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소극장 공유에서 연극집단 반의 박장렬 작 연출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5, 권기대와 신현종 출연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예술인 협동조합이 제작한 이 연극은 김담희 정성호(12월 1일~10일)의 원맨쇼를 시작으로 오민애 윤이준(12일~17일), 권남희 장원영(19일~24일), 정아미 이종승(25일~31일)의 공연으로 이어지고, 2018년에는 김담희 공재민(1월 2일~7일) 권기대 신현종(9일~14일) 송예리 맹봉학(16일~21일)의 공연으로 2개월 간 계속된다.

권기대는 연극집단 반 소속의 여배우로 <리어> <신발> <나 여기 있어> <귀뚜라미가 온다> <신발 뜨겁고 격렬한 인생> <수안보> <이혈> <원맨쇼> 그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해 탁월한 기량을 보인 성격파 미녀배우다.

신현종은 2008년 히서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 수상, 2011년 고마나루 전국 연극제 연기상 수상, 2017년 제1회 임홍식 연기상을 수상한 실력파 연기자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선생 김봉두>, <살인의 추억>, <괴물>, <작전>, <퍼펙트 게임> 등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고, 연극 <당신의 눈> <이혈> <나무 물고기>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서안화차> <자이니치> <하나코> <칸사이의 주먹> <일번출구 연극제> <원맨쇼> 그 외 다수 작품에 출연해 경륜있는 연기를 보인 성격배우다.

연출가 박장렬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동인, 연극집단 반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이다. 서울연극협회 3, 4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영상 대 출강, 우석대학교 연극과, 인천 전문대학교에 출강하고, 100만원 연극공동체’ 위원장, 사랑티켓 심의위원, 공연예술아카데미총동문회 5대회장이다.

서울문화재단 비상임 이사, 현 극장나무협동조합 이사장이고, 2017년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미씽 미쓰리> <집을 떠나며> <나무 물고기> <이혈> <신발 뜨겁고 격렬한 인생> <귀뚜라미가 온다> <72시간> <유형지> <미리내> <달하> <레미제라블> 등을 집필 또는 연출했다.

무대는 배경 가까운 오른쪽에 여러 개의 옷걸이와 옷이 보인다. 배경 왼쪽에는 서류뭉치가 보관된 나무로 만든 대 위에 작은 선인장 화분이 나란히 놓였다. 배경 오른쪽에 등퇴장 로가 있고, 상수 쪽 벽에는 트렁크를 쓰러뜨려 놓았다.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 마이크를 연상시키는 높다란 전기스탠드가 놓였다.

하수 쪽에는 기타가 보이고, 작은 교자상 같은 낮은 상과 그 위에 쓰러진 전기스탠드가 눈에 띄고 전화기가 놓여있다, 무대 전면에도 백색 중절모와 축음기를 비롯한 잡동사니가 흩어져 있다. 무대 가운데에는 소파 등받이가 바닥으로 간 채 나자빠져 있다.

긴 현수막을 펼치면 마징가를 찾아달라는 글자와 사례금액이 보이고, 마징가의 주제가와 함께 그에 어울리는 조형물을 몸에 부착하고 등장하거나, 고운 한복을 입어 보이고, 노란 블라우스를 착용하기도 한다. 교자상에 담요를 덮어 무덤으로 설정하고, 정사각의 작은 상에 제기와 제사음식 그리고 정종 병이 등장하고 바로세운 소파를 다시 쓰러트린다.

후반에는 무대를 가로지르는 빨래 줄에 백색 천을 널어놓고 그 앞에 긴 직사각의 평상형태의 벤치 그리고 위에 놓인 컴퓨터 노트북이 보인다. 평상 옆으로 꽃이 잘 피어있는 동백나무 한그루가 있다. “엄마와 들꽃” 관련 <원맨쇼> 주제곡과 남진의 가요 “님과 함께”, 카니 프란시스(Connie Francis)와 닐 세다카(Neil Sedaka)가 불러 히트시킨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 같은 경쾌한 재즈곡, 장덕수 작사, 하덕규 작곡, 양희은 노래 “한계령”, “마징가”의 주제가와 생일축하 노래가 등장한다.

연극은 도입에 등받이가 바닥으로 간 소파에 얇은 천을 덮고 코를 골며 잠이든 엄마와 아들의 모습과 아들이 일어나 엄마를 깨우려고 기타를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에서 시작된다. 엄마는 치매에 걸렸다는 설정이고, 아들은 엄마를 위해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엄마를 돌보면서 연극을 하고, 기타 반주로 노래를 부르고,

옷걸이에서 옷을 바꿔 입으면서 아들은 주치의의 역할, 아버지 역할을 하며 아버지가 즐겨 부르던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른다. 그리고 아버지의 고향인 평안도 말씨를 쓰면서 배낭을 메고 행상을 하던 아빠의 모습을 재현해 내고, 아빠가 엄마와 연애를 할 때 펼쳐 보이던 간단한 마술을 해 보인다.

