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5일, 관객들과 공연 관계자들에게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뮤지컬 '모래시계'가 대구 공연 취소와 관련돼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뿌린 것이다.

공연계는 공연 취소 등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상세한 사정을 밝히지 않고 '제작사의 사정'이나 '불가피한 사유' 등을 내세우는 게 일반적이다. 설사 누군가의 명명백백한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사실을 알리지 않는 이러한 관행은 폐쇄적인 공연계 내부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좋다고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놀랄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공연 취소의 이유로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계명아트센터'의 입장을 전한 것이다.

1995년 '귀가 시계'라 불리며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를 무대화한 뮤지컬 '모래시계'는 현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작품으로 '그날들', '아랑가' 등을 제작한 뮤지컬 제작 명가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의 창작 초연 작품이다.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신성록을 비롯해 한지상, 김우형, 강필석, 조정은, 김지현 등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해 90년대 드라마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 뮤지컬 '모래시계' 중 한 장면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애초 TBC와 공연기획사 S.J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018년 3월 5일부터 3월 11일까지 대구 소재의 계명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모래시계'를 공연하기로 결정하고 공연장 사용 승인까지 받아 놓은 상태였으나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의 공연장 대관 사용 승인을 번복하고 일방적으로 공연 상연 불가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계명아트센터 측의 '공연 불가 사유'다. 계명아트센터는 뮤지컬 '모래시계'의 상연이 2018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공연장 사용 의사를 번복했다. 뮤지컬 '모래시계'의 대구 공연을 기획한 TBC와 S.J엔터테인먼트는 공연 오픈 공지를 준비하던 중 계명아트센터의 일방적 공연 취소 통보를 받고 매우 난감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뮤지컬 '모래시계' 관계자는 "계명아트센터의 일방적 공연 취소는 순수창작예술인 뮤지컬 '모래시계'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작품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우울한 시대가 가져온 제약 속에서 각자의 길을 가는 세 청년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시대와 역사, 인생을 상징하는 ‘모래시계’ 속 모래가 다 떨어지더라도, 시계를 다시 뒤집으면 새로운 시간과 창조적 세상이 열린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방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공연장 사용 허가를 번복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문제를 인식하고 적폐 청산 목적으로 순수창작문화예술 활동을 진작시켜야 하는 시점에,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란 입장을 전하며 "뮤지컬 '모래시계' 대구 공연 취소는 순수예술공연을 정치적으로 잘못 해석하고 곡해함으로써 일어난 일로 생각한다. 이는 지방 공연예술문화를 위축하게 하고 또 다른 문화예술 분야의 적폐를 양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이 상황에 대한 계명아트센터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한다."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에 계명아트센터 측은 다수의 언론사와 연락해 "실제 취소를 통보하진 않았으며 보류한 상황이다. 지방선거 때문에 취소됐다는 것은 오해로 담당자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라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 여론은 "그정도 미스로 이렇게 특정한 대상을 취소 사유로 거론하는 공식 입장을 밝혔을리 없다"는 반응이다.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계명아트센터 측의 입장에 대해 "구두로 통보 받았다. 서류상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취소가 아니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구는 11년간 이어진 DIMF(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딤프)와 유럽 진출을 준비하는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 등을 통해 전국적, 나아가 세계적으로 '뮤지컬 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권영진 대구시장 역시 딤프를 찾아 뮤지컬 발전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전하고 직접 공연 관람을 즐기기도 할 정도다. 이러한 요람을 바탕으로 탄생한 EG뮤지컬컴퍼니 등 대구 출신의 공연예술단체들도 한국 창작 뮤지컬계에서 좋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뮤지컬 도시 대구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뮤지컬 공연을 취소한다는 것은 사실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늘 피해자는 개인이자 가장 약자인 관객들이다. 현재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다는 계명아트센터 측의 '최종 결정'이 어떻게 될 것인지 초점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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