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진학 예정 박경민, 화순중 진학 예정 안정현 '애틋한 부성'

▲ 아버지는 아들이 마운드에만 있어도 늘 가슴이 먹먹해진다. 박경민의 모습을 담아 두는 아버지 박천주씨 역시 마찬가지다.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또 다른 한 해가 밝았다. 누구나 그러하듯,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새 출발을 의미하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일단, 고교/대학 졸업 예정인 선수들이 공식적으로 구단에 합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뿐만 아니라, 내년 시즌을 맞이하는 고교/대학 선수들은 전지훈련을 떠나거나 개인 훈련을 통하여 기량을 끌어 올리고자 한다. 특히, 2018년 무술년(戊戌年)이 충직함을 상징하는 견공(犬工)의 해인 만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유망주들이 더욱 빛을 보는 한 해가 될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가운데, 신년을 맞이하여 '문화뉴스 스포테인먼트 팀'에서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두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고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대학생으로 성인식을 준비 중인 사이드암 투수 박경민(19)과 아버지 박천주씨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제 초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중학교에 입학, 본격적인 청소년 야구부원으로 거듭나는 안정현(13)과 아버지 안상준(44)씨의 이야기로 마무리짓고자 한다. 각각 성년(成年)과 청소년(靑少年)이 되는 아들, 그리고 그러한 아들의 멋진 친구이자 동반자로 거듭나는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서 다른 부모님들도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한다.

아빠와 아들, 우리는 언제나 최고의 친구!
영남대 박천주-박경민 부자 이야기

지난해 부산 개성고는 '대들보 최보성'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내야수로서 타율 0.370, 1홈런, 9타점(66타석 54타수 20안타)을 기록했고, 투수로서도 10경기에 등판하면서 4승 3패 33탈삼진, 평균자책점 4.33을 마크했다. NC 다이노스가 그를 2차 7라운드에서 뽑았던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들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개성고는 늘 약체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성고에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마운드에서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유망주가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부산권은 물론, 전국 무대 판도 역시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장신 사이드암 박경민(19)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박경민. 187cm, 90kg의 좋은 체격 조건을 갖춘 사이드암 투수로, 지난해 첫 선을 보였던 유망주였다. 최보성의 그늘에 가려진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투수 성적만 놓고 보면 되려 박경민이 우위에 있었다. 14경기에서 2승 2패(51이닝), 평균자책점 3.89를 마크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프로 스카우트 팀의 관심을 받음직했지만, 아버지인 박천주 씨는 손사래를 쳤다.

▲ 서로 닮은 아버지와 아들. 그래서 최고의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닐는지.

"어휴, 관심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만약에 겨울 천우스포츠배에서 부상만 당하지 않았다면 또 모를 일이었지요."

프로야구 선수들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해외 전지 훈련에 한창일 때, 고교/대학 선수들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친선전을 펼치기도 한다. 부산 천우스포츠배는 그러한 오프시즌 친선전 중 하나였다. 바로 그 친선전에서 박경민은 성균관대와의 경기에 등판했지만, 타구에 무릎과 발목을 맞는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중상으로 어이지지는 않았지만,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더구나 이 당시에는 구속도 서서히 궤도에 올랐을 때였다.

"당시에 제가 아들을 업어서 병원에 데리고 갔을 만큼 긴박했습니다. 제발 큰 부상만 아니기를 마음 속으로 얼마나 되뇌였는지 모릅니다. 모든 것이 끝난 지금은 그저 잘 버텨 준 아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좋은 신체 조건을 갖춘 사이드암 투수는 프로에서도 찾기 힘들다. 특히, 프로필상 체중이 90kg임에도 불구하고, 겉보기에는 되려 말라 보이기까지 한다. 80%가 근육량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시즌 초반 부상이 아니었다면, 개성고 성적도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결국 이러한 종합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박경민의 이름을 불러 주는 프로 구단은 없었다. 낙담할 만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영남대학교에 합격한 것은 상당히 다행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사이드암 투수를 지도한 바 있는 박태호 감독을 만나게 되는 것은 또 다른 행운이기도 하다.

이렇게 대학 합류까지 개인 훈련에 열심이었던 박경민은 최근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을 걸었다. 아버지 박천주씨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용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 반대였다. 평생 안 해 봤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스로 용돈 벌이를 했다는 것. 뜻하지 않은 아들의 전화에 놀랐다는 박천주 씨는 그래서 더 안심하는 듯하다. 성년이 되는 올해, 부산에서 대구로 거처를 옮겨야 하지만 그래도 훌륭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고 있어도 늘 보고 싶은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늘 지치지 않는 것이 아버지 마음. 절치부심하여 4년 후 프로무대를 재도전하는 아들이 부상 없이 지금처럼 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시련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
화순중 안상준-안정현 부자 이야기

야구를 처음 접하는 유소년 선수들은 어떻게 야구를 시작했느냐가 전체적인 야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재능 있는 유망주가 올바로 성장하느냐가 결정된다. 청구초 손용근 감독이 '야구로 상을 타는 것보다 공부로 상을 타는 선수들'에게 더 많은 칭찬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선수들이 올바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 타석에서 안정현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취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화순초등학교 졸업 예정인 내야 유망주 안정현(13)과 아버지 안상준 씨는 남들보다는 상당히 다른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야 했다. 즐기면서 야구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초등학교 야구인데, 즐기기는커녕 적지않은 내우외환으로 웃는 날보다 눈물을 보인 날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제는 아버지와 아들 모두 옛날이야기는 잊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어 한다. 

"다행히 아들이 지난 일은 잊고, 올해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기록해서 대견할 뿐입니다. 이제 내년에는 중학교에 입학하는 만큼, 최대한 학교에는 가지 않고 뒤에서 아들이 최선을 다 하도록 묵묵히 도울 생각합니다. 아들도 최선을 다 해서 노력을 했으면 하죠."

아직 중/고교를 마치기까지 6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안정현의 초등학교 성적은 꽤 좋았다. 66경기에 출장하면서 213타수 87안타, 타율 0.408, 41타점, 76득점을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는 성적도 빼어나지만, 야구에 임하는 진중한 자세와 공-수 전반적으로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김선빈(KIA)이나 신진호(NC), 정진기(SK)가 그러했던 것처럼, 안정현 역시 화순이 배출한 최고의 타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스스로 마련한 셈이다.

다행인 것은 초등학교 시절, 투-타 모두에 재능을 드러내 보였다는 점이다. 기본이 잘 되어 있는 선수일수록 타석과 마운드, 모두에 등장할 가능성이 큰 법이다. 또한, 이만수 전 SK 감독이 직접 화순으로 내려와 재능기부를 시행한 점도 안정현을 비롯한 화순의 인재들에게 큰 도움으로 다가왔던 셈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늘 조심스럽다.

"중학생이 되는 만큼, 이제는 스스로 할 때지요. 직업 특성상 아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지만, 그래도 모든 것을 이겨내고 야구가 좋다면서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납니다. 저는 그저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서 열심히 일할 겁니다."

몇 차례 시련이 있었기에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아들. 안정현 역시 아버지 혼자의 힘으로 본인의 뒷바라지를 했다는 점을 알기에 다른 동기생들에 비해 야구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는지. 중학교에서 본격적인 청소년 야구 생활을 시작하는 그의 성장 과정을 '문화뉴스'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켜 볼 예정이다.

아빠와 아들, 그래서 둘은 언제나 최고의 친구다. 신년이 지나도 여전히!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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