그리고 엄마를 위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겠다며 방에 세워둔 여행 가방을 집어 드니 바닥에 깔린 인쇄용지와 현수막을 발견한다. 현수막에는 잃어버린 고양이 마징가를 찾아주면 1백 만 원을 주겠다는 글씨가 크게 적혀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왜 이런 인쇄물을 찍어내고, 현수막을 만들어 내다 걸려고 하느냐며 소리를 지른다.

엄마는 자신이 한 게 아니라며 부인을 하지만 아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인쇄물을 들고 문 밖으로 나가려 하니, 엄마가 나가지 말라고 말린다. 그러면서 엄마는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니, 아들은 내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잠시 후 전화벨이 울리고 엄마가 받으면 아들이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고 마징가 차림으로 방에서 나와 춤을 추며 마징가 주제가를 엄마와 함께 춤을 추며 부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다시 엄마에게 고함을 지른다. 엄마가 참다 못 해 마주 소리치며 오열하는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자극한다.

엄마는 상 앞에 앉아 파를 다듬기 시작한다.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이 흘러나오며 극 분위기를 정화시킨다. 아들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묘소를 방에 꾸며놓고 제사를 지낸다. 엄마가 치마저고리를 입고 나온다. 아들은 제사 술을 올리고 큰 절을 한다.

그리고 엄마에 술을 권하고, 언제 이런 예쁜 한복을 구했느냐고 뭇는다. 엄마는 무심결에 네가 “수진”이와 결혼했을 때 입은 한복이라고 말하며 괜한 소리를 했다는 듯 후회하는 모습이다. 그 이름 부르는 소리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들은 술을 병 채로 들이킨다. 엄마가 술을 그만 마시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들이 계속 폭음을 하자 엄마는 술병을 빼앗는다. 그리고 꾸며놓은 무덤을 치워버리며 이런 짓을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들은 내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엄마의 소리 없는 오열이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잠시 후 전화가 온다. 엄마가 받으면 아들이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전화다.

아들은 내실에서 생일상을 들고 나와 엄마를 “수진”이라 부르며 생일노래를 부르고, 엄마에게 노란블라우스를 입히고 춤도 함께 춘다. 그러다가 “사업이 망했다는 소리를 왜 엄마에게 했느냐”며 때릴 듯이 덤빈다. 엄마가 피하지만 아들은 몇 차례나 되풀이 하며 덤벼든다. 엄마는 힘들어 하며 바닥에 나둥그러진다. 아들의 이런 행동이 단순히 술이 취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게 객석에 전달이 된다.

장면이 바뀌면 엄마는 돌아가신 것으로 설정이 되고, 아들은 엄마의 고향인 남쪽의 비잔 도라는 외딴섬으로 이사를 해 평상에 앉아 컴퓨터 노트북으로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소설을 쓴다. 아들은 나이 지긋한 이웃여인과 대화를 하고 여인의 빨래 너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다가 기타를 연주하며 이웃 여인에게 “엄마 들꽃”의 악보와 가사를 보여주며 함께 노래도 부른다. 이웃 여인은 익숙한 듯 노래를 부른다. 아들은 이웃여인으로 대하지만 이웃여인의 모습은 엄마와 똑 같다. 이웃여인도 아들에게 남처럼 대한다. 그렇다면 이웃 여인은 엄마가 아니고 진정 이웃여인일까? 아들은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치매에 걸린 사람은 엄마인가 아들인가?

권기대가 엄마로 출연해 엄마 역을 능숙하게 연기한다. 아들 역의 신 현종 보다 연하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기량으로 실제 엄마에 방불한 연기를 펼쳐낸다. 신 현종이 아들로 출연해, 만인의 아들 역을 대행하듯 이 연극에서의 아들 역의 모범을 보이는 듯싶은 연기로 갈채를 받는다.

 

기획 장봉태, 사진 김명집, 음악 박진규, 조연출 서이주, 홍보마케팅 이세희 백유경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연극집단 반의 박장렬 작 연출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 6을 감성과 이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한편의 명작 2인극으로 탄생시켰다.

 

▶공연메모
연극집단 반의 박장렬 작 연출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 6
- 공연명 원맨쇼 6
- 공연단체 연극집단 반
- 작 연출 박장렬
- 공연기간 2017년 12월 1일~2018년 1월 21일
- 공연장소 소극장 공유(옛 키 작은 소나무 극장)
- 관람일시 1월 12일 오후 7시 30분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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