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TikTok] 그녀들이 만들어 낸 사랑이야기

"작품을 잘 만드는 제작사에서 새로운 영화를 선보인다. Intro가 화려하다. 제작사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Intro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여주인공은 이제 막 이별을 했다. 그를 잊어야 하면서도 잊을 수가 없고, 잊고 싶으면서도 잊고 싶지 않다. 그리고는 자신의 감정이 혼란스러워 멘탈 붕괴에 빠진다. 시간이 흘렀다. 이제 그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다. 그리고 일상을 산다. 그가 돌아왔지만, 그녀는 반복된 이별이 싫다. 그를 보낸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그는 bad boy같다. 왜 항상 같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game을 하자고 한다면 여전히 그 game에 응해 줄 준비가 그녀는 되어 있다. 그리고 영화의 첫 장면이 반복된다. 여주인공은 또 이별한 건지, 아니면 예전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녀는 여전히 슬프지만, 혼란스러워하지 않는다. 차분한 감정으로 자신의 슬픔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2NE1의 새 앨범 CRUSH를 듣고 있자면 이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심지어 잘 만들어진 영화다. 2NE1의 음악이야 워낙 첫 무대부터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그녀들의 음악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타이틀곡이 대중음악으로서는 매우 만족스럽지만 2NE1에 대한 기대에는 개인적으로 부흥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앨범을 다 듣고 있자면 매우 만족스럽고 그 완성도가 매우 높다. 예술적으로 구성이 아주 좋은 영화 한편 같다. 싱글앨범으로 꾸준히 사랑 이야기를 이어온 그녀들은 이번 앨범 CRUSH를 통해 그 이야기들을 짜임새 있게 엮어 냈다. Crush가 전형적인 2NE1을 나타내는 타이틀이라면 앨범의 Intro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 Intro 이후 시작되는 음악들은 생각 외로 대부분 사랑 노래이다.

Come back home너 아니면 안 돼가 다양한 댄스 비트에 흐르는 슬픈 가사들로 마치 이별 직후 슬픔과 요동치는 감정을 보여주는 트랙이라면, 살아봤으면 해착한 여자는 잔잔한 비트와 가사로 이별 후 한차례 혼란을 겪은 여자의 감정이 잦아들며 슬픔에 빠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CL의 '멘붕' 이후 돌아오는 HappyScream은 여자의 정리된 마음을 밝고 단호하게 보여주고 있다. Baby I miss You는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전히 혼란스러운 사랑에 빠지면서도 그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Play the game, boy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unplugged ver.으로 흘러나오는 come back home은 이 영화를 제대로 완성시키고 있다. 새로운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것인지, 그리고 그와 다시 이별을 한 것인지, 아니면 예전의 그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두 곡 사이에서 여자는 많은 일을 겪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come back home은 사랑의 성숙 같기도 하고, 이별이라는 것을 대하는 여자의 감정이 이제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다. 편안하고 잔잔한 감정을 솔직하게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여자가 되었다.

2NE1의 이번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심지어 이 여주인공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여주인공은 행복해졌을까? Bad boy가 아닌 착한 남자를 만나 더이상 아프지 않게 사랑할까? 아니면 다시 또 아픈 사랑을 하게 될까? 한 트랙 한 트랙이 처음 들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지는 않지만, 앨범 전체의 구성이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내고, 듣고 있다 보면 한 트랙 한 트랙이 중독성이 있고, 편안하다. 자꾸 다시 듣고 싶어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2NE1의 영화 속 여주인공이 좋은 사람을 만나 아프지 않은 사랑을 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녀가 다시 사랑의 아픔을 겪는다하더라도 슬프지는 않다. 그녀는 아픈 만큼 솔직해지고, 다시 상처를 치유하고 또다시 사랑이 찾아온다고 해도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사랑에 빠질 멋진 여자이니까…결국 어떤 엔딩이여도 이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과연 2NE1이 이 영화의 속편을 만들어낼지는 미지수지만, 그녀들이 만들어낸 사랑이야기가 참 마음에 든다.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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