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2018년 전시 라인업 및 중점사안 발표와 더불어

▲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새해를 맞아 2018년 전시 라인업과 중점사업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전시 라인업에서는 여성작가들의 작품과 뉴미디어 소장전등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양한 시도들이 돋보였다. 

▶ 현대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의 '샘' 선보여…해외 거장전 주목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라인업은 ▲한국 중견 및 거장 작가 개인전과 ▲해외 미술 거장전이다. 김중업, 이성자, 윤형근, 박이소, 마르셀 뒤샹, 아크람 자타리 등 국내외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참여하였으며 한국 작가들을 재조명하여 현대미술사를 재정립함과 동시에 해외 거장 작가를 소개하여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 마르셀 뒤샹, 샘, (1917년작, 1950년 재현),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특히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마르셀 뒤샹의 대표작인 '샘물'과 '레디 메이드'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큰 기대를 모았다. 또, 이성자, 이정진 등의 여성작가들에 주목하면서 여성-비서구 맥락을 새롭게 정립하여 전통-근대-동시대를 연결하는 내러티브의 축을 구축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 존케이지, 앤디워홀, 백남준 등이 대거 참여하는 '뉴미디어전' 선보일 예정 

그 다음으로 돋보이는 라인업은 뉴미디어 소장전으로 5월부터 서울관에서 전시되는 ▲E.A.T.: 예술과 과학기술의 실험 이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휘트먼, 앤디 워홀, 머스 커닝햄, 존 케이지, 백남준, 로버트 브리어, 한스 하케 등으로 구성된 약 20여점의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참고로 E.A.T.는 1960년대에 벨 연구소의 엔지니어, 빌뤼 클루버(Billy Klover), 프레드 발트하우어(Fred Waldhauer)와 예술가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휘트먼 등이 결성한 비영리단체로 미술, 무용, 영화, 과학기술, 더 나아가 산업 영역까지 다양한 분야의 협업과 교류를 선도한 그룹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예술과 과학기술의 접목을 통해 예술적, 창의적인 표현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E.A.T.의 지난 활동과 작품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다. E.A.T.의 아카이브 자료를 대거 포함하며, 협업으로 완성된 현대 미술의 거장들의 작품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 Farocki Obit

이 밖에도 국립현대미술관은 세계 미술계의 화두로 떠오른 아시아 미술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중장기 기획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한다. 이번 중장기 기획은 비단 미술전시만 아니라 연구조사와 수집, 다원예술, 레지던시, 출판에 이르는 미술관 전반에 걸친 사업들이 중장기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 위상을 강화한다.

▶ '미술관 소장품展'을 통해 서울관, 과천관, 덕수궁관 각각의 정체성을 보여줄 것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 소장품展'을 통해 미술관 소장품의 가치를 제고함과 더불어 각 관의 정체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과천관은 '전통-근대-현대 한국미술을 관통하는 내러티브 확장 및 심화', 서울관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를 내다보는 상상' 그리고 덕수궁관은 '한국근대미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키워드로 제시한다.  2018년은 전시 기획의 완성도, 전문성 그리고 역사적 깊이에 집중하고, 관별 특성을 보다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 다원06월 엘 콘데 데 토레필

▶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형 미술관으로 거듭날 것…관람객은 주체적인 존재"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미술관을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존재라고 역설하며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도 국립현대미술관은 저렴한 입장료와 다양한 멤버십 제공을 통해 미술관에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을 말했다. 마리 관장은 또 이를 위해 취임 후 소통홍보팀을 신설한 점을 예로 들며 대중과 예술적인 소통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은 2017년의 경우 한 해 221만에서 달하던 방문객이 248만을 달성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국립현대미술관 2018년 중점사안을 발표 중이다 ⓒ 권혜림 기자

▶ "도록에 대한 중요성 재인식 필요…해외에 한국예술과 작가들을 알리기 위한 첫걸음"

국내 관람객을 유치하기위한 노력 뿐 아니라 해외 홍보를 위한 노력 또한 돋보였는데 올해에 예정된 전시 중 특정 한국작가나 비 한국작가들의 작품을 도록으로 제작하여 해외로 홍보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도록은 아카이브 재고와 해외에 한국 작품과 작가들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이 크게 인식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출판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데에 힘쓰겠다는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의 의지가 올해에는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윤형근, Umber-Blue, 1976-1977, 162.3x130.6cm, Courtesy of PKM Gallery. ⓒ Yun Seong-ryeol

이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주듯이 마리 관장은 "현재 출판물의 통일성과 가이드라인을 잡는 작업 중에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출판물(도록)이 너무 무거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훌륭한 출판물 제작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책이 근육통을 유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위트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 FEP초청,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직접 참여한 큐레이팅 및 해외투어 대규모 주제전 

2018년 라인업에서 또 하나의 특별한 프로그램은 바로 해외투어 대규모 주제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 제작하여 해외투어를 계획하고 있는 이 전시는 마리 관장이 직접 큐레이팅에 참여하여 눈길을 끌었다. 

역사가 깊은 미국 FEP(Foundation for the Exhibition of Photography)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큐레이터 '윌리엄 유윙'과 국립현대미술관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전시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인 뒤 각국을 순회하는 프로그램이다. 

▲ 균열II 공동체와 개인, 노순택, 얄읏한공_2006

사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큐레이팅에 직접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마리 관장은, "사진이라는 것이 근대 미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화학작용을 통해 인화되던 사진이 디지털시대로 넘어오면서 그 가치가 아주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변화된 인식과 트렌드에서 사람들이 무엇이 다른지는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전환기에서 사진이라는 매체에 집중하는 것이 흥미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사진에 대한 애정과 생각을 밝혔다.

▲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국립현대미술관 2018년 중점사안을 발표 중이다 ⓒ 권혜림 기자

 

▶ "미술관은 장기적 계획이 필요. 관장으로서 3년은 매우 짧은 기간…가능하면 연임하고 싶다" 

이 날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 것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연임 여부였다. 2015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에 첫 외국인 관장으로 취임하여 화제를 모은 마리 관장의 임기는 3년으로 올해 12월을 기점으로 끝난다. 마리 관장은 연임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 "미술관은 장기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해야하는 기관이다. 이번에 기획한 전시도 2016년초부터 약 2년간 준비를 했는데 2018년에 결과가 나타났다. 협의 단계에서부터 실체화되는데 2년정도 걸린다. 특히나 국제기관과 일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며 우선 관장의 임기가 너무 짧다는 것을 지적했다.

▲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국립현대미술관 2018년 중점사안을 발표 중이다 ⓒ 권혜림 기자

그는 "시작한 것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다"며 "3년은 관장으로 미술관을 변화시키기에 매우 짧은 기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관장으로 역임하고 다수의 변화를 추진하긴 했는데 급진적인 변화는 아니고 미술관이 해야만했던 당연한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조금더 시간이 주어져서 긍정적인 과정까지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술관 전직원이 많은 노고와 기여를 보여주고 있다"며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미술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연임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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