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소극장 공유에서 연극집단 반의 박장렬 작 연출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5, 김담희와 공재민 출연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김담희 정성호(12월 1일~10일)의 원맨쇼를 시작으로 오민애 윤이준(12일~17일), 권남희 장원영(19일~24일), 정아미 이종승(25일~31일)의 공연으로 이어지고, 2018년에는 김담희 공재민(1월 2일~7일) 권기대 신현종(9일~14일) 송예리 맹봉학(16일~21일)의 공연으로 2개월 간 계속된다.

연출가 박장렬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동인, 연극집단 반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이다. 서울연극협회 3, 4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영상 대 출강, 우석대학교 연극과, 인천 전문대학교에 출강하고, 100만원 연극공동체’ 위원장, 사랑티켓 심의위원, 공연예술아카데미총동문회 5대회장이다.

서울문화재단 비상임 이사, 현 극장나무협동조합 이사장이고, 2017년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미씽 미쓰리> <집을 떠나며> <나무 물고기> <이혈> <신발 뜨겁고 격렬한 인생> <귀뚜라미가 온다> <72시간> <유형지> <미리내> <달하> <레미제라블> 등을 집필 또는 연출했다.

김담희는 극단 “연극집단 반”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경륜 있는 배우이다. <리어> <미리내> <바람일다> <마이 맘> <신발 뜨겁고 격렬한 인생> <고르곤> <로망> <밤하늘을 나는 비행기> <이등병의 엄마> 그 외의 다수 작품에서 호연을 보였다. 서울연극인대상 연기상, 2인극 페스티벌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연륜과 경륜이 있는 미녀배우다.

공재민은 20대 초반에 연극 기획을 시작해서 후반까지 기획과 무대감독을 병행했다. 그리고 28~9살에 연출을 시작해서 무대감독으로서의 일은 30살 즈음에 끝냈다. 관여한 작품만 100작품 정도 된다. 이 정도면 ‘대학로의 베테랑이자 멀티 플레이어’다.

실제 서른 살 초반에는 연극계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기획자 또는 무대감독으로 유명하다. 출연작으로는 <도깨비 잔치>, <서울에 온 팥쥐> <오래된 아이> <그냥 청춘 여름>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내일도 공연할 수 있을까?> <그냥 청춘 가을> <자이니치> <일번출구 연극제> 그 외 다수 작품에 출연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원맨쇼>는 치매와 관련된 연극이다. 주인공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치매발병의 가장 주요원인은 음주습관이다. 음주자는 거의 90%가 노인성 치매를 앓게 된다. 젊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술 소비 1위국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으니, 치매환자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무대는 배경 가까운 오른쪽에 여러 개의 옷걸이와 옷이 보인다. 배경 왼쪽에는 작은 선인장 화분이 나란히 놓였다. 배경 오른쪽에 등퇴장 로가 있고, 상수 쪽 벽에는 트렁크를 쓰러뜨려 놓았다.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 마이크를 연상시키는 높다란 전기스탠드가 놓였다.

하수 쪽에는 기타가 보이고, 작은 교자상 같은 낮은 상과 그 위에 쓰러진 전기스탠드가 눈에 띄고 전화기가 놓여있다, 무대 전면에도 축음기를 비롯한 잡동사니가 흩어져 있다. 무대 가운데에는 소파 등받이가 바닥으로 간 채 나자빠져 있다.

긴 현수막을 펼치면 마징가를 찾아달라는 글자와 사례금액이 보이고, 마징가의 주제가와 함께 그에 어울리는 조형물을 몸에 부착하고 등장하거나, 고운 한복을 입어 보이고, 노란 블라우스를 착용하기도 한다. 교자상에 담요를 덮어 무덤으로 설정하고, 정사각의 작은 상에 제기와 제사음식 그리고 정종 병이 등장하고 바로세운 소파를 다시 쓰러트린다.

후반에는 무대를 가로지르는 빨래 줄에 백색 천을 널어놓고 그 앞에 긴 직사각의 평상형태의 벤치 그리고 위에 놓인 컴퓨터 노트북이 보인다. 평상 옆으로 꽃이 잘 피어있는 동백나무 한그루가 있다. “엄마와 들꽃” 관련 <원맨쇼> 주제곡과 남진의 가요 “님과 함께”, 카니 프란시스(Connie Francis)와 닐 세다카(Neil Sedaka)가 불러 히트시킨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 같은 경쾌한 재즈곡, 장덕수 작사, 하덕규 작곡, 양희은 노래 “한계령”, “마징가”의 주제가와 생일축하 노래가 등장한다.

