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박찬호와 박찬호, 김민수와 김민수, 이승엽과 이승엽, 이동훈과 이동훈. 얼핏 보면, 서로 같은 이름을 두 번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이들은 이름이 같은 서로 다른 야구 선수들이다. LA 다저스를 시작으로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코리언 특급 박찬호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그리고 장충고 졸업 이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내야수 박찬호도 있다. 둘은 나이 차이만큼이나 포지션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전혀 다른 야구인들이다. 김민수도 네 명이나 있다. 청원고-성균관대를 거쳐 kt wiz에 입단한 투수 김민수, 상원고-영남대를 거쳐 한화에 지명된 후 고향팀 삼성으로 돌아간 포수 김민수, 제물포고 졸업 이후 롯데에 지명을 받은 장타력의 소유자 김민수, 부산고 졸업 이후 NC에 지명을 받은 재간둥이 스타일의 김민수 등이 있다. '라이언 킹' 이승엽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두산에서 뛰었던 타자 이승엽도 있으며, 같은 상원고 출신으로 삼성과 한화에 입단한 두 명의 외야수 이동훈도 있다.

이러한 동명이인(同名異人)의 존재는 프로야구를 보다 흥미롭게 관전할 수 있는 또 다른 스포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40년을 바라보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동명이인 투-타 대결도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또한, 분야가 다른 두 명의 스타가 야구장에서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2015 신인지명회의에서 NC 다이노스가 1라운드로 울산공고 좌완 투수 구창모(21)를 지명한 이후 '희나리'로 유명한 가수 구창모(64)씨가 고척 스카이돔에서 아들뻘 되는 선수와 만남을 가진 일화는 꽤 유명하다.

스켈레톤의 강자 윤성빈, 롯데의 와일드씽 윤성빈,
서로 웃으며 사직에서 조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야구 선수들과 이름이 같은 빙상/설상 선수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여제(女帝)'로 유명한 이상화는 kt wiz의 전천후 투수 이상화와 동명(同名)이다. 이미 오랜 기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이상화는 이번 평창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바라보고 있다. 반면, 2006 청룡기 선수권 MVP 이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투수 이상화'는 지난해 70경기에 나서면서 4승 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한 살 터울의 두 스포츠 스타가 올해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스노우보드의 이상호와 NC 내야수 이상호는 서로 엇비슷한 선수 생활을 했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동명 스타 두 사람이 올해를 도약의 해로 보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스켈레톤의 윤성빈(24)과 롯데의 와일드씽 유망주 윤성빈(19)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이름이 알려진 이는 스켈레톤의 윤성빈이었다. 윤성빈은 2012년 스켈레톤 입문 이후 꾸준히 국제 대회에 참가, 기량을 쌓아 오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특히, 2017-18 시즌에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참가한 7번의 월드컵에서 5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을 획득했다. 참가하는 대회마다 색깔만 달랐을 뿐, 100% 메달을 획득했던 셈이다. 무엇보다도 대단한 것은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스켈레톤계의 '황제'로 군림한 마르틴스 두쿠르스(34, 라트비아)를 제쳤다는 점이다. 현재 윤성빈의 세계 랭킹 포인트는 1,545점으로 2위 두쿠르스(1,430점)에 115점 앞선 부동의 1위다.

롯데의 윤성빈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신인 1차 지명회의에서 고민 없이 롯데가 지명권을 행사했지만, 지난해는 재활에만 메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해 아무도 걱정을 하지 않았던 것은 195cm라는 탄탄한 체격 조건에서 비롯된 153km의 속구만큼은 상당히 일품이었기 때문이었다. 급하게 실전에 투입을 시키는 것보다 서두르지 않고 프로다운 몸을 만들어 놓는 것이 먼저일 수밖에 없었다. 재활이 순조로울 경우, 윤성빈 역시 이번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두 윤성빈은 올해를 도약의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공통분모도 함께 지니고 있다. 조국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스켈레톤 금메달로 선수 커리어에 정점을 찍으려는 윤성빈, 그리고 지난해 착실하게 재활을 받으면서 올해 1군 마운드에 오르려는 윤성빈 모두 2018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윤성빈이 스켈레톤에서 메달을 획득하고, 또 다른 윤성빈이 스프링캠프를 통하여 경쟁에서 살아남아 개막 엔트리에 든다면, 사직구장에서 둘의 모습을 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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