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최효석(드럼), 임재욱(키보드), 장형진(베이스), 문영준(기타, 작곡, 리더), 이정환(보컬).

[문화뉴스] 밴드 '스트레이(Stray)' 음악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세련되고 보편적인 멜로디지만 왠지 모르게 특이했다. 찬찬히 들어보니 팝적인 사운드와 소울풀한 보컬의 조합 때문이었다. 스트레이는 자신들의 음악을 '팝록', 또는 '소울팝'이라고 소개한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들만의 음악을 펼쳐나가고 있는 밴드 스트레이를 만났다. 멤버들끼리 투닥거리다가도 음악 얘기를 할 때는 진지해지는 모습에서 이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각자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ㄴ영준: 스트레이에서 묵직함과 두뇌를 맡고 있는 문영준이다.

ㄴ정환: 섹시함을 맡고 있는 보컬 이정환이다.

ㄴ재욱: 맏형이지만 가장 동안인 임재욱이다. 귀여움과 뛰어난 말주변, 사람을 편하게 하는 매력의 소유자다.

ㄴ형진: 멘트 지분 80%와 모션과 막내를 담당하고 있는 장형진이다. 이상형은 하연수다. 원래 강소라였는데 바뀌었다.

ㄴ효석: 27살 최효석이다. 재간둥이, 장난꾸러기를 맡고 있다. 특기는 성대모사다.

'스트레이'라는 팀명은 어떻게 짓게 됐는지?
ㄴ영준: 밴드를 결성하고 나서 이름을 지으려고 여러 단어를 나열해봤다. 사전을 뒤지다가 '방랑하다'란 뜻의 '스트레이(Stray)'라는 단어를 발견했는데 마음에 와 닿더라. '꿈과 사랑과 음악 속에서 여행하는 방랑자'라는 의미를 담아 팀명을 지었다. 우리 다섯 명을 상징하는 단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밴드 스트레이는 어떻게 결성됐는가.
ㄴ영준: 음악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록스타의 꿈을 가지고 서울재즈아카데미를 다녔다. 그때 각 과에서 비주얼이 가장 좋은 멤버를 섭외했다. 지금은 멤버가 전부 바뀌었다는 건 함정이다. (웃음) 학원에 있는 친구, 혹은 지인을 통해서 네 명이 모인 게 2011년이고, 보컬 정환이는 2013년에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ㄴ재욱: 나도 오디션 봤다. 못했으면 떨어졌을 거다. 영준이가 나보다 한 살 동생인데, 보자마자 '형, 말 놔도 되지?' 이랬다.

ㄴ영준: 아니다. 저는 되게 예의발랐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ㄴ효석: 저는 같은 학원 출신은 아니고 형진이에게 제안을 받았다. 좀 더 실력을 쌓고 활동하고 싶어서 거절했는데 어느 날 형진이가 술집으로 오라더라. 가보니 지금의 멤버들이 저를 환영하고 있었다. 얼결에 하게 됐지만, 후회는 없다.

보컬 이정환은 오디션을 통해 150: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다.
ㄴ영준: 마룬파이브(Maroon 5) 같이 소울풀하고 그루브 있고 목소리 좋은 보컬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정환이가 와서 자유곡으로 마룬파이브와 아델 곡을 부르더라. 정환이는 원하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보컬이다 보니 비주얼도 괜찮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딱 맞았다.

2011년에 결성하고 2013년에 보컬을 영입하기까지 2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그때는 어떻게 활동했는지.
ㄴ영준: 다른 보컬과 함께 활동하면서 주로 클럽공연을 했다. 정식으로 음원을 낸 적은 없다.

 

 

스트레이를 팝과 록, 소울이 결합된 음악을 한다고 소개하더라. 음악적 색깔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ㄴ영준: 나는 스트레이트한 팝록을, 정환이는 흑인음악을 좋아한다. 정환이의 보컬에 소울풀한 요소가 배어있다 보니 내 노래를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색깔이 만들어졌다. 이걸 규정하긴 애매하지만, 최종적인 지향점은 팝에 가깝다.

작년 3월에 'FEVER', 12월에 'Wandering'을 발매했다. 두 앨범에 관해 설명해달라.
ㄴ영준: 첫 앨범 'FEVER'에서는 세련되고 섹시한 록음악을 만들고자 했다면, 'Wandering'은 편한 팝사운드로 만들었고, 곡에도 내면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 'FEVER'는 기존에 써둔 곡을 추려서 만들었지만 'Wandering' 때는 제작 계획이 나오고 나서 부랴부랴 곡을 쓰기 시작했다. 작곡부터 앨범 제작까지 한 달 걸렸다. 'Wandering' 앨범에 수록된 다섯 곡 중 세 곡이 작업 들어가서 만든 곡이다.

