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왼쪽부터) 손현(기타), 안복진(아코디언), 조준호(퍼커션, 우쿨렐레).

수많은 뮤지션들 사이에서 '좋아서 하는 밴드'의 이미지는 아주 뚜렷하다.

버스킹 1세대인 팀, 멤버 모두가 직접 곡을 쓰고 그 사람이 노래까지 하는 팀, 아코디언과 퍼커션, 우쿨렐레 음색이 인상적인 팀. 확고한 정체성은 좋아서 하는 밴드의 무기였지만 이들은 좀 더 완성도 있는 음악이 하고 싶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 작년 11월 발매된 정규 2집 '저기 우리가 있을까'이다. 정규앨범 작업과 여러 공연으로 숨 가쁜 2015년을 보내고 올해의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좋아서 하는 밴드를 만났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ㄴ복진: 고등학교 때 직업적성검사를 했다. 그때 막연한 꿈을 넘어, 돈을 버는 직업으로 뭘 하고 싶은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내 적성 중에서 가장 내세울 만한 게 피아노였다. 클래식은 하기 싫어서 가요를 치다가, 자연스럽게 전공도 이쪽으로 가고(추계예술대학교 음악학 전공) 음악을 계속하게 됐다. 처음부터 음악을 전업으로 삼고자 한 건 아니다.

ㄴ준호: 고등학교 때는 힙합 동아리, 대학교 때 미디 동아리에서 취미로 음악을 시작했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군대에서 했다. '내가 음악을 해도 될까,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과 궁금증 때문에 전역한 이후에는 대학가요제에 집중했다. 대학가요제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자신감을 얻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ㄴ현: 중, 고등학교 때 같이 기타치고 놀던 친구들이 다 음악을 하고 있다. 그 친구들이 다 힘들어 보여서 음악을 전업으로 할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2008년에 준호가 공연 도와달라는 제의를 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ㄴ준호: 처음 이렇게 셋이 모였고, 첫 번째 베이스 멤버까지 총 네 명이 다 같이 모인 게 2008년이다. 첫 앨범이 이듬해 8월에 나왔으니 모인 것치곤 앨범이 빨리 나왔다.

좋아밴하면 '버스킹'을 많이 생각한다. 좋아밴에게 버스킹이란?
ㄴ복진: 처음에 버스킹으로 이미지가 잡혀서 이어진 것까지는 좋지만, 이제는 9년 차 밴드인 만큼 좀 더 정교하고 공연 잘하는 밴드로 남고 싶다. 물론 버스킹만의 생동감도 좋다. 하지만 이제 음악적 고민을 바탕으로 다듬어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ㄴ준호: 컨셉이 확실한 우리만의 공연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여름엔 보신음악회, 겨울엔 크리스마스 공연. 공연 컨셉이 탄탄하게 잡혀있는 것이 큰 재산이다. 덕분에 소속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기획사와의 협업을 통해 여러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다.

   
▲ 좋아서 하는 밴드가 2011년부터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여름 공연 '보신음악회'.

올해로 활동한 지 9년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ㄴ복진: 앨범 작업이 끝났을 때가 가장 뿌듯하고 인상 깊다. 그래서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번 정규앨범이 나왔을 때다. 공연보다는 앨범작업이 끝났을 때의 해방감이 더 크다. 공연 횟수보단 앨범 수가 적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웃음)

ㄴ준호: 다른 뮤지션들은 앨범 내고나서 공연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면, 우리는 그 외의 다양한 활동들이 많다. 엠티, 팬들과의 기획 모임, 거리공연, 영화촬영 등 추억할 일들이 많다.

ㄴ현: 동감한다. 아니면 서울광장에서 버스킹하다가 '좋아서 하는 밴드'라는 이름을 지었던 순간? (웃음)

새 멤버를 영입할 계획은 없는지.
ㄴ복진: 전혀 없다. 지금까지 9년 동안의 시간을 설명하기 어렵다. 들어오는 사람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

요즘 즐겨 듣거나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ㄴ복진: OST를 많이 듣는 편이다. 요즘에는 영화 '러브 어페어(Love Affair)' OST를 듣고 있다.

