 쉽게 사서 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여성들의 삶을 상상하면서 그런 움직임을 벌였던 것 같다. 엄마의 생리를 빨아준다든지 할머니가 생리대 주머니를 만들어준다든지 여성분들은 아시겠지만, 엄마가 생리를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여성분들이 다른 거 아까워해도 생리대 있냐고 물어봤을 때 있는데 안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냐면 당사자의 고통과 그 절박함을 잘 알기 때문에 결국에 피를 이해하고 이 수고스러움을 서로 공감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움직임이 여성들의 연대를 통해서 나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중이적 표현을 담기에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분들은 제목만 들었을 때 너무 센 거 아니냐고 우려도 있었는데 이 제목으로 가게 되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여론이 환기되고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딱 하나만 구체적인 정책적인 변화가 실현될 수 있다면 뭐가 실현됐으면 좋겠다. 뭔가 변화되면 좋겠다거나 의도한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ㄴ 감독 : 의도하고 만든 것은 아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 어떤 정책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만약에 그럴 수 있다면 이 선택지가 모든 여성에게 지금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무상으로 급식 했을 때처럼 사회적으로, 우리가 맛집도 가고 간식도 먹지만 결국 가장 기본적인 밥,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식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할 수 없다. 생리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 생리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분명히 있고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생리컵, 탐폰,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지만 가장 기초적인 필요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공동체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이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건강을 해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에 논쟁이 된다면,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많이 바라는 것은 없다.

뉴욕시가 학교, 노숙인 보호소, 시에서 운영하는 교도소에 생리대와 탐폰을 무제한으로, 필요에 따라 개수 상관없이 제공하기로 했다. 지금 첫 단계로 그 정도만 실행할 수 있어도 좋겠다. 적어도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에서 곤란해하는 여성들도 없어질 거고 시 교도소나 홈리스 셸터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여성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필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지 않으냐는 생각이 든다. '왜 내 돈으로 내 세금으로 그런 걸 왜 해야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결국 시에서 운영하는 시청이든 구청이든 가면 화장실 되어있고 청소도 누군가가 하고 휴지도 주고 비누도 주고 물도 준다. 나는 그거 안 쓰니까 우리 시, 나라의 국민은 아무도 그거 공짜로 안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맥락에서 세금을 어디에 쓸 건지 논의하고 결정하는 가운데 생리대가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의 삶에서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ㄴ 프로듀서 : 딱 한 가지라면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는데 피임 교육도 하고 요즘엔 30대인 저 때랑은 다르게 더 좋은 교육들이 이뤄지지만, 몸 교육은 잘 안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내 몸에 이런 피가 나온다는 변화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론 가정에서도 그 교육이 이뤄지지만, 가정에서 이뤄질 수 없는 경우에는 굉장한 곤란함이자 감정적으로 윤리적으로 굉장한 어려움이라고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인류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로 실제로 이게 왜 어떻게 일어나는 일이고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너에게 어떤 선택지들이 있는지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면 생각지 못했던 많은 상상력으로 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마지막 소감으로 듣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어머니하고 처음 생리 얘기를 했다. 뜻깊은 경험이었다. 엄마는 어땠는지 지금까지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지금까지 이야기를 함께 나눈 적도 없었다. 애정을 많이 품고 있는 작품인데 두 분도 2년 동안의 시간을 거쳐서 여성으로서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변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ㄴ 프로듀서 : 일단은 몸이랑 많이 친해진 것 같다. 잠깐 나오지만, 생리가 제 것이 아니고 많은 프로젝트와 실험을 해야 되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 경험들을 많은 여성들과도 얘기를 해야 되고 남성분들과도 경험을 나눠야 해서 그동안 좀 숨겨왔던 것, 매달 일어나는 일인데 마치 안 일어나는 일처럼 숨기고 있었던 것을 뭔가 세상에 고백하고 같이 나눈 기분이어서 여성분들하고는 더 가깝게 연대하고 남성분들하고는 좀 더 허물없이 지내는 그런 느낌이 든다. 여러분도 영화를 보시고 더 많은 이야기를 더 많이 자유롭고 풍성하게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ㄴ 감독 : 저는 영화 기획할 때 그렇게 열정적인 여성주의자도 아니었고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씩 알아가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 와중에 영화에 출연한 여성분들도 과거에 이 피를 흘리면서 살았던 여성분들의 삶이 많은 용기를 주시고 가르침을 주셨다. 극장에서 개봉하고 처음 보여드리는 자리라 뜻깊은 자리다. 굉장히 두렵고 떨린다. 감히 한 개인으로서 여성의 피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이 사실은 참 주제넘은 일일 수도 있다는 마음이 많이 든다.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시길 바라고 가능하다면 관객분들이 많이 봐주시고 즐거워하시고 그 안에서 각자만의 이야기를 찾아갈 기회가 되면 좋겠다.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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