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뉴스 MHN 서정준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엄마 같은 윤여정, 재밌는 이병헌" ① 에서 이어집니다.

극 중에서 이병헌, 최리와 게임하는 장면이 참 자연스러웠다.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 최리가 신인이다 보니, 촬영에 들어가기 전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연락이 와서 내가 많이 도와줬다. 한참 선배인 병헌 선배님께 도와달라고 하기에 불편했기에 나한테 연락을 준 것이다.

자신이 많이 준비해왔음에도 쑥스러움을 느꼈는지 촬영 당일에 긴장하고 잘 풀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적응이 되었는지 자신의 연기를 마음껏 풀어놓았다. 최리가 긴장을 푸는 순간 감독님도 흡족해하셨다. 그 이후에도 촬영에서 능청스럽게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세 명이 게임을 하는 장면을 촬영 초반에 찍었는데, 이병헌 선배님과 함께 하는 것 때문에 최리가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주었고, 이상한 행동이나 대사도 거침없이 하더라. 기특했다. (웃음)

▲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스틸컷

그러고보니,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진태가 극 중 아랫집에 사는 '수정'이와 피아니스트 '가율'까지 묘하게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진태는 누구에게 마음이 있는가? (웃음)
└ 보는 관객 입장에선 애매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 두 사람과 아무 관계가 아니다. (웃음) 극 중에 수정이가 "바람 피우고 다니니?"에 진태가 "네"라는 대답이 영화에선 웃음으로 넘어갔지만, 글로 접했을 때는 자칫 진태의 성격이 이상하게 바뀔 수 있어 조심스러웠고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진태는 착하고 호감 있으며 가끔 엉뚱한 소리 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착하고 호감 있는 인물'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고정관념이 아니었을까?
└ 과거 진태처럼 피아노가 뛰어난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사람의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평소에는 아무 표정도 없고 의사소통도 잘 안 되는데, 피아노를 치는 순간만큼은 그렇게 환하게 웃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이 영상을 보여드리고 진태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봉사활동 했을 당시에도, 그 반 아이들 또한 처음에 진태처럼 낯선 사람을 불편하게 여겼다. 하지만 매주 나가서 얼굴 익히고 다가가니까 자연스레 웃어주더라. 그들이 왜 웃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를 보고 웃어주는 게 참 행복했다. 진태 또한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진태가 우울한 모습을 보였다면 엄마와 조하가 화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힐링해줄 수 있는 역할이면 좋겠다 싶어 최대한 귀엽고 행복하게 보이려 했다.

▲ ⓒ 문화뉴스 MHN 서정준

무하메드 알리의 명언 "불가능, 그것은 단지 하나의 의견이 뿐이다"라는 대사가 상당히 어려웠을텐데?
└ 인터뷰 도중 그 대사를 말하는 게 사실 어려웠다. 하지만 이때쯤이면 관객들이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닌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가 뇌리에 박혀있기에 어떻게든 알아들을 것으로 생각했다.

극 중에서 "무하마 드알리"라고 읽듯, 실제로도 그분들이 가진 리듬이나 속도, 띄어쓰기로 말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이 필요 없는 대사였기에 최대한 띄어쓰기를 이상하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연기한 것도 있다.

갈라쇼에 등장하면서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눈을 마주치는 장면도 눈에 띄었는데, 애드리브인가?
└ 피아노에 앉기까지 과정은 처음부터 계획했다. 피아노 쪽이 아니라 무대 밖으로 나가려는 동선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분이 들고 있는 바이올린이 눈에 띄어 진태의 시선에선 어떻게 보일까 생각해 즉흥적으로 연기했다. 그래서 애드리브로 하이파이브하자는 동작을 취했던 것인데, 그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 하셨다. (웃음)

진태에게 반영된 박정민 본인의 특징이 있다면?
└ 진태는 철저하게 계획해서 연기해야 하는 역할이지만, 내가 연기했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리듬이나 몸짓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만들어진 면도 분명 있다. 나와 너무 다르게 만들면 그 또한 연기하기 불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확하게 어떤 면을 넣겠다고 의도한 건 없었다.