'Wandering'에는 구름이(바이바이배드맨, 치즈 멤버)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ㄴ영준: 'FEVER'와는 다른 팝적인 사운드를 내고 싶던 차라 외부 프로듀서를 영입할 필요성을 느꼈다.

ㄴ형진: 앨범 제작 기간이 짧기도 했고 우리끼리 하는 편곡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프로듀서를 찾던 중 치즈 음악의 독보적이고 창의적인 사운드가 인상 깊었다. 함께 작업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더라. 마침 친구가 구름이의 제자여서 부탁하게 됐다.

ㄴ재욱: 'Fever'는 작곡부터 편곡, 믹싱까지 우리끼리 해낸 앨범이다. 처음에 통기타나 피아노로 만들어진 우리 음악을 다른 프로듀서가 작업하면 어떤 느낌의 곡이 될지 궁금했다. 그 결과물이 트렌디하고 세련됐으면 해서 구름이와 작업하게 됐다. 작업 과정에서 구름이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잘 맞춰줘서 소통이 잘 됐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 'Wandering'의 타이틀곡 'Give me a chance' 뮤직비디오.

 

타이틀곡 'Give Me A Chance'은 정환 보컬, 영준 보컬 두 가지 버전으로 실렸다.
ㄴ영준: 'Give Me A Chance'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곡이고,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원작자의 느낌을 색다르게 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들에게 주는 선물로 보너스 트랙으로 넣자는 얘기도 있었는데 좀 더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해서 가장 마지막 곡으로 싣게 됐다. 딱히 보컬 욕심이 있던 것은 아니다.

혹시 다른 멤버들은 보컬 욕심이 있는지.
ㄴ재욱: 계획이 있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하지만 보컬 스타일이 스트레이 음악과는 어울리지는 않아서 이후를 기약하고 있다. 대신 공연 때 발매되지 않은 곡에서 랩을 맡고 있다. 스트레이에서 실력을 쌓은 뒤 나중에 임재욱 보컬의 음악도 따로 들려드리고 싶다. (웃음)

이번 앨범을 들을 때 염두에 뒀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ㄴ형진: 좋은 믹스와 마스터링을 거친 앨범이니 CD 음질로 들어줬으면 좋겠다. 크레딧과 가사집을 함께 보면서 음미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불편하게 들어야 창작자의 의도가 더 와 닿는다고 생각한다.

ㄴ효석: CD든 음원이든 그 곡을 소장하는 것이 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나온 곡들 중, 가장 '스트레이다운' 곡은 어떤 곡인가.
ㄴ영준: 저희는 계속 변화하고 있으므로 '이게 스트레이다'라는 한 곡을 뽑기는 어렵다. 굳이 꼽는다면, 오래된 곡들은 하도 많이 들어서 새로 쓴 따끈따끈한 곡이 감흥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Reason'이 딱 만들고자 했던 트렌디한 팝사운드를 구현해낸 곡이다. 멜로디가 좋고 사운드도 세련됐다.

ㄴ형진: 저도 'Reason'이 스트레이 색깔에 딱 맞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록스럽지 않으면서도 밴드의 색깔을 잃지 않은 곡이다. 가사와 멜로디도 가장 스트레이스럽게 나왔다.

ㄴ재욱: 저는 스트레이다운 곡이라기보단 '그대는 없는데'가 기억에 남는다. '그대는 없는데'가 스트레이의 가장 오래된 곡이다. 영준이가 2011년에 썼다. 그게 세상에 나올 줄은 몰랐는데 첫 싱글로 나오니 기분이 묘하더라. 그 곡을 들으면 옛날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물론 반응도 가장 좋다.

ㄴ효석: 저도 '그대는 없는데'다. 제 기준보다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스트레이의 오랜 팬이든 스치듯이 듣는 리스너든 스트레이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곡인 것 같다. 정환의 보컬이랑 잘 어울리는 곡인데다 음원성적도 좋은 효자곡이다. 처음으로 낸 싱글인데 반응이 좋아서 부푼 기대감과 꿈을 안게 해준 곡이기도 하다. 그 기대를 만족시키진 못하고 있지만. (웃음)

ㄴ정환: 저는 '그대는 없는데'를 듣고 스트레이와 함께 하게 됐다. 그 곡이 아니었으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보컬 오디션 공고가 올라왔을 때 '밴드가 무슨 오디션을 보나 생각했는데, 함께 첨부된 4곡 중에서 '그대는 없는데'를 듣고 자존심 버리고 오디션을 봤다. 그렇게 스트레이 멤버들을 만나고 나서 이 곡의 데모, 싱글을 녹음하는 것도 되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스트레이의 최고 히트곡 '그대는 없는데'.

