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을 만나다 ⑧

▲ 좌측부터 윤한솔 연출, 최치언 연출, 김수희 연출, 이경성 연출.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7일 오후 남산예술센터에서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의 2018 시즌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12월 5일부터 7일까지 공연될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가제)'은 80년대에 태어난 창작자인 한국의 이경성(크리에이티브 VaQi), 일본의 사토코 이치하라(극단Q), 홍콩의 웡 칭 얀 버디(Artocrite)가 함께하는 국제공동제작 프리-프로덕션이다. 한국의 촛불집회와 태극기부대, 일본의 버블경제 세대와 사토리 세대의 차이, 홍콩의 노란우산 혁명 등을 통해 엿보이는 국가별 세대 간의 갈등, 경험을 다뤄 쇼케이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경성 연출은 "공식 공연이라기보다 프로덕션 과정에 있는 작업을 소개해 드리겠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연출은 "처음 제안이 왔을 때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있었다. 국제 제작이란 멋진 타이틀이 있지만 이런 과정은 무척 지난하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기에 고민이 됐고 창작자로부터 시작된 게 아니라 공공극장에서 시작된 게 창작자에게 가는 형태인데 이런 게 창작자가 기획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아 고민됐다. 지난 11월 세 나라 예술가가 모여 워크샵 했는데 그 시간을 값지게 보내서 다른 희망과 기대를 품게 됐다."라며 이번 프로덕션의 긍정적인 면을 밝혔다.

이어 "가장 고무적이었던 건 대부분 여러 국가의 사람이 모이면 나라를 막론하고 영어로 소통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는 극장측의 배려와 합의를 통해 각자의 언어를 쓰기로 했다. 각 나라별로 통역이 붙어서 언어에 대한 위계가 생기지 않고 서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했다. 한 배우 표현을 빌자면 소리가 먼저 전달되고 의미가 나중에 와서 서로 더 잘 들으려고 하고 이해됐다고 한다."라고 당시를 이야기했다.

또 "이런 과정이 중요했던 건 우연 극장장이 말했듯 나의 현실,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그 안에만 있으면 들여다보기 힘든데 주변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바라보게 되면 훨씬 잘 보이는 것 같다. 저희가 세 나라의 창작자들과 이야기하며 많은 공통점, 차이점을 발견하게 됐는데 저희가 문화적으로 같은 시대에 태어나고 자랐기에 예를 들어 '재키찬' 같은 스타. '엑스재팬' 같은 대중문화 등 공통점이 있었다. 홍콩의 한 창작자는 사춘기떄 보던 일본의 포르노 스타를 지금도 좋아한다며 일본 창작자에게 물어본다거나 그런 대중문화, B급문화에 대한 다양한 통로를 공유하던 지점도 있었다."고 계속 설명했다.

▲ 좌측부터 한국의 이경성(크리에이티브 VaQi), 일본의 사토코 이치하라(극단Q), 홍콩의 웡 칭 얀 버디(Artocrite) ⓒ서울문화재단

이 연출은 "역사적 측면으로 보면 대비되는 면도 있다. 일본 창작자는 제국주의 과거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무지했고 홍콩이나 한국 같은 경우 그런 과거에 대해 분노하는 지점이 있었기에 그게 막상 수면위로 올라올 땐 잘 소통되지 않기도 했다. 홍콩은 중국과의 관계에 의해 여러가지 좌절된 게 있고 나라의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있어 고민도 있었다. 동시대를 논하는 방식에 있어서 내가 속한 사회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관계의 틀거리 속에서 이해하고자 했을 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쁘고 감사하게도 좀 긴 시간 동안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에 12월에 한 번 더 이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제작이 긴 호흡으로 가기에 응원해주고 지켜봐주시는 많은 분들이 필요하다."며 성원을 부탁했다.

한편, 3월부터 12월까지 계속해서 무대에 오를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은 시즌 프로그램 8편과 공모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이번 시즌 역시 변함없이 한국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현상을 담은 동시대성 작품들이다.

자세한 사항은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2월 1일 오후 2시 '처의 감각', '손 없는 색시', '에어콘 없는 방'의 3편이 담긴 상반기 공연 패키지 티켓이 오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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