ㄴ준호: 즐겨듣는 팀이 있는데 추천은 안 할 거다. 나만 알고 싶은 밴드다. 지금 CD랑 LP가 배를 타고 오고 있는데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ㄴ현: 저는 음악을 잘 안 듣는다. 일단 준호가 좋아하는 월드뮤직이랑 컨트리음악은 안 좋아한다.(웃음)

   
 

좋아서 하는 밴드의 정규 2집 '저기 우리가 있을까'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한 앨범이다. 영화음악감독이자 우쿨렐레피크닉의 멤버인 이병훈이 프로듀서로 투입됐다. 또한, 본인의 곡을 본인이 부르는 대신 각각의 곡에 적합한 보컬을 찾았다. 앨범에 대한 멤버들의 이야기에서는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엿보였다.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하면서 어땠나.
ㄴ현: 우리는 세 명 모두 곡을 쓴다. 그 곡들을 모아서 작업하려면 서로 설득해서 포기시켜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하지만 음악적 성향을 기반으로 한 이견을 조율하기가 어려웠다. 세 명을 이겨낼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프로듀서를 영입해서 믿고 따르며 이번 앨범을 작업했다. 원하는 부분을 프로듀서하고만 얘기하면 되니까 싸울 일이 없고 작업속도도 빨라졌다.

ㄴ복진: 편곡자의 역할도 컸다. 자신감이 없었는데 살아난 곡, 방향이 더 확실해진 곡들이 많다. 피아노 한 대, 기타 한 대, 우쿨렐레 한 대로 만들어졌던 곡들이 옷을 입었다. 우리끼리 편곡할 때는 투박하고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좀 더 대중음악에 가까워졌다. 매끈하게 다듬어져서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들을 가능성이 늘어난 것 같다. 앞으로도 편곡자만큼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

ㄴ현: 좋아밴은 처음부터 앨범을 우리끼리만 제작해왔다. 우리만의 색깔이 생기긴 했지만, 편곡, 제작 등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이번에 다른 선배 뮤지션과 작업하면서 수업을 받는 기분이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ㄴ복진: 그동안 조금씩 성장해왔다면 이번엔 큰 계단 하나를 올라갔다. 앨범을 작업하기 전, 곡을 만드는 것을 비롯한 밴드의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고 자신감도 없었다. 하지만 앨범을 만들면서 밴드 전체적인 면에서 많이 배웠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앨범에서 일렉기타, 현악기, 플롯 등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했다. 라이브에서는 어떤 식으로 연주할 계획인지.
ㄴ준호: 이번 앨범은 작년 크리스마스 콘서트 때 첫 라이브를 시도했는데, 3, 4년 전부터 함께한 세션 연주자를 통해 충분히 구현할 수 있었다.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곡이 앨범에서부터 미리 완성되어 있다는 점이 반가웠다. 그동안은 소담한 편곡으로 앨범에 담겨있던 곡을 라이브 공연에서 좀 더 화려하게 보여줬다면, 이제는 앨범과 공연 모두에서 완성된 음악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사운드도 다채로워졌지만 세 명의 보컬이 많이 변했더라. 밝은 곡에서는 끼가 늘고, 조용한 곡에서는 더 묵직해지고.
ㄴ현: 자기가 쓴 곡은 본인이 가장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예전에는 하고 싶은 대로 부르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엔 각자 보컬트레이너가 한 명씩 붙었다. 창법, 감정표현 등 기술적인 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가령 나는 록커에 대한 꿈이 있던지라 내 음역에 비해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음역을 확 낮췄다. 그래서 묵직해졌다는 느낌이 드는 걸 거다.

ㄴ복진: 개인적으로 공들여서 불러야겠다는 별로 안 했다. 싱어송라이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는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멋진 목소리를 통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악기보다 보컬 녹음에 집중했다.

사실 예전엔 '이런 생각으로 곡을 썼구나.' 하며 듣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런 면에선 좀 아쉬운 것 같다.ㄴ준호: 각자가 쓴 노래를 스스로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곡이 바뀔 가능성을 없앨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곡에 어울리는 보컬을 찾기 위해 거의 모든 곡을 세 명이 다 불렀다. 비율로 따지면 곡을 만든 사람과 부른 사람이 다른 곡이 더 많다. 창작자와 보컬이 다른 것에서 오는 아쉬움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게 더 컸다.

ㄴ복진: 가사만 보면 남녀 사랑 이야기인데, 남자 둘이서 부른 곡도 있다. 재밌게 해석할 여지가 많아지는 것 같다.