연극은 도입에 등받이가 바닥으로 간 소파에 얇은 천을 덮고 코를 골며 잠이든 엄마와 아들의 모습과 아들이 일어나 엄마를 깨우려고 기타를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에서 시작된다. 엄마는 치매에 걸렸다는 설정이고, 아들은 엄마를 위해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엄마를 돌보면서 연극을 하고, 기타 반주로 노래를 부르고,

옷걸이에서 옷을 바꿔 입으면서 아들은 주치의의 역할, 아버지 역할, 아들의 어린 시절 역 그리고 마징가 역할 등 다양한 변모로 치매 엄마의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고 약을 복용시킨다. 아들은 아버지 노릇을 하며 아버지의 고향인 평안도 말씨를 쓰면서 배낭을 메고 행상을 하던 아빠의 모습을 재현해 내고, 아빠가 엄마와 연애를 할 때 펼쳐 보이던 간단한 마술, 마징가 모자와 의상을 착용하고 엄마와 함께 춤을 추고 엄마를 위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겠다며 준비를 한다.

그러다가 현수막을 꺼낸다. 현수막에는 잃어버린 고양이 마징가를 찾아주면 1백 만 원을 주겠다는 글씨가 크게 써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왜 이런 현수막을 만들어 내다 걸려고 그러느냐며 소리를 지른다. 엄마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니, 아들은 내실로 들어가 마징가 차림으로 등장해 춤을 추며 마징가 주제가를 엄마와 함께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묘소를 방에 꾸며놓고 제사를 지낸다.

아들의 효성심이 제대로 드러나지만 엄마는 견딜 수가 없는지, 아들에게 이런 짓을 그만하고 새 장가를 들라고 한다. 그러다가 아들의 색시이자 엄마의 며느리인 “수진”의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 부르는 소리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들은 술을 병 채로 들이킨다.

엄마가 술을 그만 마시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들이 계속 폭음을 하자 엄마는 술병을 빼앗는다. 아들은 내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엄마의 소리 없는 오열이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잠시 후 전화가 온다. 엄마가 받으면 아들이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전화다.

아들은 내실에서 생일상을 들고 나와 엄마를 “수진”이라 부르며 생일노래를 부르고, 엄마에게 노란블라우스를 입히고 춤도 함께 춘다. 그러다가 사업이 망했다는 소리를 왜 엄마에게 했느냐며 때릴 듯이 덤빈다. 엄마는 힘들어 하며 바닥에 나둥그러진다. 아들의 이런 행동이 단순히 술이 취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게 객석에 전달이 된다. 중간에 흐르는 양희은의 “한계령” 노래는 극 분위기와 어울려 관객의 가슴으로 깊이 스며든다.

장면이 바뀌면 엄마는 돌아가신 것으로 설정이 되고, 아들은 엄마의 고향인 남쪽의 비잔 도라는 외딴섬으로 이사를 해 평상에 앉아 컴퓨터 노트북으로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소설을 쓴다. 아들은 나이 지긋한 이웃여인과 대화를 하고 여인의 빨래 너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다가 기타를 연주하며 이웃 여인에게 “엄마 들꽃”의 악보와 가사를 보여주며 함께 노래도 부른다. 아들은 이웃여인으로 대하지만 이웃여인의 모습은 엄마와 똑 같다. 이웃여인도 아들에게 남처럼 대한다. 그렇다면 이웃 여인은 엄마가 아니고 진정 이웃여인일까? 아들은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치매에 걸린 사람은 엄마인가 아들인가?

김담희가 엄마로 출연해 감성표현이나 연기력에서 탁월한 기량을 드러낸다. 공재민이 아들로 출연해 실제 엄마와 아들인 것처럼 호연을 펼쳐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2인의 연기력은 젊은 관객은 어머니를, 나이든 관객은 아들을 생각하게하며 각기 자신의 처지와 비교를 하게 되고 깊은 상념에 빠져든다.

 

기획 장봉태, 사진 김명집, 음악 박진규, 조연출 서이주, 홍보마케팅 이세희 백유경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연극집단 반의 박장렬 작 연출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 5를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서정적이고 감동적인 한편의 명작감성연극으로 탄생시켰다.

 

▶공연메모
연극집단 반의 박장렬 작 연출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 5
- 공연명 원맨쇼 5
- 공연단체 연극집단 반
- 작 연출 박장렬
- 공연기간 2018년 1월 2일~7일
- 공연장소 소극장 공유(옛 키 작은 소나무 극장)
- 관람일시 1월 6일 오후 7시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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