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진과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3일 오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카라마조프'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법정추리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오는 14일까지 공연될 이번 작품은 2017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작품으로 2016년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공모전을 통해 리딩공연으로 그 면모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표도르를 중심으로 한 서사가 매력적인 음악, 누가 범인인지를 찾는 추리와 얽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프레스콜을 통해 표도르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검은 얼룩', 표도르의 과거,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베개', 이후 재판을 둘러싸고 서로의 비밀이 밝혀지는 '스메르의 기억', '사상', '그림자 놀이'를 연이어 시연했다.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재판장을 주 배경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두고 여러 사람들의 증언이 오가며 수시로 과거가 재현되는 등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품이다. 리딩공연 당시에는 7명의 배우가 출연했고 그중 표도르는 본인이 직접 검사와 조시마 신부까지 연기하며 자신의 죽음을 다룬 재판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정식 공연에서는 여섯 명의 앙상블이 생기는 등 극의 외적인 규모가 커졌다.

표도르 카라마조프 역에 이정수, 드미르티 카라마조프 역에 조태일, 이반 카라마조프 역에 이준혁과 이해준, 알렉세이 카라마조프 역에 신현묵, 스메르 역에 김바다, 카챠 역에 박란주, 그루샤 역에 김히어라, 조시마 신부 역에 최요한, 앙상블로 홍선, 우금, 이기현, 임예슬, 김상훈, 정소리가 참여한다.

 

하이라이트 시연 이후 창작진들이 무대 위에 올라와 간단한 소감을 전했다.

신재윤 프로듀서는 "'창작산실'이라고 하면 젊은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게 가장 사업의 주요 목표라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좋은 창작자분들 모시고 작업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러 가지 준비하고 제대로 올리기 위해 많은 분들의 수고와 노력, 땀이 함께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어려운 여건'인지를 묻는 질문에 "신청할 땐 중극장 규모 생각하고 신청했는데 여긴 객석도 그렇지만, 무대 규모 등이 대극장 사이즈라서 당초 계획보다 너무 거대해졌다. 지원사업을 통해 좋은 환경에서 공연을 만들 수 있다는 건 무척 좋은 일이지만, 지원사업으로만 하기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대극장 공연을 많이 만들었는데 젊은 창작자들과 함께한 건 처음이다. 그런데 확실히 젊은 분들의 감각이나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옆에서 보며 많이 배웠고 작업에 몰두하는 면에서 나이가 젊을 뿐이지 작업 디테일이나 프로세스는 전혀 부족함 없었다."고 말한 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주셨다. 모든 분들이 한 명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 나올 수 없다. 이렇게 최선 다해주셔서 이 자리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창작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 허연정 연출(좌), 박소영 연출(중), 신경미 음악감독(우)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허연정 연출은 "저희도 리딩 때는 연출이 아니었고 영상만을 봤다. 그런데 이미 그때부터 작가, 작곡가께서 법정추리극으로 남다른 컨셉을 만들어놔서 어떻게 더 무대화하며 긴장감있게 연출할지 고심했다."고 밝힌 뒤 "저희 작품은 암전이 없다. 전환, 암전이 다 극 안에서 이뤄지며 이를 통해 긴장감과 속도감을 넘치게 하는데 집중했다."고 정식공연의 연출 의도를 밝혔다.

정은비 작가는 최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한 공연이 쏟아지는 가운데 뮤지컬 '카라마조프'만의 차별점을 밝혔다.

정은비 작가는 "그때만 해도 이렇게 카라마조프 이야기가 많이 나올지 몰라서 저희도 당황했다."고 밝힌 뒤 "시대가 변하고 시간이 흘러도 인간에게 항상 변하지 않는 본성이 있지 않나. 그런 것을 시간에 상관 없이 계속 전달하고 사람들이 공감하기에 그 힘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현대에도 좋은 작품이 많지만 고전을 볼 때 시대, 나라 등을 뛰어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며 어째서 고전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많이 다뤄지는지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이어 "특히 이 작품은 처음에 방대한 소설이라고 들었는데 직접 읽었을 땐 너무 명확하고 이야기가 매력적이라 길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저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해서 형제들과 주변의 이야기로 봐서 아버지 중심의 서사를 짜야겠단 생각을 하니 각색 포인트가 명확해졌다. 그걸 바탕으로 법정추리극을 만들고 아버지가 진실을 찾아가는 내용이 되며 저희만의 차별점이 생긴 것 같다."고 뮤지컬 '카라마조프'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 정은비 작가(좌), 이유정 작곡가(우)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유정 작곡가와 신경미 음악감독은 작품의 음악적 특성을 설명했다.