▲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스틸컷

그럼 반대로, '그것만이 내 세상' 이후 진태의 모습이 본인에게 남은 게 있다면?
└ 이 작품을 처음 대했을 때와 끝났을 때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진태를 이해하려고, 혹은 진태에 동정심을 가졌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인 피아노 연주가 끝난 후에는 약간의 서운함이 있었다. 그리고 진태와 비슷한 사람들을 향한 태도도 바뀌어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자 한 명의 친구로 생각하게 되었고, 초반의 마음가짐도 떠오르면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미안함 감정도 생겼다.

본인은 실제로 어떤 아들인가?
└ 불효자다. 동네 친구들이 야탑동에 불효자상 세우겠다고 했을 정도로 불효를 많이 했다. 연기한다고 대학교도 바꿨고, 감독하겠다고 했다가 배우로 전향하면서 전공도 바꿨다. 굵직하게 속 썩였으면 잔잔하게라도 효도해야하는데, 그러지도 않았으니 부모님 입장에선 속상하셨을 것 같다.

올해 '그것만이 내 세상'을 비롯해, 앞으로 개봉할 '염력', '변산', 그리고 현재 촬영 중인 '사바하'와 곧 들어갈 '사냥의 시간'까지, 갑작스럽게 다작하게 되었다. (웃음)
└ 갑자기 그렇게 되었다. (웃음) 신기루 같다. 운좋게 같이 영화를 해보자고 제안하신 분들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일이 많아졌다. 다작을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체질이 아니라 처음엔 힘들었다.

'변산'을 찍을 당시, 이준익 감독님이 나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감독님이 '목숨걸지마라.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취미로 여겨라'고 격려해주셨다. 그 이후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사바하' 촬영으로 넘어왔는데, 현재 촬영장도 즐겁다. 난생 처음 접하는 장르의 영화라서 연기하는 게 다르더라. 촬영할 때는 이 장르가 잘 맞지 않아 불편한 것 같으면서도 모니터링 하면 괜찮게 나오더라. 이런 게 희열인가 싶어 재미를 느끼고 있다.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일하자'는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

▲ ⓒ 문화뉴스 MHN 서정준

예전에 "나의 연기가 패턴화 하는 것 같다"고 고민을 했는데, 그 감정이 장르가 변하면서 해소된 건가?
└ 그렇게 된 것 같다. 그 전에는 인간 박정민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소비가 있었다면, 지금은 운 좋게도 '그것만이 내 세상'이나 '염력'이나, '변산', '사바하', '사냥의 시간'까지 다 다르게 선보일 수 있어 재밌다. 작품마다 내가 수행해야 할 임무가 다 다르다. (웃음)

다작을 하고 있다보니 당분간 당신이 좋아하는 연극 공연도 못하겠다.
└ 이 시점에 연극무대도 올라가고 싶었지만, 미루게 되었다.

과거에 썼던 글도 이제 안 쓰는 것인가?
└ 과거엔 소통의 창구로 여겨졌지만, 언제부턴가 마감일의 압박 때문에 억지로 쓰는 느낌이 들어 쓰지 않는다.

이제는 오디션도 안 보고 충무로가 찾는 배우가 되었는데 소감은?
└ 정신을 차려보니 언제부턴가 오디션을 안 보고 있더라. 예전을 떠올려보면 과분하고 행복한 일이다. 며칠 전에 친구와도 이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일이 많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고, 힘들다고 여겼던 순간들이 후회되었다.

지금도 어디선가 오디션에 도전하는 배우들도 많으며, 아직까지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도 많다. 그래서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나 자신을 다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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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마지막 오디션은 언제였나?
└ '안투라지'였던 것 같다. 정확하게 오디션 개념은 아니었지만, 직접 만나 대본리딩 하고 결정하는 것이었기에 어찌 보면 오디션으로 볼 수 있다.

'안투라지' 말고 다른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혹시 드라마 출연 계획은?
└ 이건 나의 의지가 아니라 방송국에서도 섭외가 들어와야 하는데, 아직 제의가 없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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