 

스트레이 공연의 매력은 무엇일까?
ㄴ효석: 막내 형진의 기복 있는 멘트와 활발한 모션이다.

ㄴ형진: 음원보다 좀 더 신나는 편곡을 만날 수 있다.

ㄴ정환: 공연 셋 리스트를 스케치북에 한 곡씩 적어온다. 이건 제 사비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이의 매력이 아니라 제 매력이다. 공연을 10번 하면 그 중에 8-9번은 하는 것 같다. 보통 집에서 써오는데 신경 써서 쓰다 보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나중에 스트레이가 잘 돼서 그 스케치북이 경매될 날을 꿈꾸고 있다. (웃음)

ㄴ재욱: 정환이가 보기와 다르게 캘리그라피를 배웠다. 공들여 적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더라.
 

 

연말에 팬들과 만나는 '집 앞이야, 나와'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ㄴ형진: 팬들과 공연장 밖에서 만날 기회를 만들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다. 열 명 정도 신청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30명이 넘게 신청해주셨다. 사연들이 모두 길고 진지했다. 저희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느껴져서 정말 감사했다. 한 분을 뽑기가 정말 힘들더라.

음악 외적으로도 욕심이 많은 것 같다.
ㄴ효석: 홈 레코딩 느낌의 커버 영상, 깨알 같은 모습이 담긴 동영상 등의 볼거리를 만들어보려고 생각 중이다. 그런데 멤버가 다섯 명인 데다 비슷한 곳에 사는 게 아니라서 자주 만들기가 어렵다. 어떻게든 시간이 날 때마다 정기적으로 만들 예정이다.

파스텔뮤직에서 가장 인상 깊거나 배울 점이 많은 선배 뮤지션이 있다면?

ㄴ효석: 에피톤 프로젝트가 정말 부지런하다. 매일 작업실에 가신다. 저작권료만 받아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곡을 많이 쓰려고 노력하는데 앨범 작업 할 때는 거의 하루에 한 곡씩 쓰신다더라. 저에게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고 조언해주셨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한다.

ㄴ효석: 저희 팬들이 팬카페를 만들어주셨다. 초반엔 회원이 10명 정도여서 회원 중 반이 멤버들이었는데 지금은 40명 남짓 된다. 팬들이 가입 인사만 하는 게 아니라 저희 합성사진도 올려준다. 팬카페가 활성화돼서 요즘 팬카페 들어가는 맛에 살고 있다. 앞으로도 그 마음 잃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

 

 

각자 밴드에서 가장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ㄴ형진: 단연 문영준이다.

ㄴ효석: 1위 문영준, 2위 최효석, 나머지는 공동 3위다.

ㄴ영준: 리더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솔선수범하고 있는 제가 당연히 1위다. 저를 제외하고 뽑는다면 효석이가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 나머지 멤버들이 본받아야 한다.

ㄴ재욱: 효석이가 열정이 많다. 스트레이 SNS에 올라오는 콘텐츠는 모두 효석이의 지도 하에 올라가고 있다.

스트레이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음악적인 목표가 있다면?
ㄴ형진: 그랜드민트페스티벌(Grand Mint Festival: GMF) 주요 스테이지를 한 번씩 찍고 메인스테이지 헤드라이너를 하고 싶다. 메인스테이지 설 때쯤이면 안정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트레이의 2016년의 계획은 어떤가.
ㄴ영준: 3월 초에 싱글을 발매할 계획으로 작업 중이다. 단독공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ㄴ형진: 저희는 쉬지 않는 뮤지션이다. 음원 발매든 공연이든 항상 준비하며 실력을 갈고닦을 예정이다.

앞으로의 스트레이의 음악은 어떤 모습일까.
ㄴ효석: 앞으로 음악을 어떻게 할까에 대한 가장 좋은 모티브는 사람들의 피드백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ㄴ재욱: 워낙 우리나라 인디신에 색깔이 뚜렷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팀이 많다보니, 주위에서 '스트레이는 규정할 수 없는 음악을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저희는 팝이든 록이든 새로운 장르든 상관없이 좋은 음악의 틀 안에서 다양하게 변주하고 싶다. 어떤 장르든 대중들이 좋아할 만하고 듣기 편한 음악을 하며, 또 밴드 형태의 라이브를 통해서는 색다른 매력을 줄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스트레이'라는 밴드로 남고 싶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영상]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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