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t Coffin-passage, 2017, oil on canvas, 227 x 182 cm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챕터투(CHAPER II)가 1월 12일부터 2월 24일까지 연남동 전시공간에서 윤석원(Yoon Suk One, b.1983)의 개인전 '런 사일런트, 런 딥(Run Silent, Run Deep)'을 개최한다.

개인과 사회, 기억과 기록, 현재와 과거 등 상반되면서도 연결고리를 지닌 세계를 그리는 윤석원이 이번엔 근 일년간의 작업 환경과 그에 따른 내밀한 경험과 소고를 '잠수함'이라는 일견 생소한 주제에 담아낸다.

윤석원은 평소 기록하고 수집한 자료에 기반을 둔 객관적 사실에 주관적인 감정과 기억을 더하는 작가다. 기법적으로 가상의 구획을 설정해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과감함과 적나라함이 도발해논 정교한 거침으로 최종적으로 캔버스를 지배한다. 그는 빛과 어둠이 주는 잔상을 섬세하게 활용해 자줏빛이 가미된 특유의 톤 다운된 색감으로 완성한 화면에 다양한 감정의 레이어를 얹힌다. 

특히, 잠수함을 소재로한 이번 작품에서는 원형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나타난다. 이것은 앞이 둥글고 긴 원통형의 공간을 가진 잠수함을 묘사한 것이다. 우연히 2차 세계대전에서의 독일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 'Das Boot'를 본 작가는 극히 좁고 폐쇄적인 챔버(Chamber)에서 음파와 잠망경이라는 제한된 정보 소스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잠수한 승조원의 생활에서, 레지던시와 작업실을 옮겨 다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게 된다.

실제로 대학원 졸업 후 수 없이 작업실을 옮겨야만 했던 작가는 외부와 단절된 스튜디오에서 자신이 맞닥뜨린 감정과 잠수함 승조원의 심리상태에서 동질감을 찾아낸 것이다.

최근의 아르헨티나의 비극적인 사건이 대변하듯이 현대에도 사고와 위험에 노출된 승조원의 열악한 환경은 변함이 없다. 끝없는 기다림, 위급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 거기다 고립과 단절된 상황이 일으키는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 이 또한 작업실에서 오로지 작품에만 매진하는 작가와 심정적으로 유사하다.

윤석원은 "작가 생활은 바다에 떠 있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한다. 다양한 정보와 소스, 편의 시설과 첨단의 범람 속에서도 잠수함이 여전히 수압을 견디며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듯이 작가의 삶도 그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 물속에 가라앉은 잠수함처럼 수많은 작품이 어딘가 잠겨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기다리는 새로운 항해에서 끝까지 자신의 목적과 의의를 다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번 전시를 찾은 관람객 또한 각자의 삶에서 어디로든 출항할 수 있는 의지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윤석원은 갤러리 바톤, 서울시 시민청, 문화역서울284, 예술의전당, 챕터투 등에서 열린 전시에 참가해 작품을 선보였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단원미술관 등의 기관과 기업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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