명왕성만 두 가지 버전으로 실린 이유는? (명왕성은 7번 트랙과 10번 트랙에 각각 안복진, 손현 버전으로 수록돼 있다.)
ㄴ복진: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 곡도 세 명이 다 불렀다. 부르던 와중에 재밌는 얘기가 나올 것 같아서 세 명 다 부르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세 가지 버전의 명왕성이 있다.

ㄴ현: 가장 먼저 나온 것이 복진 버전이다. 곡을 들으면 딱 떠오를 만한 스트링 느낌. 내 버전은 담담한 피아노에 낮은 음역으로 부른 것이다. 준호 버전은 편곡이 특이해서 따로 뺐다. 2월 26일에 싱글로 발매될 예정이다.

ㄴ준호: 원래 단독으로 부르고 싶어서 욕심을 내고 있었는데, 밀려나게 돼서 안타깝다.

앨범을 순서대로 들으면 명확한 감정선이 느껴진다.
ㄴ복진: 곡 순서를 짜는 데 되게 오래 걸렸다. 처지는 앨범이 되지 않도록 고민하기도 했고, 5번 트랙인 '사랑의 베테랑' 같은 경우 워낙 튀는 노래라서 어디에 넣을까도 많이 고민했다.

ㄴ현: 처음에 30곡에서 10곡 추리는 것도 오래 걸렸다.

ㄴ복진: 본격적인 앨범 작업 기간은 2달 정도인데, 그 전에 곡을 추리는 데 7개월이 걸렸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ㄴ복진: 쓰는 데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명왕성'. 고생을 많이 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ㄴ현: '우린 서로를 모른 채'. 세 명이 함께 조율하던 시기에 이 곡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주위 반응은 좋은데 멤버들은 싫다고 했다. 그래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앨범 작업을 통해 결과물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

ㄴ준호: 맘에 드는 곡이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왜 그렇게 예뻐요'가 반응이 굉장히 좋더라. 좋아할 만한 노래를 통해 팬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이 드는 노래다.

이번 앨범을 들을 때 유념했으면 하는 부분은?
ㄴ준호: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어떻게든 일단 들어줬으면 좋겠다. 능동적으로 찾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ㄴ현: 보통 사람들이 타이틀곡만 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타이틀곡은 가장 좋은 곡이 아니라 앨범의 이미지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곡이다. 순서대로 들어야 타이틀곡도 더 빛이 난다. 그냥 1번 트랙부터 순서대로 들어줬으면 좋겠다.


좋아서 하는 밴드의 2015년은 어땠나?
ㄴ현: 좋아서 하는 밴드의 2015년은 가난하고 바빴다.

ㄴ준호: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시간보다 우리끼리 앨범을 만드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들어오는 공연은 다 하긴 했지만. 기획공연이 안 끊긴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ㄴ복진: 곡을 가장 많이 썼고 앨범을 작업하는 데 있어 가장 많이 고민했던 해다. 그동안은 합주를 통해 어느 정도 곡이 만들어져 있는 상태에서 녹음했다면, 이번 앨범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앨범에 모든 걸 쏟아내면서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휴가도 못 다녀왔다. 올해는 열심히 놀아서 쏟아낸 에너지를 다시 회복할 거다.

앞으로의 좋아밴은 어떤 밴드였으면 하는지.
ㄴ준호: 올해도 벌써 6월까지 공연이 잡혀있다. 회사가 없어서 그런지 오히려 여기저기서 많이 찾아준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사람들이 계속 찾아주는 매력이 있는 밴드였으면 좋겠다.

ㄴ복진: 잊히지 않는 밴드가 되고 싶다. 이름이 특이해서이든 음악이 별로여서든 좋아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의 기억에 남아있고 싶다.

ㄴ현: 월드투어를 다닐 수 있는 밴드. 조영남 같은 분이 한인회 다니면서 공연하는 거 너무 멋지다.

ㄴ준호: 나는 월드뮤직은 좋아하지만 월드투어는 별로다. 내 악기가 제일 무겁다.(웃음)

문화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ㄴ현: 2월 13일에 '따끈따끈 발렌타인'이라는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 우리를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ㄴ복진: 준호 버전의 '명왕성'이 실린 새 앨범엔 총 두 곡이 실릴 예정이다.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소니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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