이유정 작곡가는 "오늘 시연하지 않은 넘버 중에서 선술집이나 보드카라는 주제를 가지고 러시아 풍의 민속선율을 차용해서 만든 곡이 몇 개 있다. 오프닝 곡도 그렇고 남녀가 밀당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도 러시아적 선율이 무척 섹시하기도 하고 감각적으로 느껴져서 그런 선율을 사용한 곡이 있다. 전체적으로 러시아가 클래식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클래식의 대가가 많지 않나. 그래서 저희 작품 전체적인 풍도 클래식적인 편성으로 만들었다."고 밝혔으며 신경미 음악감독도 "러시아하면 떠오르는 게 아코디언이 있다."고 전한 뒤 "오늘 시연하지 않은 넘버 중에 아코디언이 주류인 넘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환경상 풀 오케스트라로 할 수 없어서 바이올린, 클라리넷, 건반, 아코디언, 타악기로 재즈드럼, 팀파니 등이 함께한다. 베이스와 일렉기타도 들어가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최대한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악기 편성에 대해 밝혔다.

 

창작진에 이어 배우들도 무대에 올라 작품에 참여하는 소감을 전했다.

최근 대학로의 '핫'한 배우로 손꼽히는 표도르 역의 배우 이정수는 "주목받는 거 안 좋아해서 무섭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진짜다."라고 밝힌 뒤 "앞에서 제작자분들이 말씀하셨듯이 워낙 확고한 원작이 있는 고전 작품이다. 유명하고 방대한 작품이다. 수많은 선배들이 연기한 캐릭터기도 하다. 이런 역을 할 땐 두가지다. 얼마만큼 그들만큼 잘할 건지, 어떻게 다르게 잘할 건지. 제 결론은 표도르란 역할이 약 150년, 200년 전 러시아에 있을 법한 인물 같지만, 잘 읽어보면 현대에도 다 있는 현실적인 인물들이다. 제 현실에서 그런 인물들의 모티브를 찾으려고 애썼다. 결국 고전이든 뭐든 캐릭터를 푸는 해답은 현실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작품의 중심에 참여하는 소감을 전했다.

 

다음으로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지닌 여성 인물들을 어떻게 극에서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박란주 배우는 "일단 카챠나 그루샤의 경우 형제들 이야기에 동떨어진 인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들과 관계있는 인물이다. 극 중에선 그런 전사나 친절한 설명이 사실 좀 부족하긴 하다. 원작 자체가 방대하기에 그런 설명까진 좀 힘들지만, 최대한 사건을 해결할 때 겪었던 인물, 만난 인물에 포함되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함께할 수 있는 캐릭터로 표현되지 않았나 싶고 그걸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배우 김히어라는 "작품 안에서 여자캐릭터가 표도르나 아들들보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등장할 때 아들들보다도 더 능동적인 인물이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척 이성적이고 노력하는 인물이다."라고 밝힌 뒤 "그녀들은 어떤 남자를 가지기 위해서, 돈을 얻기 위해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행동하기에 그것 자체가 여성들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분량을 늘리기보다 주어진 씬에서 감정에 지지 않고 이성적이고 현명하고 지혜롭게 어떤 걸 이뤄내는 방식을 보여주는 게 다른 남자배우들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뮤지컬 '카라마조프'에서 여성 인물들이 지닌 매력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2016년 리딩공연에 참여한 유일한 배우 김바다는 "본 공연에서 다시 참여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감회가 새롭고 감사하다. 작가, 작곡가가 저랑 동갑이라서 그때 작업을 계기로 좋은 친구가 됐는데 그 친구들이랑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왔다. 과연, 러시아 고전 소설 속에만 있을법한 동떨어진 이야기일까? 싶었다. 리딩공연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소설 속 이야기들이 현실에, 뉴스에 많이 나타나더라. 그럴 수록 제 역할, 이 작품이 생각났다. 이번에 작업할 때 이걸 어떻게 전달해야 공감해 주실까 싶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소설과 현실이 맞닿은 작품을 하게돼서 감사하고 그런 걸 중점으로 작업했으니 기대와 응원 부탁드린다."며 답변을 마쳤다.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여러 가지로 차별화를 꾀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벤허', JTBC '팬텀싱어 2'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정수가 표현할 '표도르'의 강력한 카리스마, 능동적이고 입체적인 여성 인물, '고전'이란 이름답게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작품 속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무대 위에 나타날지 눈길이 모인다.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오는 14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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